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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의 글로벌 J카페]날씨와 돈...맹추위 덕분에 뜨거워진 국제 원유시장

중앙일보 2018.01.06 00:28
 날씨는 돈과 밀접한 관계다. 올겨울은 특히 그렇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그러자 난데없이 뜨겁게 달아오른 곳이 있다. 미국 뉴욕의 상품거래소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고공 행진 중이다. 4일(현지시간) 종가(최근월물 기준)는 전날보다 0.38달러 오른 배럴당 62.01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가격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얼어붇는 강추위에
유가 3년 만에 최고 수준 고공 행진

추운 날씨에 미국 원유 재고량 급감
정유업체 공장 가동률 크게 높아져

이란 반정부 시위 등 중동 지역 불안
OPEC 감산 여파로 공급은 축소

미국 경기 회복세로 수요는 증가세
OPEC, 6월 감산 지속 여부 재검토

 
 영국 런던의 ICE 선물거래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68달러를 넘어섰다. 전날보다 0.23달러 오른 68.0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역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기록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0.38달러 오른 62.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3년 만에 최고 가격이다. [중앙포토]

4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0.38달러 오른 62.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3년 만에 최고 가격이다. [중앙포토]

 
 
 직접적인 원인은 원유 재고가 크게 줄어서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통계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4억2450만 배럴로 집계됐다. 1주일 전보다 742만 배럴이나 줄었다. 2015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감소세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가정과 공장에서 기름을 많이 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브렌트유는 22%, WTI는 17%가량 가격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매서운 한파가 닥쳤다. 미국에선 나이아가라 폭포를 꽁꽁 얼린 한파가 동부 연안을 강타하고 있다. 바닷물이 얼면서 상어가 얼어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대서양 건너편의 유럽도 비슷하다. 프랑스에서만 2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거센 바람 때문에 항공기 운항까지 차질을 빚었다. 100년 만에 강추위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신이 나서 표정관리를 하는 업종이 있다. 정유업이다. 겨울철 난방유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3주 연속으로 높아졌다.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공장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추운 날씨는 봄이 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이다. 특히 이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제법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불거졌다. 20명 넘게 사망하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체포된 사람은 500명을 넘는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원유 생산량이 3번째로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국제무역센터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국제무역센터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중동 정책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정부의 최대 업적 중 하나였던 이란과 핵 협상을 파기해 버렸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활기가 돌았던 이란 경제가 다시 어려워졌다.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란 트럼프 선언도 중동 지역의 무슬림들을 분노하게 했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과 이로 인한 기름값 상승은 미국이 자초한 셈이란 지적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도 심각하다.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인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경제 위기로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다시 경제 위기를 깊게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런 와중에 OPEC은 원유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지난해 11월 중요한 합의를 했다. 하루 180만 배럴 규모의 생산량 감축을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OPEC은 오는 6월 감산 지속 여부를 다시 검토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썬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OPEC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와 감산 연장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조율사로 등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OPEC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와 감산 연장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조율사로 등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투자 담당자 마크 와킨스는 “현재로썬 투자자들이 국제 유가 상승에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며 “원유 공급이 회복되더라도 세계적으로 수요 측면에서 상승 요인이 확실히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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