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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전문점 창업 열풍 들여다 보니] 갓 구운 식빵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도전장

중앙일보 2018.01.06 00:02
소규모 창업 내세운 브랜드 10여개...2000~3000원대 낮은 가격에 손님 몰려


 
상가 분양이 속속 이뤄지며 창업이 봇물을 이루는 위례신도시 내 상점거리에는 새로 생긴 빵집만 5~6곳이다. 1km 남짓한 거리에는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두 곳이 자리잡았지만 200~300m를 걸을 때마다 새로운 빵집이 눈에 띈다. 이 거리에 들어선 ‘한나식빵’ ‘또아식빵’ ‘식빵이야기’ ‘블럭제빵소’ ‘빵사부식빵공장’ 등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식빵 전문점이라는 것이다. 이사온 지 1년째인 이지민(35)씨는 “두 세달 사이에 오픈한 빵집이 많아졌다”며 “처음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값이 싸고 종류가 다양한 식빵 전문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식빵 전문점 창업 열풍은 신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초부터 생긴 식빵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10여개에 달한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는 수십여 가지의 빵을 파는 데 반해 이들 브랜드에서는 오직 식빵만 판다. 매장마다 ‘빵 나오는 시간’을 사전에 공지해 때에 맞춰 ‘갓 나온 식빵’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는 것도 예사다. 앞서 2017년 한 해 창업붐이 일었던 대만카스테라나 핫도그 전문점과 비슷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사는 모습을 보고 가맹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루 평균 30~40건의 문의 전화를 받고, 가맹점 계약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식빵만 다루는 카테고리 전략으로 승부수
 
그동안 국내 제빵시장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소규모 빵집으로서는 대기업 공장의 대량생산 방식을 따라가기 어렵다. 또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네 빵집이 경쟁력을 잃다 보니 내세운 것이 식빵이다. 서울 통인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사실 가장 맛있는 빵은 종류를 막론하고 갓 구운 빵”이라며 “식빵 전문점 대부분이 매장 내에서 수제 생산하는 이유도 아무리 대기업 빵이라 해도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빵 맛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또아식빵’이나 ‘한나식빵’은 지역에서 맛있는 식빵으로 먼저 입소문을 먼저 탄 ‘동네 빵집’에서 출발했다. 이들 빵집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식빵만을 전문화한 ‘카테고리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일반적으로 파는 옥수수식빵이나 우유식빵을 넘어서 수십 가지의 식빵 종류를 선보인 것은 그 때문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며 식사 대용으로 빵을 찾는 가정이 늘어난 점도 식빵 전문점이 각광받는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식빵의 소매 매출액은 2012년 692억원에서 2016년 800억원대로 늘었다. 업계는 식빵 전문점의 활약이 두드러진 2017년에는 1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토스트용 식빵이 빵을 굽거나 잼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었다면 수제식빵은 고구마·밤·치즈·초코 등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손으로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동 보관 후에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다시 본래의 맛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정간편식 대용으로 식빵을 찾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식빵전문점에서 파는 식빵 한 덩이의 평균 가격은 2000~3000원대다. 그럼에도 유기농 국산 밀이나 호주산 프리미엄 밀 등 좋은 원료를 내세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다. 한 식빵 전문점 관계자는 “대기업 빵집에 비해 유통마진이 적다 보니 원재료에 투자하는 비중이 크다”며 “경쟁 브랜드가 많이 생겨서 좋은 원료를 쓰지 않으면 소비자의 발길을 붙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창업비용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절반 이하 수준
 
창업자 입장에서도 식빵 전문점은 도전하기 어렵지 않은 업종이다. 포장(take-out) 판매 중심인 식빵 전문점 특성상 10평 내외의 소규모 점포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1인 가구와 젊은층 비율이 높은 주거지 내 출점시 1억원대 초반에 창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식빵 전문점 관계자는 “냉장고와 오븐·발효기·믹서기 등 각종 장비와 인테리어비, 가맹비 등을 합쳐도 7000만~8000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상권에 따라 보증금과 권리금 등 점포 비용에 차이는 있겠지만 1억원대 창업이 가능한 점은 메리트”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창업에 드는 비용이 2억~3억원대에 달하는 것에 비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전문점은 “본사에서 2~3주만 교육 받으면 초보자도 쉽게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빵 전문점이 밝히는 식자재 원가율은 40% 수준이다. 여기에 임차료와 관리비 등을 제하면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25% 정도다. 월 매출 1200만원을 올리면 점주가 3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창업이다 보니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점주가 직접 구워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별도로 제빵사를 고용할 경우엔 일매출을 100만원 이상 올려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전 외식 창업 아이템처럼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6년 1L 커피, 과일주스, 대만카스테라, 핫도그 전문점 등이 유행을 타고 프랜차이즈 창업이 봇물을 이뤘지만 2017년 들어서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식빵은 주식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디저트 메뉴보다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미 역세권을 비롯한 주요 상권에는 식빵전문점 브랜드 10여개가 난립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차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허정연 기자(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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