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이종석 "이방카 -김여정, 평창서 만나면 굉장한 이벤트"

중앙선데이 2018.01.07 01:00 565호 3면 지면보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창올림픽 성공과 도발 중단의 보증수표“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창올림픽 성공과 도발 중단의 보증수표“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정책 멘토로 불린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했다. 중앙SUNDAY는 지난 5일 이 전 장관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긴박하게 돌아가는 2018년 남북 관계를 조망해 봤다.

[신년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올림픽 참가는 도발 않겠다는 보증
한·미 동맹 생각만큼 취약하지 않아
마침내 동북아 운전석 앉은 한국
남북정상회담 지속 타진해야

 
북한이 연초 남북 회담에 갑자기 적극성을 보인 이유는 뭔가.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핵무력 완성은 미국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전략적 거부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다음 할 일은 유엔제재·압박으로 어려워진 국면을 돌파하는 것인데 남북 관계, 그중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유엔제재와 압박이 성과를 본 건 아닌가.
“제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 굴복해 비핵화 의사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이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받지만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왜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 하나.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제재를 받지 않은 적이 없다. 북한은 이미 내부에 재생산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제재를 받더라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기간처럼 되지 않는다. 평양·원산 취재기를 최근 JTBC가 보도했는데 국영상점에 중국 물건은 사라지고 대신 북한 물건이 차지했다. 외부의 제재·압박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먹고살 수 있는 내핍의 체질이 과거보다 강화됐다.”
 
9일 열릴 예정인 남북 고위급 회담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야기하면서 남북 관계의 포괄적 개선을 얘기했다. 현재 북한 움직임은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에 기초한 것이다. 회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대회 전 또는 대회기간 중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보증수표다.”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두고 한·미 동맹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지난해 11월 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미 조야에서 선제타격 주장이 커지고, 심지어 주한미군 가족 소개훈련 주장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다. 문 대통령은 성격이 신중하다. 그런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합훈련 연기를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일종의 전략적 결단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했다. 한·미 동맹은 북한이 분열을 기도한다고 분열될 만큼 취약하지 않다.”
 
한·미 훈련은 3월 겨울패럴림픽이 끝난 후 4월께 예정대로 진행될까.
“미군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간 훈련계획을 짠다. 4월 이후에도 당초 계획대로 고스란히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아닌 전문가로서 나는 ‘연기’를 ‘축소’로 얘기하고 싶다. 북한과 중국을 설득하고 북·미 대화, 6자회담 재개의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게 ‘촉진자(facilitator)’로서 한국의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에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등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한 데 대한 비판이 많은데.
“3불의 3가지는 미국이 요구해 온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의 미·중 패권 경쟁은 한국엔 재앙이라는 게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의 정체성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사드 갈등 해결 과정에서 중국에 생색을 내고 이번 기회에 ‘수용 불가’를 못 박는 게 중요하다고 결단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을 향한) ‘주권 선언’이다. 미국이 더 이상 이 문제로 우리에게 압박을 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북 회담 과정에서 정부가 구상 중인 창의적 해법은 뭔가.
“퍼포먼스가 때론 콘텐트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에 주요국 고위급 인사 초청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족을 포함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했다. 누가 올까. 내 생각엔 딸인 이방카가 올 것이다. 만약 북한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을 보낸다면 북·미 수뇌부 간 간접 대화가 성사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동양적 관점에선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다. 정부도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해 보려고 할 거다.”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국제사회 제재와 충돌할 수 있는데.
“남북 관계는 생물이지 않나. 북한이 몇 달 동안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환경에 맞춰 정부가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제재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본격적으로 대화 국면이 열릴 수 있다.”
 
한국이 마침내 ‘운전석’에 앉은 건가.
“그렇다. 운전석에 우발적으로 앉은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31일 사드 봉인 합의,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12월 문 대통령 방중을 거치면서 올 1월 김 위원장의 신년사까지 이끌어 냈다. 조심은 해야겠지만 명확한 목표가 설정된 이상 속도를 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나 특사 파견도 논의될 것으로 보나.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김 위원장을 서방에서 만나 대화해 본 사람이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김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말고 누가 있나? 김 위원장 생각을 알고 국제사회의 생각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만나야 한다. 올 상반기엔 지방선거가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하반기 개최를 목표로 계속 두드릴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특사 파견도 방법이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관련기사 
● 정부, 조명균 장관 등 5명, 고위급회담 명단 북에 통보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