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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북-중 분열론…"중국, '통일한국' 대비한다"

중앙일보 2018.01.06 09:1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 AP=연합뉴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남(對南) 화해 제스처’를 보인 가운데, 북·중 동맹의 균열은 갈수록 깊어진다는 분석이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FA) 신년호에 실렸다. 중국 인민해방군 내에서는 “한국전쟁이 재발하면 (인민해방군은) 북한군을 돕지 않고 오히려 억압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FA는 전했다.

미 외교전문가 FA에 “조ㆍ중 상호원조조약 더 이상 유효 안해"
中인민해방군 내부에선 "전쟁 발발시 오히려 북한 억압할 것" 주장도

 
FA는 1·2월호에 ‘중국이 북한을 돕지 않을 이유(Why China Won't Rescue North Korea)’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의 저자는 오리아나 마스트 조지타운대 교수. 이 기고문에서 그는 “북·중 동맹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out of date)”고 진단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북·중 관계는 근래 들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됐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이 한반도에서 도발한다면 조·중 상호원조조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the 1961 treaty will not apply)”이라고 수 차례 공언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조약은 북한과 중국 중 한 곳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상대국을 돕도록 명시한 조약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을 오갔던 마스트 교수는 현지에서 “조·중 상호원조조약을 이행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나 정책결정자, 군인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핵 미사일 폭발 시 떠오르는 검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핵 미사일 폭발 시 떠오르는 검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이미 인민해방군에서는 북한에 대한 여론이 얼어붙고 있다. 인민해방군 장교들은 “제2의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북한의 편(same side)에 서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군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억압하려고(opposing) 들 것”이라 밝혔다고 마스트 교수는 전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면 중국이 반드시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코너에 몰린 북한이 핵 무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한국군이 북한 내 핵 시설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핵 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고 그는 밝혔다. 
 
실제로 최근 중국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2의 한국전쟁’을 염려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근래 들어 가장 높아졌다”고 강조했고, 왕훙광 예비역 중장도 “언제라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포스트 김정은 시대’, 즉 ‘통일 한국’을 대비하고 있다고 마스트 교수는 진단했다. 단 한반도 통일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방한했던 시진핑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핵 개발 반대’에는 뜻을 모았지만 북한을 거론하진 않았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시진핑은 한국이 주도해 한국과 북한이 통일되면 주한미군이 인민해방군과 군사 마찰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포린어페어 신년호에 기고문을 실은 오리아나 마스트 조지타운 교수. 그는 중국군과 안보 전문가다. [조지타운대 홈페이지]

포린어페어 신년호에 기고문을 실은 오리아나 마스트 조지타운 교수. 그는 중국군과 안보 전문가다. [조지타운대 홈페이지]

 
마스트 교수는 끝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주문했다.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면, 북한에서 전쟁이나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북한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군이 북한의 핵 시설 지역에 미군보다 빨리 도착할 거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제공격 같은 군사작전의 비현실성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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