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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밀레니얼 세대가 ‘금수저’라고요?

중앙일보 2018.01.06 01:37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린다. 영국 한 싱크탱크가 17~35세인 이 세대가 행운을 타고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1946~65년 태어난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가 그 이전 세대보다 부를 많이 축적해 물려받을 게 많다는 설명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자기 집을 가진 비율이 75%에 달하고, 확정형 연금의 혜택도 받았다. 영국 전체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부모 세대를 둔 만큼 밀레니얼 세대가 상속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즐거워할 수만 없는 조사도 같이 발표됐다. 인구 고령화라는 복병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수명도 길어졌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예측된 평균 나이가 61세다. 자녀 결혼 때 전세금이라도 대줘야 한다며 부모의 허리가 휘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조기 상속이 일반적이지 않다. 젊은이들에게 부모의 재산은 환갑 때까지 ‘그림의 떡’일 거란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그때 가봐야 안다는 전문가도 나왔다. 50세 이상 온라인 커뮤니티의 카리 로즌 에디터는 “이번 조사가 중요한 사실을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 여성의 절반과 남성의 3분의 1은 언젠가 돌봄을 받기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네 명 중 한 명이 돌봄 서비스로 모든 재산을 다 쓰고 있다”며 “당연히 자녀에게 도움을 주면 좋지만 남겨 줄 게 없다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영국 젊은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야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업과 집을 갖게 될 것이란 얘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학자금 융자를 갚아야 하고 확실한 연금도 없어요.” 작가인 25세 레이철 호시는 먼 미래 이야기인 상속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했다. 부모들의 지갑을 불린 집값 폭등은 젊은이들에겐 집 장만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이유로 돌변했다.
 
오히려 주목되는 조사 내용은 밀레니얼 세대 내부의 격차다. 35세까지 자기 집을 장만한 이들의 80%는 부모가 자가 보유자였다. 반면 부모가 집을 갖고 있지 않은 젊은이들은 30대 중반까지 집을 갖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의 한 달 소득이 78만원으로, 2013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88만원 세대’란 말도 무색하게 ‘77만원 세대’가 머지않았다는 우려다. ‘자녀의 대학은 할아버지 재력이 결정한다’는 말이 회자하고, 증여의 나이가 61세보다 훨씬 빠른 한국이라면 저소득 젊은 층의 취업과 각종 주거 대책이 더 촘촘히 마련돼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미래를 주문만 할 일이 아니다.
 
김성탁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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