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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미각세포 재생 …‘단짠단짠’ 바꿀 수 있죠

중앙선데이 2018.01.07 01:58 565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새해가 되면 누구나 다양한 목표를 세운다. 건강을 챙기겠다는 결심도 빠지지 않는다. 신체 건강은 온 몸 곳곳에 뻗어 있는 감각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보고 듣는 시각과 청각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각은 소홀하기 쉽다. 의외로 혀로 맛을 보는 미각이나 손으로 만지는 촉각, 냄새를 구분하는 후각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미각 균형 잃으면 설탕·소금 폭식
조리 때 식초 → 소금 → 간장 순으로
촉각·후각 떨어지면 건강 적신호
이상하다 싶으면 진단 받아야

미각은 고혈압·당뇨를 부르는 식습관을 교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살을 맞대고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불안을 줄여준다. 후각 이상은 뇌 손상을 알려주는 신호다.  
 
내 몸의 감각을 활용한 건강 관리법을 소개한다.
  
냄새 구분 못하면 치매 위험 높아
미각은 현대인이 가장 혹사당하는 감각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는 “미각 세포는 같은 강도의 자극에 서서히 둔감해진다”며 “달고 짠 맛에 길들여져 점점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을 가진 음식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바로 기능적 미각장애다. 미각이 균형을 잃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설탕·소금의 섭취량이 늘어난다. 이는 고혈압·당뇨·비만 같은 만성 질환을 야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단맛을 내는 설탕은 체내 혈당수치를 요동치게 해 폭식하기 쉽게 만든다. 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을 줘 당뇨병을 유발한다. 소금은 혈관·심장·콩팥을 자극해 혈압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동맥이 좁아지게 만들어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콩팥병 같은 혈관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촉각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 발달이 빠르다. 임신 8주가 되면 태아도 피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품에 감싸 안거나 토닥토닥 쓰다듬는 등 촉각을 활용한 접촉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다. 정서적 안정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엄마 품의 기적으로 불리는 캥거루케어가 대표적이다. 캥거루가 아기 주머니에 아기 캥거루를 안고 다니듯 엄마가 신생아를 가슴에 품고 어깨에서부터 배꼽까지 맨살이 최대한 많이 닿도록 안아주는 것이다.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의 성장을 돕는 치료법이다.  
 
강남세브란브병원은 2012년부터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 45명을 대상으로 패혈증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 미숙아의 패혈증 발생률은 12%인 반면 캥거루케어를 한 미숙아는 1명도 패혈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감각은 후각이다. 싱그러운 숲이나 꽃·과일·빵 등 친숙한 향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긴장을 풀어줘 기분을 좋게 만든다. 후각은 감정·기억을 지배한다. 후각 신경은 본능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핵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저장하는 변연계가 후각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노지훈 교수는 “특정 향에 대한 정보와 감정·기억이 입력돼 어떤 내음과 함께 더 오래 기억하고 떠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 향으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식이다.
 
감각은 활용하기 나름이다. 미각은 건강 식습관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뎌진 미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짠단짠(단 것을 먹으면 짠 것이 먹고 싶어짐)’ 같은 자극적인 맛을 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맛을 느끼는 혀의 미뢰는 30일마다 재생된다.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더라도 익숙해지면 미각을 교정할 수 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식초→소금→간장 순으로 넣는다. 풍미를 살리면서 염분 섭취를 줄여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촉각은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 면역력을 키워준다. 특히 접촉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난다. 옥시토신은 정서적으로 평온·행복·안정감을 높이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농도를 떨어뜨린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는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이 늘어나면서 면역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피부 접촉 늘면 행복 호르몬 분비 늘어나
후각은 기억·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치매·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는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후각 신경세포를 망가뜨려 후각이 무뎌진다”고 말했다. 이들 퇴행성 뇌질환은 진단·치료 시점이 늦어지면 돌이키기 어려운 후유증을 뇌에 남긴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비슷하고 구분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노화와도 특징이 겹친다. 하지만 냄새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뇌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병원 제이언트 핀토 교수 연구팀은 57~85세 고령층 3000명을 대상으로 페퍼민트·생선·오렌지·장미·가죽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냄새 5가지를 구분하는 후각 기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후각 상실 정도과 뇌 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후각 상실이 심할수록 사망률,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후각이 무뎌져 냄새를 하나도 구분하지 못했던 그룹은 5년 후 대부분 치매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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