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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또 … 이번엔 정류장 시내버스 덮쳐 승객 참변

중앙일보 2017.12.29 01:24 종합 8면 지면보기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지고 총 15명이 다쳤다. [신인섭 기자]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지고 총 15명이 다쳤다. [신인섭 기자]

서울 도심에서 작업 중이던 이동식 크레인(기중기)이 시내버스를 덮쳐 1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28일 오전 9시40분쯤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 화진화장품 사옥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다. 높이 50m의 크레인이 5t짜리 굴착기를 건물 5층 옥상으로 들어 올리는 중이었다. 크레인이 균형을 잃고 도로 쪽으로 쓰러졌고, 크레인의 철제 빔이 정차 중이던 650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시내버스엔 승객 16명이 타고 있었다. 빔이 버스 중간 부분에 떨어지면서 버스 지붕이 찌그러졌다.
 

서울 등촌동서 1명 사망, 15명 부상
5t 굴착기 들어올리다 균형 잃어
이달 4번째, 올해 11번째 … 20명 숨져

숨진 50대 여성은 남편 여읜 가장
지체장애 둘째와 맏아들 홀로 키워

이 사고로 여성 승객 서모(53)씨가 숨졌다. 목격자들은 “하차를 위해 버스가 멈춰 서 있었고, 버스 중앙 쪽에 서 있던 사람들이 주로 다쳤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서씨의 오빠(55)는 “20대의 두 아들이 있는데 둘째가 지체장애가 있다. 아직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서씨는 3년여 전 상경해 강서구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남편과 아들들을 키우며 살다가 4년여 전 남편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 서울에 올라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서씨의 오빠는 “올해 서울 집을 정리하고 다시 고향에 내려와 자식들과 살겠다고 했다. 집이 처분이 안 돼서 계속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라며 흐느꼈다. 이어 “일터로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안다. 왜 하필 그 버스를 타서 그렇게 됐는지 황망할 뿐이다”고 말했다.
 
15명의 부상자 중 이모(61)씨가 심하게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며 나머지 승객들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딸은 “아버지가 머리 출혈이 심해 수술을 받으셨는데 다행히 고비는 넘겼다. 오늘 한의원에 가시다가 사고를 당했다. 버스를 탄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왜 내가 병원에 있느냐’며 이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에 의해 4층 높이까지 들어 올려졌던 굴착기도 도로 한복판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 추가 피해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크레인은 경사진 폐자재 위에서 작업했다고 한다. 크레인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굴착기를 들어 올리던 중 균형을 잃었을 때 나는 크레인 경고음이 ‘삐삐’ 하고 울렸다. 그리고 바로 옆으로 넘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철거 작업은 오전 8시 시작됐다. 새로운 건물 건축을 위해 기존 건물 2개를 철거하는 공사였다. 현장의 ‘건축 공사 개요’에는 지난 27일부터 신축공사가 시작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사고 당일까지 철거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버스 기사와 현장 관리인, 크레인 기사,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리업체 등 공사 관계자들을 조사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크레인 사고는 올해만 열한 번, 이달에만 네 번 발생했다. 이날 사망자를 포함해 올해 공사장 크레인 사고로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사고가 난 크레인의 정식 명칭은 기중기로, 앞서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보다는 작다. 올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난 크레인 사고는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했다. 크레인 충돌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타워크레인 설치·해체 노조 300여 명(경찰 추산)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후 장비 사용과 일몰 이후 작업 등 나쁜 작업 환경을 거부한다. 특별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열었다. 국토교통부도 27일부터 전국 타워크레인 공사 현장 500곳의 일제 점검을 시작했지만 이날 사고가 난 이동식 크레인은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
 
김준영·하준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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