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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늦게 일어나는 새도 괜찮다

중앙일보 2017.12.30 01:57 종합 25면 지면보기
윤석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4학년

윤석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4학년

드디어 졸업이다.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무엇이든 싱숭생숭하다. 마지막 시험을 치면서 답안지를 내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내는 순간 대학에서의 오랜 여행은 끝이다. 조금 더 학생의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마침표를 찍기 전 주위를 둘러봤다. 한 글자라도 더 적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서 좋은 직업을 위해 학점과 스펙에 목매던 예전의 나를 엿봤다.
 
시험이 끝난 뒤 도서관으로 향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집었다. 1학년 때 읽은 책이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남긴 쪽지는 9년이 지나서야 내 마음으로 전달됐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우리는 대학의 ‘알’을 깨기 위해 직업의 ‘부리’를 찾는다. 그리고 다른 새들보다 빨리 날기 위해 쉼 없이 벽을 두드리고 쪼아댄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며칠 전 대학 친구들끼리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공기업에 다니는 한 동기가 한숨을 쉬며 이직 고민을 얘기했다.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 없는 넋두리는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번듯한 직장을 구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 행복은 잠깐이라는 것에 꽤 많은 친구가 동의했다.
 
학보사에서 기자로 지내면서 새벽에 교내를 청소하시는 교직원을 돕는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다. 청소가 끝난 뒤 한 교직원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분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더니 “단순히 직업을 꿈으로 여기지 말고 평생 동안 이뤄 나가고 싶은 것을 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내 20대 여정에서 고민의 배낭을 쉽게 놓지 못하는 계기가 됐다.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직업을 알을 깨는 ‘부리’가 아닌 향해야 할 ‘신’으로 여기는 후배도 많다. 하지만 간곡히 말리고 싶다. 알을 깨기 전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평생 동안 이뤄 가고 싶은 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이 단련을 거쳐야 신을 향해 날 수 있는 신념이 생긴다. 그 과정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만큼 힘들지만 20대가 아니면 점점 더 어렵다. 남보다 늦어도 괜찮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는 많이 잡겠지만 벌레가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더 멀리 날기 위해서는 빠르게 알을 깨기보다 바르게 깨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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