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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직격 인터뷰] ‘국뽕’도 아니고 현실 비틀지 않는 1000만 영화 나오나

중앙일보 2017.12.29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500만 돌파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
28일 서울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 일부 원작팬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영화가 원작 모방 대회는 아니지 않으냐“며 ’2편에서는 원작팬들의 불만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28일 서울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 일부 원작팬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영화가 원작 모방 대회는 아니지 않으냐“며 ’2편에서는 원작팬들의 불만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말 극장가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1000만 돌파에 대한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적 판타지 장르 개척 도전
관객이 원하는 건 드라마
CG 보다 이야기에 더 신경 써
신파가 꼭 문제라고 생각 안해

다세대 관객 겨냥한 팝콘무비,
팝콘 잠깐 내려놓게 하면 만족
돌아가신 어머니 떠올리며 연출
차기작은 할리우드 수퍼히어로물

 
‘신과 함께’는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7개의 지옥을 통과하며 심판받는다는 한국적 사후관을 토대로 한 인기 웹툰(주호민 작가)이 원작이다. 영화는 여기에 가족주의 코드를 더했다. 소방관 자홍(차태현)이 저승 차사 강림(하정우) 등의 인도로 사후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어머니(예수정) 등 가족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드러난다. 7개의 지옥을 실감나게 묘사한 컴퓨터그래픽(CG)의 기술력으로 한국적 판타지물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가운데 가족주의 코드가 대중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리는 식이다. 흥행과는 별개로 단선적인 캐릭터, 신파라는 혹평도 만만치 않다.
 
김용화(47) 감독은 100㎏의 추녀가 성형 미인으로 재탄생하는 ‘미녀는 괴로워’(2006)와 스키점프 팀 이야기인 ‘국가대표’(2009)를 연달아 흥행시키면서 대중성과 작품성의 균형 감각을 선보여 왔다. 따뜻한 휴머니즘이 장기다. 특히 뚱녀 분장이나 스포츠액션·군중신(scene)에서 CG 등 시각 효과 영역을 개척했다. 국내 최초로 디지털 캐릭터가 주인공인 ‘미스터 고’를 제작·연출하기도 했다. 그를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는 ‘CG 한류’를 이끄는 CG회사로, 이번 영화의 공동 제작사이기도 하다. 흥행 소감부터 물었다.
 
이 같은 흥행을 예상했나.
“사전 모니터링에서 관객 평가가 좋아서 나름 기대는 했지만 그보다 훨씬 반응이 빠르다. 맨 처음 블라인드 시사에서 5점 만점에 4.34, 4.44가 나왔다. 대중적으로 먹히는 얘기구나 희망을 가졌다.”(옆의 최지선 PD가 투자가 잘 되는 영화들의 평균 평점이 4.2 정도라고 거들었다. 영화는 1, 2편을 동시에 촬영했고 총제작비는 410억원. 추후 부가판권, 해외 세일즈 수익까지 고려하면 약 50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다. 2편은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다.)
 
사전 모니터링을 1500명 가까이 했다고.
“대중영화라면 다들 하는 건데, 이번에는 좀 많이 하긴 했다. 블루스크린 배경에 후시녹음 없이 대사를 자막으로 친 상태로 시사하기도 했으니까. 이해가 안 된다, 지루하다, 왜 있는지 모르겠다 등 관객들이 신별로 준 평가를 최종 편집에 참고했다. 최종 편집은 말하자면 3점을 4점으로, 4점을 5점으로 높이기 위한 과정인데 다 줄여도 내가 찍은 영화, 다 붙여도 내가 찍은 영화다. 내 고집을 안 피운다. 관객의 판단이 중요하고 영화만 잘 되면 되는 거니까. 마케팅 포인트를 잡기 위한 완성본 시사도 7000명 정도 했다. 대통령 여론 조사보다 모집단이 크다.”(웃음)
 
그런 과정에서 보면 한국 관객들이 제일 원하는 건 뭔가.
“드라마다. 센티멘털이라고 해야 하나. 정서적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준다. 물론 정서적 부분이 느닷없지 않아야 하지만. 감정들이 어떤 변곡점을 거쳐 해결되며 플로팅(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을 좋아한다.”
 
병든 노모 등 가족 얘기가 낡은 신파라는 지적도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얘기하는 작품이라 감정적이어야 했다. 그 감정이 강요된 슬픔인지, 자연스러운 건지는 보는 이들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어차피 관객 모두가 같은 생각일 수는 없고, 51의 반응을 쫓을 수밖에 없다. 또 감정이 진하다, 신파다라는 게 꼭 부정적인 어휘인지 잘 모르겠다.”
 
주 타깃층은 어떻게 잡았나.
“남녀노소 다 봐야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작의 성찰이 좋았고,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이 영화를 보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랐다. 팝콘을 먹다가 잠깐 팝콘을 내려놓는 정도의 심각함, 집중력이면 됐다. 대중과 소통하라고 남의 돈 받아서 하는 일이고, 편당 200억원 가깝게 들었는데 특정 코어 관객을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데뷔 때부터 내 영화의 기준은 15세였다.”
 
사회적 이슈나 시국을 다루는 흥행 트렌드와 거리가 있다.
“그런 쪽은 나보다 잘 만드는 감독이 많다. 나는 그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천착하고, 이면이 있는 나약한 인간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게 더 매력 있다. 대학(중앙대 영화학과) 때부터 좋아하고 닮고 싶은 감독들도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런, 로버트 저메키스 같은 감정과 기술을 잘 다루는 감독들이었다.”
 
6년 전 처음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는데.
“충성도가 너무 높은 원작이라 부담이 컸다. 유독 실화 베이스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이 판타지라는 장르의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나,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마블 영화가 너무 잘되는 거다. 그들보다 3분의 1~4분의 1 정도 예산으로 한번 도전해 보자 싶었다. 1, 2편을 함께 찍어서 VFX(시각 효과) 비용도 줄였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2003) 때부터 가족이 주제다.
“지구상에 새로운 인물·플롯·캐릭터·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 새로운 건 오직 새로운 관계다. 친구, 남녀, 가족, 라이벌 관계. 이 카테고리 중에 내가 제일 관심 있는 게 가족이다. 애증이 엇갈리는 아이러니한 관계다.”
 
가족 얘기엔 개인적 경험도 투사됐다고.
“유사 경험이 있다. 감독으로서 잘 모르는 감정을 하는 건 죄악이다. 관객은 나보다 크고 높은 존재다. 고통도 나보다 많이 겪었을 것이고, 학식도 나보다 높은 이가 많다. 인터넷 봐라, 정말 기발한 사람이 많다. 그런 이들을 영화로 설득해야 하는 거다. 전해 들은 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가 심연을 아는 감정만이 승산이 있다.”
 
어머니를 오래 병구완했다고 들었다.
“돌아가신 지 24년이 넘는데, 죽을 때 누가 가장 생각날까 하면 어머니다. 아, 이런 말하면 아내에게 이혼당하는 건가.(웃음) 어머니가 영화와 비슷한 병에 걸리셨고, 20여 년 동안 늘 아프셨다. 나는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지만 어머니가 짐스러웠고, 몹쓸 생각도 많이 했고, 그런 내 모습이 트라우마가 되기도 했다. 극 중 자홍(차태현)처럼 어머니한테 딱 한마디하려 만든 영화다. ‘엄마 잘못했습니다’라고. 편집할 때도 어머니 생각이 나서 힘들었다. 일부러 맨 앞에 앉아서 다른 스태프들이 내 눈물을 못 보게 했다.”
 
7개의 지옥을 구현한 CG 기술력이 할리우드 못잖다. ‘해운대’(물CG), ‘미스터 고’(털CG)처럼 어려운 CG 기술의 단계들을 뛰어넘는 영화들이 있었다. 이번 CG 작업의 초점은.
“영화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감정이다. 그렇지 않은 영화는 5분 이상 버티기 힘들다. 특히나 감정이 많은 영화니 최대한 CG의 이물감을 없애고 이야기에 잘 묻게 하자, CG 수준을 과시하기보다 이야기가 돋보이게 하자고 강조했다. 엔딩 부분에 ‘머니샷’이라고 엄청난 돈이 들어간 9분여 CG 장면을 덜어 내기도 했다. 이번 CG는 매치 무빙(실사·CG 합성기술)에서 애니메이션, 라이팅과 FX(특수 효과)까지 전 분야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야 가능한 수준이었고 협업 과정이 공정으로 자리 잡았다. 중요한 성과라고 자평한다.”
 
(7개 지옥을 형상화하기 위한 비주얼 콘셉트는 100여 개였다. 스케치한 그림만도 1000장이 넘었다. 가령 살인지옥은 고려와 조선의 유곽과 용암을 모티브로 했다. 액션의 경우 타 영화와 게임 등 레퍼런스들을 검토해서 콘티를 짜면 1차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프리 비주얼), 찍을지 말지, 찍는다면 어떤 카메라로, 어떤 동선으로 할지 검토하는 과정(테크니컬 비주얼라이즈) 등을 밟았다.)
 
‘CG 한류’의 선두주자다. 우리 CG 수준은 어떻게 보나.
"덱스터 스튜디오는 지난해, 올해만 7편의 중국 작품을 했다. 요즘 중국은 요구하는 CG 수준이 아주 높고 블록버스터도 라이브 액션 크리처물(디지털 캐릭터 실사영화)로 옮겨가는 추세다. 한국 CG는 기술력만 본다면 5년 안에 미국 영화를 다 하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 기술은 거의 다 왔다. 게다가 인건비는 3분의 1이다. 같은 기술을 4분의 1 예산, 10분의 1 인원으로 하는 거다.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전작 ‘미스터 고’의 실패의 교훈이라면(디지털 캐릭터인 고릴라가 주인공인 야구 영화 ‘미스터 고’는 야심 찬 한·중 합작 기획이었으나 흥행에 참패했다).
"기획적으로 기고만장했고 오만했다. 영화는 기획이 반인데,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설정이 애들 영화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다행히 벤처캐피털이 덱스터에 막대한 투자를 해줘서 영화를 잃고 회사를 얻은 셈이 됐다. 그때 누가 그러더라. 멈추면 실패, 멈추지 않으면 과정이라고.”
 
지난주 대만에서 개봉한 ‘신과 함께’가 박스오피스 1위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눌렀다(‘신과 함께’는 103개국에 선판매됐다).
"중국이 지역색이 강하다면, 대만은 아시아권의 바로미터 같은 시장이다. 대만에서 터지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일대가 비슷하게 움직인다. 울고 웃는 포인트가 한국 관객과 비슷해 흥미로웠다. 아시아 판타지 액션이란 점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김 감독은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인 스탠 리(Stan Lee)의 제작사 파우엔터테인먼트가 만드는 수퍼히어로물 ‘프로디걸(Prodigal)’로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다. 부자(父子) 영웅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시나리오 수정 단계로 내년 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VFX를 잘 이해하고 정서 전달에 강한 아시아 감독을 찾았다고 한다”고 그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CG 한류’의 전사로서 한마디 물었더니 갑자기 정색했다. "형평성을 내세운 나눠 주기식 정부 지원은 아무 효과도 없고 혈세 낭비다. 차라리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게 낫다.”
 
김용화 감독은 …
1971년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 2003년 ‘오! 브라더스’로 데뷔. 2006년 ‘미녀는 괴로워’, 2009년 ‘국가대표’ 각본·연출, 2013년 ‘미스터 고’ 제작·연출. 덱스터 스튜디오 대표.

 
양성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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