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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심 해결한다며 … 할머니들보다 단체만 주로 만난 TF

중앙일보 2017.12.29 01:37 종합 3면 지면보기
민주주의 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소속 대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주의 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소속 대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 TF 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이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TF가 위안부 문제의 출구가 아닌 또 다른 입구가 되어 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12·28 위안부 합의의 운명을 결정할 ‘피해자 중심’적 접근의 정의와 관련해 TF나 외교부는 아직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위안부 의견 수렴 기준 모호하고
지원금 수령자 입장 해석도 분분
위원장 “전부 만난다 한 적 없어”

TF 발표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말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 중심’적 접근을 위한 방법은 ‘피해자 의견 수렴’이다. 전날 오태규 TF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피해자 개념에 대해서는 각자 다를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볼 때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들을 같이 많이 말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TF가 할머니 전원을 면담했는지 질문이 나오자 오 위원장은 “(출범 회견에서) 제가 할머니들을 전부 면담하겠다는 말은 안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할머니들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답을 흐린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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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이제부터 (피해자 면담) 일정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한분 한분 다 의견을 들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TF는 피해자 중심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활동 과정에선 위안부 합의에 반대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같은 단체 관계자들 위주로 만나 왔다고 한다.
 
피해자 의견 수렴 방식도 변수가 많다. ▶다수결로 판단할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그에 따를 것인지 ▶단순 참고만 할지 ▶일본 정부 예산에서 나온 지원금을 이미 받거나 받지 않은 사망 유족들의 의견을 들을 것인지 등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측의 지원금을 수령한 피해자는 47명 중 36명이다. 생존 할머니 32명 중엔 24명이 해당한다. 이미 지원금을 받은 것이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오 위원장은 “돈을 받은 것이 그 합의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할머니들을 일일이 만나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판단기준이 없어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외교부의 입장도 분명치 않다. 노규덕 대변인은 관련한 질문에 “후속조치를 강구함에 있어 피해자·유관단체·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신중히 결정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피해자 의견 수렴은 중요하지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넘어 한 명이라도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합의를 유지할 수 없다는 식의 접근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가 출구 전략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정책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박 전 대통령 고소 계획”=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집 측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고소가 가능한지 등 법리검토를 하기로 했다. 
 
박유미 기자, 경기도 광주=김민욱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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