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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진된 빅뱅 콘서트에 가게 된 사연

중앙선데이 2018.01.07 01:10 565호 29면 지면보기
공감 共感
업무 특성상 종종 행운권 추첨 행사를 주관할 일이 있다. 매번 당첨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 무엇을 뽑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선물 종류와 관계없이 하나같이 깡충깡충 뛰며 기뻐했고 심지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행운아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얼굴 가득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젊을 때 당첨된 파리행 비행기표
고민끝에 현금 1000달러로 환불
그 뒤 어떤 행운권도 못뽑았는데
빅뱅 멤버들 입대 전 마지막 공연
내게 뜻하지 않은 행운의 여신이 …

나에게도 행운권 당첨의 기억이 있다. 딱 한 번, 막 배우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등상으로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뽑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행운은 내게 더 큰 고민을 안겼다. 항공권이 생겼지만 호텔은 어떡하지? 게다가 파리는 명성이 자자한 쇼핑 천국 아닌가. 분명 눈으로 보면 마음이 동할 것이다. 나는 고민 끝에 결국 표를 현금으로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대출혈의 위험을 무릅쓰느니 1000달러를 받는 편이 훨씬 나아 보였다. 파리는 돈을 벌고 가도 늦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어떤 행운권도 뽑지 못했다. 아마 행운의 여신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듯했다. 2주 전 다시 그 행운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우리 회사에서 VIP 회원들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자리였다. 30분에 한 번씩 행운권 추첨이 진행됐다. 구매액에 따라 표가 차등 부여됐는데, 추첨자로 나선 내가 상품 5개 중 3개의 주인공으로 같은 사람을 뽑은 것이다. 더구나 그 행운을 거머쥔 사람은 ‘천(陳) 여사’였다.
 
당황한 나는 상자 안에 있는 표를 여러 차례 휘저었다. 하지만 또다시 천 여사의 이름이 등장했다. 정말 이렇게 행운이 넘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 분이 비록 나와 같은 성씨긴 하지만 친척이나 지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이번 추첨은 정말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행히 참석자들은 품위 있게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파티는 마무리됐지만, 모두 그 행운을 부러워했으리라.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행운권을 추첨할 일이 생겼다. ‘플레이 업’이라는 화장품 멀티숍을 새로 오픈하게 된 것이다. 180여개 브랜드 중 대부분이 한국 제품이다.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라면 한국 여행을 갈 때마다 마스크팩이며 쿠션팩트 등을 한가득 사 들고 돌아오기에 말레이시아에도 들여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실현된 셈이다. 그중에는 YG의 코스메틱 브랜드인 ‘문샷’도 포함됐다. 덕분에 상품에는 서울행 왕복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 외에 빅뱅 콘서트 티켓까지 포함됐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젊은 팬들이 몰려들면서 3일간의 판촉행사는 성공리에 마쳤다. 내 친구들의 활약도 상당했다. 빅뱅의 명성에 대해 익히 들어온 이들이 이 참에 신장개업한 친구의 물건도 팔아주고 한국에 가서 아이돌 공연도 보고자 하는 마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며칠 전 기억을 떠올린 나는 양아들 토니에게 추첨을 부탁했다. 내가 추첨자로 나섰다가 친구들이 대거 당첨되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다. 토니는 실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으니 적임자이기도 했다. 그 결과 내 친구들은 모두 행운에서 비켜났다. 행운의 여신은 젊은이들을 편애했다. 아마도 자신의 우상을 만나고 싶어하는 팬들의 소망을 이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소녀팬들은 환호하며 기뻐했다.
 
토니는 빅뱅 멤버들이 차례로 군대에 가야 하므로 이번 공연명이 ‘라스트 댄스(LAST DANCE)’라고 알려줬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최소 2~3년은 못 보기 때문에 팬들이 더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다. 순간 나도 가서 그 공연을 봐야겠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가족들은 깜짝 놀라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럼. 나도 원래 가수잖아, 그러니까 요즘 트렌드를 알아야지. 이미 매진된 콘서트 표는 어떻게 구한담. 나도 중앙SUNDAY 필자인데 기자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나. 이건 엄연히 취재 보도 목적에 해당한다고 말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들은 고척돔 스카이박스로 나를 초청했다. 내게도 행운의 여신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박스 앞에 마련된 객석으로 나와 현장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은 정말 매력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응원봉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간만에 몸을 움직이며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10살은 젊어진 기분이랄까! 아 새해가 와서 한 살 더 먹긴 하겠지만…. 숫자가 뭣이 중하겠는가. 다들 더 젊은 마음으로 더 아름답게 빛나는 한 해를 되기를 소망한다.
 
 
천추샤 (陳秋霞·진추하)
라이언팍슨 파운데이션 주석
onesummernight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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