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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투기 안 잡히면 거래소 폐쇄”

중앙일보 2017.12.29 01:34 종합 6면 지면보기
홍남기 실장

홍남기 실장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공식화했다.
 

비트코인 40% 널뛰자 긴급대책
이름·계좌·주민번호까지 확인
실명 입출금 시스템 도입하고
1인당 거래 한도 설정도 검토

정부는 28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암호화폐 특별대책을 추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시장이 비이성적인 ‘묻지마식 투기’로 과열되고 있어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히 성탄 연휴에 비트코인 가격이 40% 가까이 급등락하자 정부가 서둘러 나섰다.
 
‘거래 실명제’ 실시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에서 가상계좌 활용은 금지한다. 현재는 암호화폐 거래소 입출금 과정에 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하는데, 가상계좌는 실명 확인이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성명·계좌번호는 물론 주민번호까지 확인 가능한 ‘실명 확인 입출금 시스템’을 도입한다. 같은 은행에 개설된 고객의 일반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법인 계좌 간 입출금만 허용한다. 만약 특정 거래소가 A은행에만 법인 계좌를 보유했다면 이 거래소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은 반드시 A은행 계좌를 보유해야만 한다.
 
만약 고객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A은행을 통해 거래소에 돈을 이체한다면, A은행은 주민번호를 이용해 고객이 미성년자나 비거주 외국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한 뒤 이체를 실행한다. 따라서 청소년이나 외국인의 거래는 차단할 수 있다. 세금 매기기도 쉬워진다. 지금은 개인별 거래 내용을 확인하려면 거래소를 거쳐야 하지만 실명 확인 서비스가 도입되면 거래소가 아닌 은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거래 상한 금액을 두는 방안도 앞으로 검토키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실명 확인 시스템이 마련되면 운영 성과 등을 종합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1인당 거래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앞으로 배제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모든 은행에 28일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신규 회원에게 새로운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것을 즉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기존에 개설돼 암호화폐 거래소와 거래 중인 가상계좌까지 당장 폐쇄하진 않았다. 기존 거래 고객은 내년 1월 실명 확인 시스템이 마련되면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지급결제 서비스 운영 현황도 전면 점검한다. 가입 과정에서 본인 확인 등을 소홀히 하는 불건전 거래소에 대해서는 은행권은 모든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사실상 불건전 거래소는 퇴출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초강력 카드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공식화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2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며 “앞으로 거래소 폐쇄 의견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무부를 중심으로 거래소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건 처음이다.
 
정부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 암호화폐 규제에 본격 착수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일시적인 거래소 폐쇄는 필요하다”고 찬성했다. 반면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너무 일찍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언급함으로써 오히려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거래소 폐쇄가 어렵다는 신호만 줬다”며 “정부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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