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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난 기술 모르니 당신이나 하라"는 동업자 피해야

중앙일보 2018.01.01 06:00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2) 
기술 보유자가 창업하려 할 때 기술 외적인 부분의 회사 운영을 도맡아 책임져 줄 동업자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곤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없다면 고객도, 시장도, 매출도, 수익도, 성장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영업네트워크와 자금이 필요하기에 이를 채워 줄 동업자를 찾게 된다.
 

기술 보유 창업자가 기술 외적 분야 동업자 구하는 법
창업 초기 50명까지는 창업가가 직접 채용에 간여해야

비기술 동업자를 선정할 때 자금과 거래선 외에 무엇을 눈여겨보면 좋을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비기술 동업자로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스티브 잡스가 여기서 말하는 전부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특정한 부분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경영 프로세스 전반 이해
잡다한 서류 업무는 말 그대로 잡다하다. 그런데 잡다한 것이 결코 잡다하지 않으니 문제다. 급여, 4대 보험, 고용 계약, 자금 관리, 대출 및 투자 유치, 채용 및 해고, 각종 수입 및 지출 정산, 대관업무…. 잡다한 것이 너무 많은데 실상은 잡다하지 않다. 기술동업자가 시간을 많이 투입할 수 없는 업무들이다. 관리를 위한 관리에 빠지기도 쉽다. 이런 업무를 직접 다하지 않고 자동화 또는 외주처리를 한다고 해도 관련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비기술 동업자가 기술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관련 기술 (정확하게는 기술 개발 과정)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방을 모르면서 최고급 일식집을 열면 스시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말이 있다. 일식집은 스시맨에 따라 그 경쟁력이 좌우된다. 스시맨은 고객들까지 데리고 자기를 이해해주는 일식집으로 연봉을 높여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식집은 스시맨에 따라 좌우된다. [중앙포토]

일식집은 스시맨에 따라 좌우된다. [중앙포토]

 
제품 개발 과정을 이해하는 비기술 동업자는 시장과 고객의 필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동업자와 무엇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잘 안다.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비기술 동업자가 원자물리학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피드백이냐 기술 개발이냐 우선순위를 조율해 최적의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기술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지 않으면서 “난 기술에 관심 없으니 당신이 알아서 다 하세요”라는 사람은 동업자로 적합하지 않다. 분업을 빌미로 상대 분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동업자가 아닌 초급 월급쟁이의 자세일 뿐이다. 동업은 계약에 따라야 하지만 단순 계약 관계 이상이어야 한다.


 
열정적, 세련된 소통 능력
개발을 마친 제품과 사업을 고객과 투자자 및 이해관계인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는 능력이 있어야만 소위 사업의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잘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알아서 쓸 거야.”라는 생각도 알아서 쓰게끔 만드는 시장과의 소통 능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토리화 시켜서 열정적으로 상대와 교감하고 공감할 줄 아는지를 살펴보아라. 
 
스티브 잡스는 기술에 관해 거의 문외한이었음에도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확신시키는 소통의 능력이 매우 뛰어났음을 기억하고 살펴보면 될 것이다. (사실 한국 대기업의 창업자들도 기술 배경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내부 역량을 외부에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아는 소통의 역량 못지않게, 고객의 피드백을 어떻게 내부에 전달해야 제품의 기술적 개선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지 아는 소통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투자도 해본 사람이 투자받게 마련
'될성 싶은 스타트업을 찾아라.'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롯데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 행사를 찾아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될성 싶은 스타트업을 찾아라.'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롯데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 행사를 찾아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일반 중소기업과 달리 빠른 성장을 통해 시장을 파고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이 부분은 너무나 중요해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벤처캐피탈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업무는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노동과 몰입을 요구한다. 첫 만남부터 주주 등재까지 신중함, 신속함, 정교함이 요구된다. 투자 유치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경험이 적은 창업가는 거의 풀타임 업무에 준하는 강도를 견뎌내야 한다.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한 동업자는 투자 유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투자 이전과 이후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회사의 핵심 역량과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런저런 사업 기회를 제안해올 수 있다. 이때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목표 시장 필드 경험과 적성에 맞는지 따져봐야
B2B와 B2C, C2C는 각각 다른 성격의 소통 방식과 고객 니즈, 구매 프로세스 등을 갖고 있다. 철강 사업을 잘한 사람이 소셜미디어 사업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각 사업분야에 따라 고객 획득 비용, LTV, 효과적인 유통 채널, 수익 구조가 다르다. 진입하려는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적성을 갖춘 사람이면 좋을 것이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특정 기능만 최소한의 요건으로 갖춘 초기 버전 제품)는 속도와 함께 각종 테스트를 위한 가설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유효한 가설을 설정하기 위해서라도 필드 경험과 적성은 꼭 따져봐야 한다.
 

 
인재 개발은 창업가가 직접해야
동업자까리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구인 및 채용 시스템. 장진영 기자

동업자까리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구인 및 채용 시스템. 장진영 기자

 
창업가가 지향하는 철학과 문화, 사업 방향을 공유하고 신뢰를 구축한 초기 임직원들은 회사의 성장과 도전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창업 후 최초 50명 정도까지는 창업가가 직접 채용의 전 과정을 도맡아 진행해야 한다. 채용계획, 채용공고, 면접, 설득과 심사, 채용, 채용 후 지원 등에 관해 동업자끼리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구인 및 채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기술창업가이던 非기술창업가이던 지난 호에 이어 우리가 지면을 통해 공유한 상대방의 역할을 동업하지 않고도 혼자 다 해낼 수 있다. 동업하지 않아도 되는데, 일부러 동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동업을 통해 자신의 기호와 적성, 경험과 역량에 따라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그렇지 않은 창업가에 비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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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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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필진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창업의 길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만만히 봤다가 좌절과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그 창업은 돈이 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소용돌이치는 기업 세계의 시대정신은 스타트업 정신입니다. 가치, 혁신, 규모가 그 키워드입니다. 창업에 뛰어든 분들과 함께 하며 신나는 스타트업을 펼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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