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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남자' 호시노 감독 별세…"인자함과 엄격함 갖춘 명장"

중앙일보 2018.01.07 14:03
지난해 2월 일본 오키나와서에서 만난 선동열 감독과 호시노 부회장. 오키나와=김원 기자

지난해 2월 일본 오키나와서에서 만난 선동열 감독과 호시노 부회장. 오키나와=김원 기자

 
호시노 센이치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부회장이 지난 4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일본 도쿄스포츠는 "호시노 부회장이 지난 2일 쓰러졌고 4일 오전 5시 25분께 두 딸 품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2016년 7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호시노 부회장은 투병 사실을 주변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 지난 연말까지도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숨을 거둔지 이틀 뒤에야 언론을 통해 부고 사실이 알려졌다. 때문에 일본 야구계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호시노 부회장은 선수시절 주니치 드래건스의 에이스 투수였다. 통산 146승(121패 34세이브)을 거뒀고, 74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의 호시노 감독이다. [중앙포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의 호시노 감독이다. [중앙포토]

 
일본 NHK 방송은 호시노 감독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그를 '불꽃남자'라고 추모했다. 호시노 부회장은 주니치에서 현역으로 뛸 때 '반(反)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봉장을 자임했다. 일본 국민의 70%가 요미우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던 시절, 호시노 감독은 '타도 요미우리'를 외치며 근성 있는 투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은퇴 후에는 주니치, 한신 타이거스, 라쿠텐 등 3개 팀에서 17년간 감독을 맡았다. 4차례나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일본을 대표하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 홈런왕 오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종신 명예 감독과 함께 호시노 부회장은 일본 야구계에 큰 영향을 끼친 존경 받는 원로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초에는 지도자 부문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라쿠텐 호시노 감독이 삼성 선동열 고문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두사람 사제 관계였다. [중앙포토]

라쿠텐 호시노 감독이 삼성 선동열 고문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두사람 사제 관계였다. [중앙포토]

 
한국 야구와의 인연도 깊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이 1996∼99년 주니치에서 활약할 때 당시 감독이던 호시노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선 감독의 일본 진출 첫해인 96년 극도의 부진을 보이자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그렇게 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선 감독이 부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절치부심한 선 감독은 97년 1승 1패·38세이브, 평균자책점 1.28을 올렸다. 선 감독뿐 아니라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상훈 LG 트윈스 피칭아카데미 원장도 주니치에서 뛸 때 호시노 부회장의 지도를 받았다. 호시노 부회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확신했다가 4위에 그쳐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 예선과 준결승에서 두 번이나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22일 베이징 우커송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일본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이 8회말 1사 1루서 이승엽이 우중월 역전 2점홈런치며 일본 벤치 호시노감독 앞을 지나고 있다. [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22일 베이징 우커송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일본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이 8회말 1사 1루서 이승엽이 우중월 역전 2점홈런치며 일본 벤치 호시노감독 앞을 지나고 있다. [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일본에서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가네모토 도모아키 한신 감독은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받아들일 수 없다. 이곳에서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도 "너무 놀라서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나카는 2013년 라쿠텐을 지휘하던 호시노 감독 밑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정규시즌 24승 무패를 기록하고,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그는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고 호시노 감독님을 헹가래한 것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억들이다.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추모했다.
 
하라 다쓰노리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은 "부처님의 표정과 인자함, 그리고 승부에서는 귀신같은 엄격함이 있었다. 그런 두 가지 얼굴을 가진 분이셨다"며 "최근 만났을 때 희망찬 인사도 나눴기 때문에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야구 팬들은 라쿠텐 구단에 호시노 부회장을 추모할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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