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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기름 없는 튀김기, 재범률 90% 낮춘 교도소 …

중앙일보 2018.01.06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블루오션 시프트

블루오션 시프트

블루오션 시프트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화제작 『블루오션 전략』 속편
세계적 성공 사례 한데 모아

'채찍과 당근' 전략 효과 적어
조직원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안세민 옮김, 비즈니스북스
 
이제는 좀 식상해지기까지 한 단어 ‘블루 오션’과 ‘레드 오션’. 경영학 개념이지만 중·고등학생들조차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이 됐다. 쉽게 풀어 블루오션은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 레드 오션은 경쟁자가 우글대는 시장을 말한다.
 
이 개념을 창시한 이들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다. 두 저자는 2005년 펴낸 『블루오션 전략』에서 기업들에 상어떼가 우글대는 레드 오션 대신 블루 오션을 공략하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400만 부 이상 팔린 이 블루오션 개념서 이후 12년 만인 지난해 9월 이들이 뭉쳐 다시 낸 책이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블루오션 시프트』다.
 
적절한 곳을 선정해 팀을 꾸리고, 현 위치를 파악하고, 도달할 목표를 설정하며, 도달할 방법을 찾아 이를 실행해 옮기는 과정을 단계별로 매뉴얼화해 보여준다. 저자들이 ‘블루오션 여정’이라고 표현하듯, 순서대로 따라 하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기름을 쓰지 않고도 튀김을 만들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기계 ‘액티프라이’를 개발한 프랑스 전자업체 사브, 과당 경쟁이 한창이던 브라질 휴지시장에서 ‘압축 휴지’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킴벌리 클라크 브라질 같은 성공 사례가 제시된다.
 
전 세계 400만 부 팔린 『블루오션 전략』의 후속편을 쓴 르네 마보안, 김위찬 교수. [사진 비즈니스북스]

전 세계 400만 부 팔린 『블루오션 전략』의 후속편을 쓴 르네 마보안, 김위찬 교수. [사진 비즈니스북스]

블루오션 시프트는 돈을 버는 기업에서만 유효할까? 그렇지 않다. 정부도 비용은 낮추면서 시민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공동체 갱생 프로그램’은 범죄를 학습하는 곳으로 전락한 교도소 개념을 확 바꿨다. 경범죄자들을 따로 나눠 군이 소유한 유휴 부지에 수용 시설을 만들고, 이들을 적절하게 교육하고 면회를 위한 가족 숙박 시설까지 제공했다. 그 결과 이들의 재범률은 90% 감소했고, 10년간 절감된 비용과 창출된 편익이 약 10억 달러가 넘었다.
 
자선단체도 블루오션 시프트를 적용하면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다. 수다쟁이 여사원이 24시간 침묵 약속을 이행해 500파운드 넘게 모금하는가 하면, 털북숭이 남성은 온몸의 털을 밀고 역시 500파운드 넘게 모아 기부했다. 1985년 설립된 영국의 자선단체 ‘코믹릴리프’가 만든 ‘빨간 코의 날’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코믹릴리프는 2년에 한 번 빨간 코의 날을 열어 지금까지 영국에서만 10억 파운드 넘는 돈을 모금했다. 1파운드를 주고 빨간 플라스틱 코를 산 일반인 기부자들이 과제를 이행하고 지인들로부터 모금한 돈을 기부하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이다. 코믹릴리프는 영국의 자선단체들이 늘고 기부액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 획기적으로 모금액을 늘렸다.
 
매뉴얼만 적었다면 그저 그런 경영 지침서에 그쳤을지 모른다. 저자들은 “어떻게 해야 구성원들이 블루오션 시프트를 하게 만들 수 있을까”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인간다움’이다. “조직개편이나 업무영역 조정, KPI(핵심성과 지표) 설정 같은 당근과 채찍 대신” 조직원들이 서서히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를 잘게 쪼개 제시하는 세분화 ▶현장을 통한 직접적인 발견 그리고 ▶공정한 절차를 든다.
 
남의 나라 얘기에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질 때쯤 부록으로 붙은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팩트, 신세계 코엑스몰의 별마당도서관 같은 국내 사례들이 현실감을 준다. 부록은 한국블루오션연구회가 사례를 모아 집필했다.
 
최지영 기자 choi.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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