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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UAE 의혹 해소의 '키맨' 칼둔 행정청장은 누구

중앙일보 2018.01.01 18:12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지난해 12월 9~12일) 목적에 대한 의문과 관련해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43)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UAE 왕세제의 최측근 지한파 기업인
EPL 맨체스터 시티 회장으로도 유명
자주 바뀌는 한국 장관 신뢰하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그가 실세인 건 맞다"
SK 최태원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박근혜 정부 때 UAE 원전 건설 연기돼

아랍에미리트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 [중앙포토]

아랍에미리트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 [중앙포토]

그의 이름은 지난달 31일 청와대가 임 실장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청와대 측은 “각종 의혹은 1월 UAE 왕세제의 측근인 칼둔 청장의 방한 이후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칼둔 청장의 방한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었던 청와대는 이날 그의 방한 일정도 공개했다.
 
앞서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에 대해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한 방문” “국제 외교 관례상 그 이유를 먼저 밝힐 수는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칼둔 청장은 UAE의 기업인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 FC의 회장으로 국제 사회에 알려져 있다. UAE 왕세제(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최측근으로 임 실장이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날 때 배석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달 10일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가운데)를 만나고 있다. 원전 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붉은 원)이 배석했다. [사진 샤리카24시 영상 캡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달 10일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가운데)를 만나고 있다. 원전 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붉은 원)이 배석했다. [사진 샤리카24시 영상 캡처]

원전 사업의 발주처인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일 뿐 아니라 정부소유 투자회사인 무바달라 개발 그룹 이사 등 정·재계 요직을 두루 맡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칼둔 청장과 관련한 질문에 “중요한 인물이다. 칼둔 행정청장이 실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칼둔 청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져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5년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와 12억 달러(약 1조280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를 수주한 이후 중동 왕족들과 친밀한 교류관계를 맺고, 중동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만들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SK그룹의 최고위 임원은 “최 회장과 칼둔행정청장은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나오는 “임 실장이 SK의 사업 문제 때문에 UAE를 방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SK 사업에 문제가 생겼으면 중동 지역에서 인맥이 넓은 최 회장이 칼둔이나 UAE 왕가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면 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최 회장은 2016년 11월 직접 UAE를 방문해 칼둔 청장과 만나 중동 지역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칼둔행정청장은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아부다비에 특사 자격으로 10회 넘게 방문했던 곽 전 위원장은 2011년 칼둔행정청장과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자원 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웠던 8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한 것도 곽 위원장과 칼둔청장의 친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칼둔 청장이 임 실장의 방문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만난 몇몇 인사들은 그가 지난 정부 때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시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근혜 정부는 UAE 원전이 이명박 정부의 공이라며 적극적으로 돕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함메드 왕세제 일행이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이 전 대통령과 오찬 약속을 잡았는데 이를 안 박근혜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와 오찬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 대신 총리와 점심을 먹으라고 하니 (왕세제 일행이) 밥을 안 먹고 그냥 가 버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원전 비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UAE는 자국 원전 공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고, 실제 UAE 원전 1호기의 준공은 1년 이상 늦춰지기도 했다.
2015년 중동 4개국 순방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무슈리프 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정상회담을 했다. 제3국 원전공동진출 협정서에 서명한 윤상직 산업자원부장관(오른쪽)과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왼쪽).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중동 4개국 순방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무슈리프 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정상회담을 했다. 제3국 원전공동진출 협정서에 서명한 윤상직 산업자원부장관(오른쪽)과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왼쪽). [사진공동취재단]

 
10여 년에 걸쳐 칼둔 청장과 관계를 맺어온 한 인사는 “그는 한국 대통령이나 장관에 대해 큰 관심을 안 둔다”고 말했다. 왕정 국가인 UAE로서는 한국의 ‘카운터파트’가 선거를 통해 자주 바뀌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칼둔 청장 입장에서는 과거 한국 장관이 와서 ‘처음 뵙겠습니다. 최 장관(2010~2011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입니다’하고 소개를 하고 갔는데 1년 뒤에 ‘another minister Choi’라면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UAE를 방문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에 다시 윤상직 장관이 칼둔 청장을 만나러 왔다. 칼둔 청장은 한국의 장관들이 원전 계약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UAE 원전 수주와 연계된 군사 협력(150명 아크 부대 파병)과 관련해서도 UAE의 요청이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현 정부가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군사 협력 수위를 조정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칼둔 청장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왕실에서 가장 신뢰받는 자문 중 한 사람이며 모하메드 왕세제와 긴밀한 관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1984년 주프랑스 UAE 대사였던 칼둔 청장의 아버지가 피살돼 모하메드 왕세제가 긴급 애도 성명을 내는 등 양 가문의 친분이 뿌리 깊다는 말도 있다.
 
박성훈·하선영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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