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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예비후보군 너도 나도 ‘이니 마케팅’…‘비문’ 분류에는 알러지 반응

중앙일보 2018.01.07 06:00
“저를 비문(非文·비문재인)이라 규정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고요.”
 

4년 전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으로 수도권 사수

지난 4일 충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튿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의원은 친문 아니잖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할 때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비문이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와 함께였다. 양 의원은 전날 출마 선언 때는 “(당 사무총장으로서)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것은 정치적으로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제22회 바다의날 기념식 행사가 끝난 후 공연팀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제22회 바다의날 기념식 행사가 끝난 후 공연팀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6ㆍ13 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 여권에선 자신을 ‘친문(親文)’이라고 소개하는 예비 후보군이 늘고 있다. 선거에 나갈 채비를 하는 사람 중에서 최소한 ‘비문’이라고 스스로 내세우는 인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장 3선을 노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도 지난 3일 민주당 서울시당 신년하례식에서 “(지난해) 선거 중에 문 대통령이 ‘서울시의 인재를 쓰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며 “적폐청산과 새로운 국민의 삶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울시가 나름 기여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비문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 시장도 문 대통령과의 인연, 문재인 정부에의 기여를 강조한 셈이다.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가진 큰 개혁 방향을 서울시에서 성공시키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그룹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우 의원이지만 박 시장을 겨냥해 자신을 ‘서울시에서 문 대통령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로 스스로 규정한 것이다.
 
일부 비문 후보군 측에선 “‘친문 대 비문’ 구도로 가르면서 우리 후보를 비문 후보로 쓰지 말아달라”며 비문 규정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친문과 비문을 가리지 않고 문 대통령과 가깝다고 내세우는 지방선거 후보군이 늘어나면서 정치권에선 “이니 마케팅”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손목 시계, 프로야구 시구 때 입은 점퍼와 운동화 등 이른바 ‘이니템’(문 대통령의 애칭인 ‘이니’와 ‘아이템’의 합성어)이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 것처럼 지방선거 출마자도 문 대통령 마케팅에 나섰다는 의미다.
 
현재 상황에선 이러한 ‘이니 마케팅’이 여권 후보에게 나쁘지 않은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새해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조사해 5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72%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였던 지난달 2주차 조사 때와 비교해 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역별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권의 취약 지역인 대구ㆍ경북(58%)과 전통적인 야권 우세 지역인 부산ㆍ울산ㆍ경남(64%)을 제외하고 충청과 수도권에서 모두 70%를 넘겼다.
 
한국갤럽의 2018년 1월 1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한국갤럽의 2018년 1월 1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이러한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친문 후보에게 ‘후광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여권에선 기대하고 있다. 양승조 의원은 “당연히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정권의 지지율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필지(必知)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6ㆍ13 지방선거가 문 대통령 취임 1년 1개월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2014년 6ㆍ4 지방선거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앞세운 ‘박근혜 마케팅’이 수도권에서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뒤 2개월이 안 돼 치러진 선거였지만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불리던 유정복 인천시장뿐 아니라 비박(비박근혜)계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반드시 승리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한 게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역대 지방선거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졌던 만큼 과도한 대통령 마케팅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확장력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여당 후보들이 친문이라고 강조할수록 야당으로선 나쁠 게 없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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