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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성문 “30대에 1000억 재산 … 지금 물러나는 게 옳은 선택”

중앙일보 2018.01.05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J가 만난 사람
권성문 KTB 회장.

권성문 KTB 회장.

‘1세대 벤처 투자자’ ‘벤처 풍운아’ ‘은둔의 투자자’. 권성문(57) KTB투자증권 회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은 거의 없다. 권 회장은 1999년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을 사들여 투자전문회사인 KTB네트워크로 개편했다. 이후 지금의 KTB투자증권으로 성장시켰다.
 

19년 일군 회사 떠난 KTB증권 대표
자본잠식 회사 인수해 공들여 키워
‘투자 사관학교’ 명성 지키려 노력

직원·회사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
경영권 유지 못했다고 후회 안해

직원 폭행 사건은 무조건 내 잘못
스타트업 투자엔 본능적 감각 있어
누구든 협력 요청하면 도와줄 생각

그가 회사를 떠난다. 그는 주식 1324만 주(18.8%)를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에게 넘긴다. 1대 주주 자리는 이 부회장에게 넘어간다.
 
권 회장은 “제가 물러나는 게 회사를 위한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이 아닌 외부에 있다는 그는 4일 전화 통화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9년 몸담은 회사를 떠나게 됐다.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한국종합기술금융)를 인수해서 지금 모든 회사를 제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었다. KTB자산운용, KTB프라이빗에쿼티, KTB신용정보. 모두 공들여 만들어 지금까지 키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많은 임직원과 같이 해왔는데.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게 회사를 위해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경영권을 이어받을 이병철 부회장이 어떻게 KTB투자증권을 경영했으면 좋겠나.
“제가 얘기할 입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KTB는 투자회사로서 자랑스러운 ‘KTB 정신’이 있다. 1981년 탄생한 한국종합기술금융에서 시작해 우수한 투자 인력을 배출했다. ‘대한민국 투자 사관학교’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 과정에서 항상 투명하게 처리하고, 비리도 없는 전통을 지켜왔다. 이 부회장도 당연히 그런 점을 잘 유지하고 계승·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얘기해도 되는지 그런 부분이 좀 염려스럽다. KTB 이전 가지고 있었던 옥션과 잡코리아 지분 매각으로 30대에 충분히 먹고살 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1000억원 대의 자산을 모았다. 2010년 게임회사 엔도어즈를 2500억원 가치로 넥슨에 팔았다. 저는 항상 회사보다 더 부자였다. 초기에 위험이 큰 부분은 내 돈 들여서 파악하고 자신이 생기면 실행에 옮겼다. 지금 몇억원 배임·횡령 얘기가 나오는 데 제 입장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돌연 제3자에 지분 매각 결정을 내렸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어 이를 대비한 결정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 관련법 위반이 아닌 경우엔 처벌받는다고 해서 대주주 자격을 잃지 않는다. 해당 문제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서 충실히 소명하려 한다. 그렇지만 검찰 조사와 언론 보도가 저에게 상당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준 건 사실이다.”
KTB투자증권 규모

KTB투자증권 규모

 
지난달 말까지 지분 매입을 이어왔는데.
“지난달 초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간에 경영권을 유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제 3자가 지분을 사겠다고 나섰다. 이틀 동안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이후에도 지분을 사들였다.
“단기 매매 차익 반환 규정에 의해 12월 취득 주식의 매매로 생기는 차익은 전부 회사에 반환하게 돼 있다.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제3자 쪽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경영권의 안정적 이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입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주가가 너무 오르고 내리는 것도 부담이고 괜한 오해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제3자의 양해를 구하고 오히려 조금씩 10~20만 주씩 샀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은 4일 인터뷰에서 ’직원과 회사를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더는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이병철 부회장이 잘 경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은 4일 인터뷰에서 ’직원과 회사를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더는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이병철 부회장이 잘 경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이 부회장이 우선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경영권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게 됐다. 막판 계약 조건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제3자에게 매각하려던 그 조건대로 받아들여졌으면 했을 뿐이다.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원래 없던 요구를 해서 (매각을) 힘들게 하려던 게 아니다. 저와 같이 오래 일했던 사람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측근 몇 명(의 고용 보장)만을 무리하게 요구한 게 아니고. 모회사와 자회사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의 신분을 3년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지난해 8월 논란이 됐던 직원 폭행 사건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제가 그런 잘못을 한 것은 무조건 잘못이다. 이야기할 것도 없이 잘못이다. 퇴직금과 위로금을 주는 방식으로 합의가 된 사건이다. 그런데 1년 후 동영상이 공개됐다. 참담하긴 했지만 대응하다간 더 사건만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KTB투자증권 지분 매각 후 계획은.
“지금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아직도 얼떨떨한 상태다. 이 부회장이 KTB를 맡아 잘 이끌고, 제가 아꼈던 모든 회사 임직원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만 분명한 상태다.”
 
벤처 투자자로서의 계획도 그런가.
“저는 벤처에 대해선 본능적으로 관심이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누구든지 적극적으로 요청하면 도와주거나 그렇게 할 의사가 당연히 있다.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보람 중의 하나다. 그 부분은 당연하게 (계속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권성문 회장
1961년 대구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수출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동부그룹·한국종합금융에서 근무했다. 95년 인수·합병 중개회사인 한국M&A를 설립하며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섰다. 96년 봉제업체인 군자산업을 사들여 ‘미래와사람’으로 사명을 바꾼 후 벤처 투자에 뛰어들었다. 99년 그가 매입한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 지금 KTB투자증권의 모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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