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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트럼프의 놀라운 '통남통북(通南通北)' 메시지

중앙일보 2018.01.07 12:23
6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각료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과 함께 신년 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6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각료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과 함께 신년 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가 평창 동계올림픽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로까지 진행되길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또 자신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당장 전화통화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부 직접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북대화에서 올림픽 넘어서는 문제까지. 적절 시점에 우리도 관여"
"당장 전화통화 용의 있다" "남북대화 100% 지지" 입장 밝혀
최대의 압박 전략에서 남북대화통한 북미대화 '통남통북(通南通北)'으로
다만 '비핵화 전제 대화' 입장은 불변, 결국 북한 대응에 모든 게 달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행정부 각료,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과 신년 모임을 가진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내민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올리브 가지'(평화의 제스처)가 한국의 전폭적인 수용-> 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합의를 거쳐 트럼프의 '북미 간 직접 대화 용의 선언'이라는 더 커다란 올리브 가지가 돼 북한으로 공이 다시 넘어간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이 9일 개최되는 것과 관련, "그들은 지금은 올림픽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시작이다. 큰 시작"이라며 "난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 대화를 통해 뭔가 일어나고 도출될 수 있다면 평화적 해법이 나올 수 있고. 이건 인류 전체에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대화가 '올림픽 이상의 의제'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난 그렇게 하길 기대한다. 남북이 대화를 올림픽 그 이상으로 가져가는 걸 보길 원한다.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관여하게 될 것(And at the appropriate time, we'll get involved)"이라고 말했다.  
 
6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료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

6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료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

 
이는 해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4일 "남북대화는 올림픽 문제로 제한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 정반대의 발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응이나 트럼프의 화법에 일관성이 없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발언이 미국의 향후 지침으로 굳어지고 유지될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국제사회를 통한 최대의 압박'에 치중했던 기존 전략에서 남북 간 대화를 확장해 북미 대화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크게 선회했음을 뜻한다. 북한이 '통남통미(通南通美)'를 택했다면, 미국은 '통남통북(通南通北)'을 택한 셈이다. 2018년 신년을 뒤흔든 변화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과도 전화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난 항상 대화를 믿는다. 난 틀림없이(absolutely) 그렇게 할 것이며 거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No problem with that at all)"고 답했다. 
다만 "전제조건 없이 (전화통화,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옆에 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그건 그(트럼프)가 말한 게 아니다"고 제동을 걸었고, 이어 트럼프도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나는 미적거리지 않는다. 조금도, 1%도 아니다"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해 말 제안했던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 의지'라는 기존의 대화 전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북간 해빙 무드를 반기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기꺼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기대하며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6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료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과 함께 신년 회의를 열었다.

6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료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과 함께 신년 회의를 열었다.

 
트럼프는 이날도 남북대화가 자신의 '터프(tough)'한 대응의 '성과'란 점을 강조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거친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전에 내개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매우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 통화에서 그(문 대통령)는 나의 레토릭(수사)과 강경한 태도가 없었다면 그들이 (북한과) 올림픽에 대해 대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내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내가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남북은 올림픽에 대해 얘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미 간 대결국면이 바로 순탄하게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는 건 이르다.    
무엇보다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하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대화' 요구에 응할지 불투명하다. 
 
트럼프가 이날 회견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비난하면서 "난 '그것'을 할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잊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WP는 "북한에 대한 대화의 '입구'를 열어놓으면서도 필요 시 군사옵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다시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나도 한번 유화적 모습을 보였으니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뭘 들고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로 보는 게 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WP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위협과 대화제의 사이에서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틸러슨 국무장관은 전날 A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이 북한이 뭔가를 의논하고 싶다는 바람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북 대화가) 올림픽에 대한 만남일 수도 있으며 그 밖의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비핵화라는) 목표는 결코 바뀌지 않았다”"며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때 '조건없는 만남'을 언급까지 했던 틸러슨이 '비핵화가 전제조건'임을 재차 내비친 것은 북한에 대화 메시지는 계속 던지되 대화의 조건을 허무는 일은 없을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회의 강경 기류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에 내민 '올리브 가지'가 결실을 맺는 지 여부는 무엇보다 9일 시작하는 남북 간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어렵게 물꼬가 트인 남북 대화가 한반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대화에서 한미 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더라도 무조건 화해국면을 맞는 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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