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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변창훈 납골당’ 다녀간 문무일 검찰총장

중앙일보 2018.01.01 03:00
문무일(56ㆍ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최근 고(故)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가 안치된 납골당을 찾았다. 대검 관계자는 1일 “문 총장이 연말 소수의 대검 간부들만 데리고 용인 오포 소재 추모공원을 다녀왔다. 지난해 12월 24일이 ‘49재’였던 터라 추모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검 간부들과 함께 찾아가
11월에는 홀로 다녀오기도
올해 검찰개혁 등 과제 산적
적폐청산 등 수사도 숙제로

지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에 파견된 검사였다가 ‘국정원 수사 방해’ 피의자가 된 변 전 검사는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6일 투신해 숨졌다.
 

대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총장은 영정 앞에서 묵념을 하고, 추모공원을 한참 거닐었다고 한다. “문 총장이 깊이 생각에 잠긴 듯 해 딱히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는 게 문 총장을 지켜본 이들의 전언이다.
 
후배 검사였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검찰총장일 때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다 숨진 고인의 납골당을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 총장은 지난 달에도 혼자서 추모공원을 다녀왔다고 한다. 문 총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후배 검사가 투신까지 해 총장으로서 많이 힘들어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문 총장은 유족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변 전 검사 빈소를 두번이나 방문했다.
 
변 전 검사가 있는 추모공원에는 최근 조은석 서울고검장(52ㆍ사법연수원 19기)도 다녀갔다. 고검 간부들과 함께 지난 12월 27일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변 전 검사는 서울고검 소속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다녀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조직 구성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픔을 겪은 검찰과 문 총장은 새해에도 여러 난제를 돌파해야 한다. 외부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개혁 요구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인 올해를 검찰개혁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당정청도 국회에 계류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의 올해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 바 ‘적폐청산’ 수사의 마무리에도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내 수사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수사 피로감과 일부 정치권 반발 등을 감안한 원론적인 발언으로 풀이됐지만, 이후 청와대나 여권은 ‘중단 없는 수사’를 강조해 애매한 모양새가 됐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에는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고발ㆍ수사의뢰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 ‘다스 의혹’ 등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도 확인해야 할 사안이 쌓여가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변창훈 검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댓글 수사'를 방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 검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직전 투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변창훈 검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댓글 수사'를 방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 검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직전 투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최근 검사들 사이에서는 문 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읊은 한시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7월 25일의 일이다. 
 
문 총장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대만의 동양학자인 난화이진(南懷瑾)의 한시를 읊었다.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 뽕잎 따는 아낙은 흐린 날씨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에선 ‘나오는대로 계속 수사하게 해달라’고 하고, 공안부는 공안부대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이래저래 문 총장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일훈ㆍ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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