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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라니 하는데”...소래포구 상인들 한 숨, 정상화 하세월

중앙일보 2018.01.07 14:44
7일 오전 소래포구 임시어시장 내 일부 점포가 비어 있다. 상인회가 8일부터 자진철거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일부 상인들이 마지막날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명수 기자

7일 오전 소래포구 임시어시장 내 일부 점포가 비어 있다. 상인회가 8일부터 자진철거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일부 상인들이 마지막날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명수 기자

“철거하라니 철거하지만, 어찌 살아야 하나 막막합니다.”
 

상인회, 8일부터 불법 임시어시장 자진 철거
기재부 조건부 승인,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
남동구도 현대화사업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
하지만 구청 '기부채납' '공영개발' 못 정해
일단락 되는 듯 갈등 여전, 정상화는 글쎄
기존상인회 "상인 입주 확인 문서 줘야 철수”

7일 오전 인천 소래포구 인근 해오름광장 불법 임시어시장에서 만난 상인 A씨(여)가 한 말이다. ‘8일부터 자진철거 한다’는 상인회의 방침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A씨는 “현대화사업을 한다기에 비켜 주지만 언제 완공될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싶고, 입점은 할 수 있는지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상인 B씨도 “현대화사업 후 자리를 준다고 말만 했지 서류 같은 걸로 약속한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또 다른 상인 C씨는 “구청장이 약속했는데 설마 뒤집기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불법이 해소되고 현대화사업 후 깨끗한 환경에서의 장사 생각에 웃음꽃을 보이면서도, 자칫 구청이 약속을 어겨 못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소래포구 인근 해오름광장에 불법 개장됐던 임시어시장이 철거된다. 상인회가 지난해 10월 초 몽골 텐트 150여 개동을 몰래 설치한 후 3개월여 만이다. 임시어시장 상인회가 자진 철거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기재부가 최근 임시어시장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기존에 불이 났던 국유지 용지(4153㎡·149억5000만원) 매각을 승인해서다.
소래포구 임시어시장 상인회가 기재부의 조건부 승인을 수용, 해오름광장에 불법으로 설치한 임시어시장을 8일부터 자진철거하기로 했다. 사진은 일부 점포가 빠진 곳을 한 상인이 지나가고 있다. 임명수 기자

소래포구 임시어시장 상인회가 기재부의 조건부 승인을 수용, 해오름광장에 불법으로 설치한 임시어시장을 8일부터 자진철거하기로 했다. 사진은 일부 점포가 빠진 곳을 한 상인이 지나가고 있다. 임명수 기자

 
철거 후 용지 매각이 완료되면 해당 용지에 현대화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상인들은 ‘사업 완료 되면 기존에 장사를 하던 모든 상인들이 입점할 수 있다’는 상인회의 말을 믿고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 이날 오전에만 점포 3분의 1이 빠져나간 상태다. 
 
하지만 임시어시장이 철수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현대화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국유지 용지에서 영업 중인 기존상인회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동구청이 ‘현대화사업 후 기존 상인들을 입점시킨다’는 확실한 보장 문건을 내 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화사업을 명분으로 불법 임시어시장 조성을 묵인해 준 구청이 3개월 여 동안 별다른 대책없이 상인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현대화사업은 소래포구 기존상인회가 영업중인 어시장 위치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1층 규모의 현대식 어시장(연면적 3308㎡)을 신축하기로 했었다. 기부채납은 남동구가 용지를 제공하면 상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어시장 신축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건물 소유권은 남동구에 이전되지만, 상인들은 어시장 입주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남동구청은 아직까지 현대화사업 방식을 정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한다. 기존 상인회가 버티는 이유다.
  
마욱일(54) 기존상인회 회장은 “일부에서는 구청이 기부채납이 아닌 공영개발로 추진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상인을 선정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며 “구청이 확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좌판을 무조건 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부채납 방식도 우리에게 몇 년을 보장해 주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구청이 먼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 화재. 화재로 가건물 형태의 좌판 322개 중 3분의 2가 전소되고 인근 상가건물에 들어선 횟집 등 점포들도 피해를 입었다. [중앙포토]

지난해 3월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 화재. 화재로 가건물 형태의 좌판 322개 중 3분의 2가 전소되고 인근 상가건물에 들어선 횟집 등 점포들도 피해를 입었다. [중앙포토]

 
남동구청 관계자는 “소래포구 어시장 용지에 대한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화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며 “기존 어시장에서 장사하던 좌판 100여 개에 대한 철거 협의도 병행하기로 했으며 지반조사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래포구 문제는 지난해 3월 말 좌판어시장에 불이 나면서 시작됐다. 화재로 대부분의 좌판이 소실됐다. 상당수 상인은 같은 해 10월 초 인근 해오름광장에 불법 임시어시장을 개장했다. 기존상인회 100여 명은 불이 났던 자리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임시어시장과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은 악취와 주차난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불법 임시어시장의 폐쇄를 요구하며 마찰을 빚었다. 주민들은 상인회 및 장석현 남동구청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고소·고발 전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남동구청이 해당 아파트를 대상으로 베란다 불법 확장 여부를 조사하기로 하면서 ‘보복 행정’이라는 역풍을 맞기도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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