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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케줄 따라 맞춤훈련 … 설상 첫 금 캔다

중앙일보 2017.12.29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스노보드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금메달 후보인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가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스노보드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금메달 후보인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가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8일 오전 11시 정각.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22)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경기가 열릴 휘닉스 스노우파크 설원에 섰다. 올림픽 경기가 열릴 바로 그 슬로프는 아니지만, 설질·경사도 등 코스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춘 ‘쌍둥이’ 슬로프다.
 

스노보드 대표팀 훈련장 가보니
휘닉스 스노우파크서 ‘모의 고사’
심리적 안정 중요해 마인드컨트롤

온도·설질·습도 따라 기록 달라져
슬로프 환경에 맞는 최적 왁스 찾아

두세차례 라이딩하며 눈 상태 파악
“올림픽 코스 경험해 자신감 높아져”

출발지점에 선 이상호는 잠시 먼 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웠다. 얼굴은 점점 무표정하게 변해갔다. 운동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습관적·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이른바 ‘루틴(routine)’이다. 루틴을 “의미 없는 징크스”로 일축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문가 견해는 좀 다르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 조수경 스포츠심리연구소장은 “선수들이 간혹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 자신의 습관을 활용해 일관성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부정적인 생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팀 동료 김상겸(28)과 신다혜(29)도 루틴이 있다. 김상겸은 부츠를 채우기 전에 오른쪽 다리를 한 차례 털어준다. 신다혜는 열 손가락을 펼쳐 기를 모으는 듯한 동작을 취하며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이상헌(42)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은 “긴장을 해소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은 선수마다 다르다. 감독이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훈련과 대회 참가를 위해 전 세계를 떠돌던 스노보드대표팀은 지난 18일 귀국했다. 일주일간 휴가를 보낸 뒤 성탄절 당일(25일) 저녁 휘닉스 스노우파크에 모였다.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의 실전 모의고사를 치르기 위해서다. 26~29일 나흘간 평창올림픽 경기 당일과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맞춰 시뮬레이션했다. 기상 시간부터 식사, 워밍업, 레이스까지 모든 과정을 긴장 속에서 진행했다.
 
기상 시간은 오전 7시로 정했다. 월드컵 등 대부분의 국제대회가 대회지 현지시각으로 오전 9시 경기를 시작하지만, 평창올림픽은 정오에 시작한다. TV 시청률을 고려해 미국 지역 방송중계권자인 NBC가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대표팀은 이 일정에 맞춰 기상 시간을 다른 대회 때보다 늦췄다.
 
스노보드 금메달 이끌 3단계

스노보드 금메달 이끌 3단계

선수들은 기상 직후, 맨손체조 등으로 30분 정도 몸을 깨웠다. 아침식사는 오전 8시. 올림픽 기간에도 메뉴는 선수들이 원하는 한식 위주로 준비할 예정이다. 이상헌 감독은 “스노보드는 기온·습도·설질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는 민감한 스포츠”라며 “영양소를 고려한 식단도 좋지만, 경험상 원하는 음식을 먹고 기분 좋게 경기장에 들어서는 게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대 초·중반인 선수들은 제육볶음 등 육류 위주 음식을 선호한다.
 
본격적인 준비는 오전 10시 30분부터다. 스노보드 플레이트를 튠업마스터(tune-up master·장비 전문가)에게 보내 최종 점검을 받는 게 첫 번째다. 엣징(edging·플레이트 측면을 매끈하고 날카롭게 다듬는 것)과 왁싱(waxing·플레이트 바닥에 왁스를 칠해 성능을 향상하는 것)은 0.1초로 승부를 가리는 알파인 스노보드에서 승패의 중요 변수다. 지난해부터 대표팀 장비 유지 관리를 돕고 있는 공명화씨는 “스노보드에 사용하는 왁스는 종류가 수천 가지다. 경기 당일 온도와 설질, 습도를 고려해 최적의 왁스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며 “시행착오 끝에 휘닉스 스노우파크 특유의 슬로프 환경에 딱 맞는 왁스를 찾았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따라 할까 봐 공개하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왁싱과 엣징 작업 동안 선수들은 경기장 인근 연습용 슬로프에서 두세 차례 라이딩하며 눈의 질감을 익힌다. 결선 진출자 16명이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 특성상 기량 못지않게 심리적인 면이 중요하다. 내년 2월 24일 설상(雪上) 종목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상호는 “휘닉스 스노우파크의 설질은 유럽 스키장들과 확연히 다르다.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워 애먹었지만, 며칠 훈련하며 감을 익혔다”며 “올림픽 스케줄에 맞춰 몸을 만든 경험이 내년 2월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보드 대표팀은 31일 유럽으로 건너가, 2018년 새해를 오스트리아에서 맞이한다. 다음 달 5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새해 첫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상헌 감독은 “올림픽 코스에 대한 경험을 쌓으며 선수들 자신감도 한층 높아졌다”며 “이제부터는 과감한 변화보다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평창=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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