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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리 사학 ‘부 대물림’ 끊을 사학법 개정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7.12.29 01:53 종합 29면 지면보기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비리·부실 사립학교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반감이 지금처럼 컸던 때는 없었을 것이다. 일부 사립학교들은 공공기관이라기보다는 설립자 개인의 왕국처럼 변질돼 버렸다. 학생들에게 사용해야 할 교육비를 횡령하는가 하면, 경영권을 남용해 각종 분쟁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제멋대로 대학을 구조조정 하는가 하면, 인사권을 남용해 눈엣가시인 교수와 직원을 내쫓기도 한다. 대학이 이렇다면 지식의 생산과 보급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대학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선진국의 흐름과는 정반대로만 달려가는 우리 사학들의 모습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일부 사학들의 불법과 일탈에
학생과 교직원은 고통받아도
설립자는 재산 빼돌릴 수 있는
사학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대학이 이래서는 사회와 국가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없다. 급기야 정부는 사립대학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사학비리 근절, 공적 기능이 강조되는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비리·부실 사립대학의 폐교 유도 등이 핵심 골격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의식의 변화와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학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는 공적 기관이라는 의식이 확고해야 한다. 사립대학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라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의식과 문화가 뒷받침돼야 그에 상응하는 제도와 법적 규율도 가능해진다.
 
사립학교법은 2005년과 2007년 각각 개정된 바 있다. 2005년 개정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는데, 뜻밖에도 사회적으로는 광기 어린 반발에 부닥쳤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한 야당은 장외투쟁을 벌였고, 일부 학교법인은 학교 폐쇄를 무기로 저항했다. 이런 분위기 아래 2007년 재개정되면서 희망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립학교법 개정은 금기어가 돼 버렸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우리 교육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대학 구조조정으로 인해 10여 개의 사립대학이 폐교되거나 학교법인이 해산되기에 이르렀다. 학교법인의 비리나 부실로 사립대학이 문을 닫는 경우 사립대학 구성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편입해야 한다. 가까운 대학이 아니라 먼 지역의 대학으로 가는 경우 엄청난 생활비 부담이 따른다. 심지어 새로이 편입한 대학에서 차별을 받기 일쑤다.
 
시론 12/29

시론 12/29

교원이나 직원들은 더욱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공급과잉인 현 상황에서 학교 폐교는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될 현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이들에 대한 사후 지원을 위한 재원도 거의 없다.
 
반면에 대학 폐교의 원인을 제공한 사립학교의 경영자는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는다. 이들은 정관을 통해 잔여재산까지도 빼돌릴 수 있다. 즉 학교법인 정관에서 잔여재산의 귀속자를 미리 정해 두면 가능하다. 최근 대학 폐쇄명령 및 법인 해산명령을 받은 서남대의 경우 정관에 ‘학교법인 신경학원 또는 서호학원’을 잔여재산 귀속자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 신경학원이나 서호학원은 서남학원과 설립자가 동일하며 현재도 설립자의 가족들이 경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 재산을 빼돌리는 것이 허용된다면 이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고통을 받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재산 대물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 다수 상정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국민의당) 위원장은 “교비 횡령 등 회계부정을 저지른 경영자 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해산 시 예외적으로 잔여재산을 국고 등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또한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잔여재산 처분 시 횡령 및 회계부정으로 인한 감사처분 금액을 국고 등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두 법안을 절충해 교육부가 수정 제출한 ‘사립학교법 제35조’ 개정안이 지난 20일 교문위를 통과했다. 실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서도 보았듯이 대학이 문을 닫는 경우 그 구성원들이 겪는 고통은 실로 심각하다. 따라서 이를 경감시키고 새로운 출발을 지원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차적 원인 제공자인 학교 경영자의 고통 분담도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가결돼 대학 구성원과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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