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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우동 ‘인증샷’ 찍으러 저비용항공 타고 일본 간다

중앙일보 2017.12.29 01:01 종합 20면 지면보기
16조. 2017년 다사다난했던 여행업계 이슈를 총정리하는 숫자다. 한국은행이 198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2017년 관광수지는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 적자액이 150억 달러, 16조원이다. 적자의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은 줄었고, 우리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이 해외여행을 즐겼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HAD·사드) 체계와 북핵 이슈로 해외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 경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 패턴이 해외여행 호황을 불러왔다. ‘인증샷’ ‘먹방’ 여행지가 북적였고, 호텔업계는 규모의 경제에 매진했다. 여행 관련 이슈 다섯 가지로 2017년을 되돌아본다.
 

2017년 여행 트렌드 결산
국민 절반 2600만 명 해외여행
짧게 떠나는 식도락 여행 인기
사드 타격 제주엔 내국인 북적

# 2명 중 1명 해외여행 떠나는 시대
 
대통령 탄핵과 북한 핵실험 등 정치적 이슈 와중에 공항 출국장은 그 어느 해보다 붐볐다. 2017년 1~10월 누적 출국자 수는 2100만 명으로 2016년 총 출국자 수 2230만 명에 근접했다. 2017년 총 출국자 수는 2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국민(5100만 명)의 절반 이상이 출국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인구 1억2000만 명에 출국자 1800만 명에 그치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해외여행 선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인천공항 이용객은 올 한 해 6000만 명을 돌파했다. 히스로(영국)·창이(싱가포르) 등 세계에서 딱 6개 공항만 갖고 있는 기록이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유커 없는 제주 즐기기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북적거리던 서울 명동 거리는 그 어느 해보다 한산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이 2017년 3월 15일 한국행 단체 여행 중단 조치를 내리자마자 중국 여행사 사이트에선 ‘한국’과 ‘서울’이라는 단어가 실종됐다. 2016년(1~10월) 701만5000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같은 기간 353만7000명으로 딱 반토막이 났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유커 모시기에 나섰던 제주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제주도에 입도한 외국인 관광객 누계는 116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5.4% 감소했다. 대신 내국인이 채웠다. 올해 11월까지 제주에 입도한 내국인은 1247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0.4% 증가했다. 국내선 좌석(총 공급석)은 2017년 2728만 석(10월 누계)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만 석 이상 늘었다. 국내선의 85%가 제주와 내륙을 잇는 편이다. 유커는 빠졌지만 한산해진 성산일출봉과 우도 등에 내국인 여행자가 찾아들었다.
 
# 여행은 스튜핏? 아니 그뤠잇!
 
한국인 여행객으로 북적였던 일본 오사카. [사진 JNTO]

한국인 여행객으로 북적였던 일본 오사카. [사진 JNTO]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비단 여행만이 아니라 2017년 소비 트렌드를 함축한 단어다.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데 중점을 둔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이들이 늘었다. 욜로의 반대편에는 방송인 김생민이 일으킨 짠돌이 재테크 열풍이 있다. 극과 극의 소비 패턴이 ‘여행’이라는 테마 하나에 수렴됐다. 떠나긴 하되 적은 돈으로 떠나는, 이른바 가성비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
 
가성비 여행의 확산엔 저비용항공(LCC)이 큰 역할을 했다. 2010년 3%에 불과했던 LCC 국제선 점유율은 올해 11월 누적 기준 26.1%까지 올랐다. 국내선은 이미 대형항공사를 앞질러 60%에 육박했다. 가성비 여행객은 단거리에 집중적으로 취항하는 LCC를 타고 짧게, 자주 해외여행을 즐겼다. 한국관광공사의 2017 해외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여행 1회당 여행일수는 2013년 6.5일에서 2017년 5.9일로 감소했다. 반면에 해외여행 횟수는 2013년 1.2회에서 2017년 2.6회로 증가했다. 단거리 여행지 중 일본의 인기가 독보적이었다. 2016년보다 40%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난 560만 명(10월 누계)이 일본을 찾았다. 소셜커머스 티몬이 2017~2018년 1분기 항공권 예약 5만 건을 분석한 결과 인기 여행지 순위는 오사카·후쿠오카·도쿄 순으로 일본이 싹쓸이했다. 베트남·태국·홍콩·필리핀 등도 밀리언클럽(한국인 여행객을 100만 명 이상 유치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 찍으러, 먹으러 떠난다
 
2017년 대한민국은 인증샷 여행에 빠졌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방문객이 급증한 강릉 주문진. [중앙포토]

2017년 대한민국은 인증샷 여행에 빠졌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방문객이 급증한 강릉 주문진. [중앙포토]

‘인증샷’은 단순히 여행 중 유희를 넘어 그 자체로 목적이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131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행 관련 키워드 언급량 1위를 ‘사진’이 차지했다. 인증샷을 잘 찍을 수 있는 여행지가 덩달아 인기를 모았다. 인스타상에서 선호도 높은 인증샷 여행지는 부산 해운대와 제주 우도, 제주 애월읍 순이었다.
 
‘셀카’를 찍고 있는 여행객들. [중앙포토]

‘셀카’를 찍고 있는 여행객들. [중앙포토]

‘맛’도 강력한 콘텐트였다. ‘맛집’은 여행 관련 키워드 언급량 2위, SNS 전체에 소구되는 콘텐트 1위였다. 다시 말해 2017년 대한민국은 찍으러 가거나 먹기 위해 여행을 즐겼다. SNS 버즈량(온라인에서 언급한 횟수)과 내비게이션 티맵 최종 목적지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17년 가장 핫한 여행지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강릉이었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강릉, 주문진 등이 SNS 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강릉은 최종목적지 설정수 3위(제주·속초 순)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205%)로는 최대였다. 양양고속도로와 KTX 경강선 개통으로 교통편이 좋아진 게 강릉 인기에 한몫했다.
 
# 여행지가 된 호텔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중앙포토]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중앙포토]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발효 이후 서울시내 관광호텔은 2011년 148개에서 2016년 348개로 늘었다. 2016년이 가성비와 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비즈니스·부티크·디자인호텔의 시대였다면 2017년은 복합 리조트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숙박과 식음·쇼핑·레저 시설이 한데 밀집한 호텔 아닌 호텔이 전국 곳곳에 개장했다. 밖으로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여행지가 된 호텔이 등장한 것이다.
 
시작은 한국의 ‘마리나베이샌즈’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영종도 허허벌판에 들어선 파라다이스시티는 5성 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내세우며 2017년 4월 개장했다. 7월에는 부산 휴양의 중심지인 해운대를 벗어나 변두리 기장군에 힐튼 부산이 들어섰다. 북큐레이터를 둔 대형 서점, 식당가 등을 호텔 부지 안에 두고 있어 쉼과 오락을 호텔 안에서 즐기는 최근 트렌드를 보여줬다. 제주는 2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복합 플렉스 제주신화월드 개장으로 떠들썩했다. 9월 부분 개장했고, 2018년 1월 5성급 메리어트 호텔이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서울 한복판 용산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불케 하는 호텔 플렉스 드래곤시티가 들어섰다. 아코르 계열 호텔 4개가 모여 있으며 객실 수만 1700개에 이른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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