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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보다 엄마 비만 때 아이 비만 확률 더 높아

중앙일보 2017.12.29 01:13 종합 15면 지면보기
서울 양천구 김모(7)군은 키 1m20㎝, 몸무게 38㎏으로 뚱뚱한 편이다. 체질량지수(BMI, 키의 제곱으로 몸무게를 나눈 값) 26.4로 비만(25 이상)이다. 김군은 4, 5세부터 비만이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항상 체중이 상위 1%에 들었다. 김군의 어머니 이모(37)씨도 비만이다. 이씨는 “엄마 체질을 닮아 아이가 비만인가 싶어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아직 어려서 다이어트를 시키는 게 어렵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건보공단 5~6세 11만 명 분석
엄마의 생활습관·식습관 영향 탓
부모 모두 비만, 대물림 확률 4.5배

엄마가 비만이면 아이도 비만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인 아빠보다 엄마가 더 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8일 2015~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만 5, 6세 아동 11만2879명의 비만과 부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공개했다. 부모가 다 비만인 아동은 1만1602명이다. 이 중 14.4%가 비만이다. 부모가 다 비만이 아닌 아동(3.2%)의 4.5배에 달한다. 소아 비만은 BMI가 같은 연령대 상위 5%에 들거나 2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엄마의 영향이 크다. 아빠만 비만일 때 자녀의 6.6%가 비만이다. 엄마만 비만이면 8.3%가 비만이다. 엄마만 고도비만(BMI 30 이상)일 때 아이의 15.2%가 비만이고, 아빠만 고도비만일 때 11.3%다. 엄마 비만의 영향이 약 1.3배 크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다수 가정에서 아빠보단 엄마가 자녀 육아를 책임진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지내면서 엄마의 식습관·생활습관이 아이에게 영향을 더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비만일 경우 아이의 비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하루에 TV를 2시간 이상 보는 비율은 엄마만 비만일 때 35.2%, 아빠만 비만일 때 27.3%다.
 
경기도 군포시의 전업주부 정모(38)씨 아들(5)은 키 1m13㎝, 몸무게 33.6㎏(BMI 26.3)으로 비만이다. 아들은 편식이 심해 채소 반찬은 대부분 남기고 고기·달걀·소시지만 골라 먹는다. 정씨도 비만이다. 그는 “나도 어릴 적부터 비만이라 아이가 커서도 뚱뚱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모의 비만 정도가 심할수록 자녀 비만에 더 큰 영향을 줬다. 부모가 둘 다 고도비만이면 영유아 자녀의 26.3%가 비만이다. 부모가 비만일 때(14.4%)의 1.8배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부모 비만-자녀 비만’ 비율이 제주가 19.3%로 가장 높다. 전남(17.5%), 대구·광주 광역시(16.9%) 순으로 높고 대전(11.1%), 전북(12.7%), 서울(12.9%)이 낮다. 문진수 교수는 “비만 유병률은 지방일수록 높은 편”이라며 “이런 지역이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기수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제주도가 학생·성인 비만율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 통계에서 입증돼 있다”며 “대도시보다 야채·과일 섭취율이 낮고, 대중교통이 덜 발달해 걷기 실천율이 낮은 게 높은 비만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부모의 이런 건강 행태가 영유아에게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 비만은 청소년·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비만이 되지 않게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진수 교수는 “소아비만 아동을 치료할 때는 반드시 가족도 함께 비만 예방 교육을 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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