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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태양광, 이 정부 철학과 안 맞는다

중앙일보 2017.12.29 01:49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자신의 이념과 철학에도 맞지 않는 태양광을 밀어붙일까. 내가 이해하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은 ‘사람이 먼저’다. 이를 위해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삼고 부자 증세를 수단으로 쓴다. 대표적 경제 철학인 ‘소득주도 성장’도 애매모호한 포장을 벗겨내면 ‘가진 자의 것을 좀 덜어 덜 가진 쪽에 주자’는 로빈 후드식 의협심과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왜 그런가.
 

집·땅 가진 사람이 더 이득
세금으로 부익부 부추기나

태양광은 아직은 비싼 에너지다. 친환경이란 이유로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 공통이다. 일조량 많고 땅 넓어 태양광에 가장 적합하다는 호주도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문제는 그 보조금이 ‘가진 자’에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당장 서울시의 예를 보자. 올해 태양광 보조금은 45억원이었다. 그중 43억9000만원 거의 전액이 베란다형 미니 발전기 보조금에 쓰였다. 이 보조금을 누가 받나.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이다. 잠실에 사는 후배 L은 몇달 전 260W짜리 태양광 모듈을 설치했다. 그는 “60만원의 설치 비용 중 15만원만 냈다. 나머지 45만원은 시에서 보조해 줬다”고 말했다. 한 달이면 약 5000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3년이면 설치비용을 뽑는다. 그는 “집이 없었다면 태양광 모듈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 설비를 옮기기도 불편하고 3년 넘게 살지 안 살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금으로 집 가진 ‘부자’들의 전기요금을 대신 내주는 꼴이다.
 
지방은 더하다. 태양광 투자 열풍이 거세다. 일조량이 전국 평균보다 10% 정도 많은 충남 해안이나 전남지역이 특히 극성이다. 서산 간척지의 태양광 적합지는 지난달 평당 2만~3만원에서 한 달 새 5만~6만원으로 배가 뛰었다고 한다. 전남 신안 일대 태양광에 적합한 4000~5000평짜리 땅값도 몇 달 새 평당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 태양광 사업자는 “은퇴자들 사이에 태양광이 최고의 사업으로 꼽힌다”며 “20년간 연 8~10%의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수익은 정부가 비싼 값으로 태양광 전기를 사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적의 수익률을 올리려면 5000평 정도의 일조량 좋은 땅이 필요한데, 인허가 비용을 포함해 총투자비만 약 20억원이 든다고 한다. 웬만한 지주나 자산가가 아니면 동원하기 어려운 자금이다. 지금처럼 보조금 잔치를 벌이면 태양광은 곧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에너지란 오명을 쓰고 말 것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에만 약 7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게다가 전기를 적게 쓰는 단독주택에만 주로 적용했던 상계거래제도도 손본다. 공동주택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전기가 남으면 현찰로 고가에 사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태양광 전기가 남아도 정부가 되사주지는 않았다. 그만큼 부자 보조가 더 심해질 것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태양광 보조금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걸림돌이다. 지열·해양·바이오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힘들어진다. 보조금이 없다면 이런 에너지들은 태양광보다 조금만 효율을 높이면 된다. 하지만 보조금이 게임의 룰을 바꾼다. 다른 신재생에너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태양광’과 싸워야 한다. 애초 다윗과 골리앗의 경우처럼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의 목표가 ‘탈원전’인지 ‘태양광’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꼭 좌파·환경단체가 태양광 사업을 선점했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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