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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강조한 ‘공렴’ 실천하면 나라다운 나라 된다

중앙선데이 2018.01.07 01:00 565호 12면 지면보기
『목민심서』 200주년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인터뷰
박석무 이사장은 ’저승에서 다산을 만나면 ‘ 꿈꾸신 나라다운 나라를 이루었다’고 말씀드리며 두 손을 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박석무 이사장은 ’저승에서 다산을 만나면 ‘ 꿈꾸신 나라다운 나라를 이루었다’고 말씀드리며 두 손을 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박석무(75)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1970년대부터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연구에 뼈를 묻어 왔다. 1979년 11월 20일 출간한 다산의 편지글 모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발간 40주년을 바라보며 31쇄를 찍었다.

올핸 올바른 관리 뽑는 다산의 해
권력은 백성에게서 온다는 가르침
촛불을 켜든 광장의 민심과 통해

선거 끝났다고 태만해지면 안 돼
국민 모두 늘 감시자 돼 지켜봐야

 
박 이사장은 초판본 서문에서 “현대 이전의 사회에서 가장 값진 민중적 삶의 한 자료를, 각계에서는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학문 전체를 지칭하는 ‘다산학(茶山學)’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썼다. 간행 30주년인 2009년 네 번째 가필한 책을 내면서는 “더 많은 사람이 귀한 다산의 정신과 사상을 체득하여, 변화되고 개혁하는 나라, 모두가 공평하고 평등하게 잘사는 나라가 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희망했다.
 
그런 박 이사장에게 2018년은 특별한 해이다. 외딴 바닷가 강진에서 18년째 귀양살이하던 다산이 필생의 역저 『목민심서(牧民心書·사진)』 48권을 완성하고, 귀양살이가 풀려 고향으로 돌아온 지 2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색다른 감회로 새해를 맞은 박 이사장을 만나 올해의 의미를 들었다.
 
올해를 ‘다산의 해’라 했다.
“각계각층 사람들이 다산을 찾는다. 그 심정이 가슴에 와닿는다. 200년 전 썩은 나라를 통째로 바꾸자고 개혁을 주장한 실학자 정약용의 사자후는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들어 부패한 대통령을 파면해 새 정부를 출범시킨 국민의 함성과 통한다.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다산은 통치 권력은 백성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하고 지방 행정의 매뉴얼이자 지방관리의 규범을 치밀하게 강구한 『목민심서』를 썼다. 이 『목민심서』가 꿈꾼 ‘나라다운 나라’만 지켜도 우리는 세계 으뜸으로 잘살 수 있다. 다산이 제시한 국정 개혁안에 맞는 인물을 뽑자는 의미에서 ‘다산의 해’라 명명했다.”
 
다산이 제시한 올바른 지방 행정관의 기준은 무엇인가.
“두 단어로 집약된다. 공(公)과 염(廉)이다. 공은 공평이다. 사심 없이 공익을 위해 공정하게 일하는 것이다. 염은 청렴이다. 부정부패 없이 깨끗한 행정을 펴는 것이다. 단순명쾌하다. 생각해 보라. 이 두 가지 덕목을 제대로 실천한 관리 이름이 쉽게 떠오르는가. 지난 몇십 년 정치사를 뒤져 봐도 희귀하다. 공렴이 쉬워 보이지만 부단히 자기를 갈고닦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운 다짐이다.”
 
구체적 실천 방향은.
“다산은 세 가지 기본 덕목을 들었다.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이다. 마음을 단속해 인격수양에 힘쓰기, 공무에 헌신해 정성껏 봉사하기, 힘없고 약해 자력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이들을 사랑하기다. 특히 애민에 신경을 써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낱낱이 지적했다. 홀아비와 홀어미, 노인과 유아, 중병에 걸린 환자와 장애인, 초상과 재난을 당한 사람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바라는 복지국가의 뼈대가 이미 200년 전 다산에 의해 제시됐다.”
 
모든 공직자가 공렴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다산은 ‘탕론(湯論)’에서 백성을 괴롭히거나 목민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군주는 추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성의 의사에 따른 혁명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다산 자신이 곡산부사로 부임했을 때 관에 항의하고 탄원서를 올린 이계심을 과감히 풀어 줬다. 그러면서 ‘수령이 밝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백성들이 자기 몸을 위해서만 교활해져서 고치기 어려운 폐단을 보고도 원님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 같은 사람은 관에서 마땅히 천금을 주고라도 사야 할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지금 생각하면 군주국가에서 명을 받들어 나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인데 다산은 그만큼 민권의식이 투철했던 선각자였다. 다산은 백성들이 제 개인 신상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따지는 일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재삼 강조하지만 선거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선거 잘 했다고 돌아서면 태만해진다. 촛불혁명을 완수하려면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돼서 늘 지켜보며 항시 관에 달려들고 관리에게 항의하는 선거 후가 중요하다.”
 
현 정부는 ‘3·3 시대’를 내세웠다.
“3% 성장에 3만 달러 소득을 얘기하지만 일터 창출은 제자리걸음이다. 청탁 악습도 눈에 띈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야 낡은 나라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다산이 바라보던 그 시점으로부터 현재까지 이 땅에 선치(善治)가 없었다. 올해를 다산 정신을 구현하는 원년, 다산 부활의 해로 삼자는 생각은 위대했던 우리 국민의 힘을 새해 새 부대에 쏟아붓자는 제안이다.”
 
『목민심서』의 심서(心書)는 뜻은 있으나 몸소 행할 수 없는 상황을 표현했다.
“다산은 필생의 노고를 바친 저술이 널리 읽혀서 현실적으로 의미를 갖게 되기를 소망했으나 현실화하지 못했다. 정치 행위로 연결될 통로가 차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저서 자체가 서고에 파묻혀 있어야 했다. 이제 그 다산의 200년 된 한을 풀어 드릴 수 있는 적기가 왔다. 그 일을 해냄은 바로 우리 국민의 도리이자 촛불을 들고 미래를 향해 행진했던 혁명의 완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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