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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꼬치 구이 말고 꼬치 튀김 아시나요 ... 서교동 ‘쿠시카츠쿠시엔’

중앙일보 2017.12.29 00:01
‘쿠시카츠쿠시엔’의 대표 음식인 쿠시엔 오마카세. 손님의 성별·연령대 등을 고려해 구성한다. 보통 식기 전에 먹도록 한두 개씩 손님에게 내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5개를 한꺼번에 담았다. 이 접시는 남성에게 주로 나가는 차림이다. 왼쪽부터 돼지 등심·표고버섯·닭 안심·소 갈빗살·가지.

‘쿠시카츠쿠시엔’의 대표 음식인 쿠시엔 오마카세. 손님의 성별·연령대 등을 고려해 구성한다. 보통 식기 전에 먹도록 한두 개씩 손님에게 내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5개를 한꺼번에 담았다. 이 접시는 남성에게 주로 나가는 차림이다. 왼쪽부터 돼지 등심·표고버섯·닭 안심·소 갈빗살·가지.

황금빛 꼬치 튀김에 하이볼 한 잔. 입맛이 동하시는지. 꼬치 튀김 전문점은 나라 안에 10곳이 안 될 듯하다. 내가 아는 한 서울 강북에는 ‘쿠시카츠쿠시엔(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나길 18 서교동 대우미래사랑 108호/전화 02-322-6928/홈페이지 http://kushien.modoo.at)’이 유일하다. 물론 이자카야 메뉴의 하나로 꼬치 튀김을 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쿠시카츠(串カツ)는 재료를 꼬치에 꽂아 기름에 튀긴, 말 그대로 꼬치 튀김이다. 하이볼(highball)은 독한 술을 탄산수로 희석한 음료를 통칭했다. 근래에는 위스키를 탄산수로 희석한 술이라는 뜻으로 좁혀지고 있다.


치즈·사과·표고까지 바삭한 튀김 25가지  
기본 메뉴로 22가지 튀김이 있고, 날마다 1~2가지의 테스트 메뉴를 선보인다. 값은 하나에 1300~2500원(울트라 새우는 5000원)이다. 동물성으로 돼지·닭·소고기와 치즈·새우·소시지·메추리알이 있고, 식물성은 각종 채소와 표고·사과·고구마가 있다. 사이드 메뉴는 토마토나베(2만원), 닭다리살·닭날개 가라아게(각 1만원), 멘치카츠(1만6000원), 감자튀김·오이타타키·토마토(각 5000원)가, 식사 메뉴는 오차즈케(6000원)가 있다.
 
주인 김상호(43)씨는 첫 주문으로 꼬치 튀김 5가지를 주는 쿠시엔 오마카세(1만원)를 권한다. 거기에 하이볼 한 잔을 얹은 세트는 1만7000원이다. 하이볼 낱잔은 8000원을 받는다. 이 밖에도 맥주와 다양한 일본 술들도 구비했다.  
‘쿠시카츠쿠시엔’의 내부. 43㎡ 매장에 좌석 22석의 작은 점포다. 주인 김상호씨가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쿠시카츠쿠시엔’의 내부. 43㎡ 매장에 좌석 22석의 작은 점포다. 주인 김상호씨가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테이블 중간에 놓인 기본 세트. 소스와 덜어 먹을 그릇, 주문지, 오늘의 메뉴 안내판, 휴지가 놓여있다. 대나무는 사용한 꼬치를 담아두는 그릇이다.

테이블 중간에 놓인 기본 세트. 소스와 덜어 먹을 그릇, 주문지, 오늘의 메뉴 안내판, 휴지가 놓여있다. 대나무는 사용한 꼬치를 담아두는 그릇이다.

43㎡(13평) 면적에 바 테이블 12석과 별실 10석을 둔 작은 점포다. 문 여는 시간은 오후 6시~다음날 오전 1시(주방 마감 밤 12시)이며, 일요일에도 열었는데 지난 10월부터 쉰다.
 
가끔 들르던 집이지만 지난 21일 주인 김씨를 커피점에서 만나 2시간 30분 동안 얘기를 들었다. 다음날에는 오후 5시부터 영업 준비과정을 살핀 다음 8시까지 하이볼 한 잔을 곁들여 9가지 튀김과 토마토나베를 먹어봤다. ‘구두를 튀겨도 맛있다’라는 말이 있지만(김씨는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라 했다) 좋은 재료로 잘 튀긴 꼬치 튀김 쿠시카츠는 절제되고 기품 있는 맛을 보여줬다. 먹은 음식을 사진 설명을 겸해 먼저 소개한다.


어묵 국물에 푹 무르도록 익힌 무도 튀겨 
이베리코 돼지고기 항정살을 튀기기 위해 쌀가루를 묻혔다.

이베리코 돼지고기 항정살을 튀기기 위해 쌀가루를 묻혔다.

쌀가루를 묻히고 묽은 반죽에 담갔다 꺼냈다. 반죽은 쌀가루에 맥주를 섞어서 만든다.

쌀가루를 묻히고 묽은 반죽에 담갔다 꺼냈다. 반죽은 쌀가루에 맥주를 섞어서 만든다.

쌀가루 반죽에 담갔던 꼬치 고기에 거친 빵가루를 충분히 입혔다. 이 상태로 튀긴다.

쌀가루 반죽에 담갔던 꼬치 고기에 거친 빵가루를 충분히 입혔다. 이 상태로 튀긴다.

끓는 기름에서 튀겨지는 이베리코 항정살 쿠시카츠.

끓는 기름에서 튀겨지는 이베리코 항정살 쿠시카츠.

이베리코 항정살 쿠시카츠에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시큼한 파소스를 올려준다.

이베리코 항정살 쿠시카츠에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시큼한 파소스를 올려준다.

①이베리코 돼지고기 항정살 쿠시카츠에 파 소스: 고기는 소고기 살치살보다 지방질이 많아 보였다. 맛은 기름지지만 튀긴 고기는 육질이 단단했다. 시큼한 파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빵가루를 입힌 새우 꼬치.

빵가루를 입힌 새우 꼬치.

소금과 파슬리가루를 살짝 뿌려 나온 새우 쿠시카츠.

소금과 파슬리가루를 살짝 뿌려 나온 새우 쿠시카츠.

②새우 쿠시카츠: 튀겨서 소금을 살짝 쳤으니 간은 하지 말고 그냥 먹으면 된다. 거친 빵가루를 입혀서 튀겨 겉은 바삭하고 새우 살은 탱탱하다. 느끼한 음식에 약한 나는 두 번째부터 신호가 왔다. 중간에 파래 섞은 소금에 생양배추를 찍어 먹으니 맛이 달고 시원해 입가심이 됐다.
쿠시카츠의 느끼함을 달래주는 양배추. 소금을 찍어 먹으면 시원하다.

쿠시카츠의 느끼함을 달래주는 양배추. 소금을 찍어 먹으면 시원하다.

양배추나 튀김을 찍어 먹는 소금. 파래가 들어가 해초 향이 물씬 난다.

양배추나 튀김을 찍어 먹는 소금. 파래가 들어가 해초 향이 물씬 난다.

쿠시카츠 집에서는 양배추를 넉넉히 준다. 음식의 느끼함을 가시게 해주기 때문이다. 액체 소스를 공용으로 쓰는 일본 쿠시카츠 집에서는 소스를 한 번만 찍는 게 규칙이다. 소스가 더 필요하면 양배추에 찍어서 튀김에 바른다. 한국에서는 소스를 작은 그릇에 덜어 먹게 해놓아 양배추는 단순히 입가심용이다. 주인은 액체 소스보다 파래 들어간 소금을 더 추천했다.
주인 김상호씨의 득의작 연근 쿠시카츠.

주인 김상호씨의 득의작 연근 쿠시카츠.

③연근 쿠시카츠: 주인은 미리 알던 재료 맛과 튀긴 후의 맛이 가장 다르게 나온 게 연근이라고 했다. 연근을 이렇게 두껍게 잘라 요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며 “아주 만족스러운 채소”라고 칭찬했다. 가는 빵가루를 묻히고 연근이 약간 덜 익게 튀겼는데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균형을 이뤄 이중적 식감이 묘하게 어울렸다. 먹다 보니 연근의 섬유질이 솜사탕 가닥처럼 죽죽 뽑혀 나왔다. 우스터 소스를 바탕으로 만든 쿠시카츠 전용 소스를 찍어도 괜찮다.
닭 안심 쿠시카츠.

닭 안심 쿠시카츠.

④닭 안심 쿠시카츠: 고기에 바질 향을 약간 가미해 잡내를 잡았다. 기름기 없는 안심의 담백함이 튀김옷의 기름기와 어울려 맛이 차분하다. 소스는 기호에 따라 선택한다.
표고 쿠시카츠는 안쪽에 쌀가루 반죽을 바르고 새우 가루를 묻혀 튀겼다.

표고 쿠시카츠는 안쪽에 쌀가루 반죽을 바르고 새우 가루를 묻혀 튀겼다.

⑤표고버섯 쿠시카츠: 표고 안쪽에만 쌀가루 반죽을 바르고 말린 잔 새우 가루를 묻혀 튀겼다. 표고와 튀겨진 마른 새우 향이 어울려 향취가 고급스럽다. 갑각류 여린 껍질의 바삭함과 버섯의 쫄깃함도 미각을 한껏 돋운다. 새우 가루는 표고와 가지 튀길 때만 쓴다고 한다.
어묵 무 쿠시카츠는 현재 시험 중인 메뉴다. 김상호씨는 ’이런 것도 튀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개발하는 메뉴“라고 했다.

어묵 무 쿠시카츠는 현재 시험 중인 메뉴다. 김상호씨는 ’이런 것도 튀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개발하는 메뉴“라고 했다.

⑥어묵 무 쿠시카츠: 어묵 없이 만든 어묵 국물에 무를 토막 쳐 넣고 3시간을 졸였다가 식혀서 튀겼다. 양념해서 조린 무이니까 소스는 기호대로 선택한다. 이런 것도 쿠시카츠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현재 테스트 중이다. 무는 흐물거리도록 물렀지만 둘러싼 쌀가루 반죽과 빵가루의 바삭함이 섞이면서 뜻밖의 식감과 맛을 낸다.
아보카도 쿠시카츠에 와사비 간장 젤리를 올렸다. 시험 중인 메뉴다.

아보카도 쿠시카츠에 와사비 간장 젤리를 올렸다. 시험 중인 메뉴다.

한 입 베어 먹은 아보카도 쿠시카츠의 속을 보니 중심재료는 충실하고 튀김옷은 얇으면서 기름기가 별로 없다.

한 입 베어 먹은 아보카도 쿠시카츠의 속을 보니 중심재료는 충실하고 튀김옷은 얇으면서 기름기가 별로 없다.

⑦아보카도 쿠시카츠+고추냉이 간장 젤리: ‘버터 과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방·단백질 함량이 많은 열대과일을 4 등분 해 튀겼다. 튀김 위에 손톱만 한 젤리를 올려준다. 튀김의 온기로 젤리가 녹아내릴 때 먹으면 좋다. 고추냉이·간장·아보카도·튀김옷의 강한 맛이 충돌하면서 일구는 미각 4중창이 웅장하다. 아직은 시험 중인 메뉴.
반건조 농어 쿠시카츠. 시험을 시작하고 두 번째 튀긴 것이다.

반건조 농어 쿠시카츠. 시험을 시작하고 두 번째 튀긴 것이다.

⑧반건조 농어 쿠시카츠: 마포 ‘목포낙지’ 주인 최문갑(49)씨가 재료를 구해주며 튀겨보라고 해서 시험 삼아 두 번째 만들어보는 시제품이다. 김씨는 “흰살생선을 튀기면 맛이 잘 안 나 재미가 없는데(큰 생선은 그나마 낫다고) 반건조 생선은 좀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싱싱한 생선보다 살짝 마르면서 숙성된 생선 맛(굴비 같은)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는 잘 맞는 맛이었다.(목포낙지에 대해서는 [이택희의 맛따라기 ] http://news.joins.com/article/20373329 참조)
블루베리잼을 얹은 까망베르치즈. 잼을 얹은 건 김상호씨 아이디어다.

블루베리잼을 얹은 까망베르치즈. 잼을 얹은 건 김상호씨 아이디어다.

⑨카망베르 치즈 쿠시카츠+블루베리잼: 튀긴 치즈는 흘러내리기 직전 상태로 녹아있다. 향은 봄날 들판의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린다. 튀김옷이 그걸 가두고 있다. 일식에서 치즈를 튀기기는 하지만 튀김에 잼을 올리는 건 “여기 방식”이라 했다.


일본식 이탈리안 스프라고 할 수 있는 토마토나베. 토마토소스와 생크림소스를 섞어서 만든 로제소스 기반의 국물요리다.

일본식 이탈리안 스프라고 할 수 있는 토마토나베. 토마토소스와 생크림소스를 섞어서 만든 로제소스 기반의 국물요리다.

개인 그릇에 덜어놓은 토마토나베. 웃기로 올린 치커리 잎과 토마토·양파·소시지·호박·올리브 등의 재료가 보인다.

개인 그릇에 덜어놓은 토마토나베. 웃기로 올린 치커리 잎과 토마토·양파·소시지·호박·올리브 등의 재료가 보인다.

토마토나베: 배가 이미 불렀지만, 기사에서 설명하려고 사이드 메뉴로 가장 많이 나간다는 이 음식을 주문했다. 주인은 일본식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토마토소스에 생크림을 섞어 국물을 만들고, 토마토·새우·소시지·양배추·양파·피망·주키니호박·느타리버섯과 매운맛 내는 재료를 넣고 채소의 단맛이 잘 우러나오도록 뭉근하게 오래 끓여서 만든다. 새곰하고 달곰한 토마토 맛과 고소한 생크림이 시너지를 내 부드러운 고소함이 충만한 맛이다. 생 치커리를 한 움큼 올려 상에 내는데, 그게 가끔 씹히는 향도 기분 좋았다.
 
하이볼은 한 잔에 위스키 30mL를 넣으라고 본사(산토리)에서 권장하는데 45mL를 넣는다. 이곳에서 하이볼을 맛본 사람이 일본에 가서 먹으면 싱겁다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토마토나베를 초벌 끓이는 김상호씨.

토마토나베를 초벌 끓이는 김상호씨.

‘쿠시카츠쿠시엔’의 정규 메뉴를 적어놓은 메뉴판.

‘쿠시카츠쿠시엔’의 정규 메뉴를 적어놓은 메뉴판.

같은 듯 다른...일본음식의 다양한 튀김

일본요리에는 튀김이 여러 가지다. 우선 덴푸라(天ぷら)가 있다. 재료에 계란 물과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대표적 일본요리다. 흔히 초밥·메밀국수와 함께 '에도(도쿄의 옛 이름) 3미'로 꼽힌다. 다음은 가라아게(唐揚げ)다. 재료에 아무것도 묻히지 않거나 밀가루·녹말 등 마른 가루를 묻혀 튀긴 음식이다. 글자대로 풀면 ‘당나라 튀김’이다. 일본어에서 한자 唐·漢을 가라(から)라고 읽는데, 이는 명사 앞에 붙어서 중국 등 외국에서 건너온 것임을 나타내는 접두사로 쓰인다. 아게(揚げ)는 튀김이라는 말이다. 후라이(フライ)도 있다. 재료에 달걀흰자와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 개발한 서양식 요리다. 쿠시카츠(くしカツ)는 고기와 채소 등을 꼬치에 꿰어 기름에 튀긴 일본 커틀릿 요리다. ‘쿠시아게[串揚げ]'라고도 하는데 지역에 따라 재료·조리법·음식 형태가 다르다.
 
일본말로 쿠시(くし)라 읽는 한자 串은 꼬챙이, 또는 꼬챙이에 꿴 음식물 꼬치를 일컫는 말이다. 옥편은 ▷꿸 관 ▷꿰미 천 ▷땅 이름 곶 ▷꼬챙이 찬이라고 음과 훈을 밝혔다. ‘쿠시’의 어원은 아마도 우리말 ‘곶(바다 쪽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과 뿌리가 같은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도 곶이 많다. 백령도에서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갈 수 없는 땅 장산곶, 새해 첫날 울릉도·독도를 제외한 한반도 본토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간절곶, 여름철 한반도에서 해를 가장 일찍 볼 수 있는 호미곶이 많이 알려져 있다. 
 
‘곶’은 언어 현장에서 ‘고지’ 또는 ‘코지’ 형태로도 많이 쓰였다. 인터넷에서 ‘돌고지’를 검색하면 지명이 수십 건 올라온다. 돌이 곶을 이룬 지형이 있는 마을이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 성북구 석관동(石串洞)이다. 마을 남서쪽에 있는 천장산(天藏山) 한 줄기에 검정 돌들이 꽂이에 경단을 꿰어놓은 것 같은 지형이 있어서 ‘돌곶이 마을’이라 불렀는데 한자로 적으면서 석관동이 됐다.
 
쿠시카츠의 '쿠시'는 한국어 '코지' 사촌
‘코지’ 사례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해안의 섭지코지를 들 수 있다. ‘섭지’는 좁은 땅이라는 뜻의 협지(狹地)를 잘못 구개음화 했고, ‘코지’는 ‘고지’를 거센소리로 읽은 제주 방언이다. 우리말 ‘곶·고지·꼬지’ 계열의 낱말이 일본어에서는 ‘ㅗ’ 모음 대신 ‘ㅜ’를 선택해(원순모음화) ‘쿠시’로 정착한 듯하다.
 
카츠(カツ)는 고기나 생선을 밀가루·계란·빵가루 묻혀 튀기는 요리 커틀릿(cutlet)을 일본말로 읽은 카츠레츠(カツレツ)의 준말이다. 그러니까 쿠시카츠라는 말을 풀면 ‘꼬치 커틀릿’이 된다.
튀기는 과정에서 물러지기 쉬운 재료는 꼬치를 쪼개서 두 가닥으로 꿴다. 그렇게 하면 쌀 반죽을 묻힌 뒤에나 튀겨낸 직후 꼬치 끝을 잡고 좌우로 돌려 반죽이나 기름을 털어낼 때 효과적이다.

튀기는 과정에서 물러지기 쉬운 재료는 꼬치를 쪼개서 두 가닥으로 꿴다. 그렇게 하면 쌀 반죽을 묻힌 뒤에나 튀겨낸 직후 꼬치 끝을 잡고 좌우로 돌려 반죽이나 기름을 털어낼 때 효과적이다.

쪼갠 꼬치로 표고를 꿴 모습.

쪼갠 꼬치로 표고를 꿴 모습.

쿠시카츠는 출발이 전문적이거나 고급 음식이 아니라 배고픈 노동자를 위한 간식이었다. 꼬치구이와 돈카츠를 원용해서 재료를 꼬챙이에 꿰고, 양을 늘리려고 반죽을 두껍게 묻혀 튀긴 음식이다. 맛도 있으면서 적은 돈으로 배를 불리는 게 주목적이었다.
 
1970년대 유행한 한국의 길거리 음식 핫도그와 비슷한 경우다. 1929년(쇼와 4년) 문을 연 오사카의 이자카야 ‘다루마(=달마)’ 여주인이 처음 팔기 시작했다는 게 통설이다. 손님은 주로 오사카시 니시나리(西成)구 가마가사키(釜ヶ崎) 마을의 빈민 노동자들이었다. 가마가사키에는 지금도 2만~3만 명의 일용노동자와 노숙인들이 살고 있다. 오사카에서 식사나 간식용으로 생겨난 진득하고 기름진 음식(관서식)이 도쿄에서는 안주용으로 쓰임새가 달라져 바삭하고 경쾌한 스타일로 바뀌었다(관동식).
 
1930년대 오사카 빈민촌서 유래한 음식 
김씨는 “우리 집은 튀김옷이 얇고 바삭한 관동식이다. 쿠시카츠 처음 시작할 때 스카우트한 점장이 도쿄의 핫토리[服部]영양전문학교 출신이고, 도쿄의 쿠시카츠 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오사카·교토·고베 등 관서지방에서는 쿠시카츠라는 말을 쓰지만, 관동지역에서는 쿠시아게라고 많이 한다. 무 자르듯 나뉘는 건 아니고 관행적으로 그렇다. 우리 집은 상호는 쿠시카츠라고 쓰지만 음식은 쿠시아게 스타일이다. 손님 중에는 오사카 스타일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요즘엔 오사카에도 도쿄 스타일로 바삭하게 튀기는 집들이 있지만, 정통 오사카 쿠시카츠는 바삭한 걸 기대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다. ‘다루마’가 2014년 말 한국에 진출해 서울 강남과 홍대 앞에 가게를 냈었지만 1년 6개월가량 버티다가 2016년 초여름 문을 닫았다. 음식이 한국 사람 기호에 맞지 않았고, 값도 생각보다 비싸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큰 새우를 수염까지 고스란히 튀긴 울트라 새우 쿠시카츠. 하나에 5000원으로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쿠시카츠다.

큰 새우를 수염까지 고스란히 튀긴 울트라 새우 쿠시카츠. 하나에 5000원으로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쿠시카츠다.

오이를 두드려서 고추기름 소스에 버무린 오이타타키. 쿠시카츠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사이드 메뉴다.

오이를 두드려서 고추기름 소스에 버무린 오이타타키. 쿠시카츠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사이드 메뉴다.

‘다루마’가 문을 닫은 전후로 서울의 쿠시카츠 집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현재 서울에 영업 중인 정통 전문점은 ‘쿠시카즈쿠시엔’과 논현동 ‘쿠시마사(서울 강남구 논현로150길 35/전화 02-546-0456/저녁만 가능/쿠시아게 오마카세 1인 10만원)’가 있다. 양평동에 다른 음식과 꼬치 튀김을 함께 하는 이자카야 ‘쿠시가츠(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83/전화02-6339-1057)’도 있다.
 
2013년 막걸리 집 열어 음식장사 입문
김씨의 첫 음식 장사는 막걸리 집이었다. 2013년 4월 홍대입구역 8번 출구 부근에 있던 막걸리 집을 인수해 시작했다. 아는 사람과 동업하기로 했는데 그의 친구가 막걸리 집을 하고 있었다. 그쪽 얘기를 많이 듣고 ‘8도 막걸리’ 콘셉트로 방향을 잡았다. 상호는 일 년 내내 여일(如一)하라고 ‘3651’로 정했다. 동업자는 정식개업도 하기 전에 투자금을 빼서 철수했다. 둘이서 운영하려던 주막을 혼자 관리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막걸리 붐이 한번 일었다가 꺼지던 시기여서 장사가 잘은 안 되었다. 그해 7월 단골로 다니던 홍대 앞 놀이터 옆의 쿠시카츠 집이 3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았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일주일에 1~2회 꼴로 다니면서 이런 음식점을 해봤으면 좋겠다 생각한 곳이다. 그곳에서 일하던 점장과 직원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막걸리 주막 6개월 만인 9월부터 쿠시카츠 전문점으로 전환했다. 그때부터 주인은 그들에게 쿠시카츠 만드는 일을 배웠다. 
 
“튀기는 실습 3~6개월 하면 손님상에 낼 정도는 된다”고 말한 그는 “4년 넘게 했고, 지금도 튀기면서 아직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게가 좁고 튀김기는 하나뿐인데 손님이 몰리면 여러 가지 튀김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한다. 거의 동시에 만든 여러 종류 튀김이 문제없이 나오면 ‘아, 튀김이 뭔지 어느 정도 알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고민과 자신감 사이를 오갔다.
 
튀김은 미세한 시간·온도 차이로 음식의 완성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익는 정도를 정확히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작은 재료를 튀기다 보니 조건이 조금만 어긋나도 음식을 버려야 한다. 재료가 가진 풍미로 먹어야 하는데 튀기면서 그 특징을 못 살려내면 실패다.
꼬치 튀김 전문점 ‘쿠시카츠쿠시엔’ 입구.

꼬치 튀김 전문점 ‘쿠시카츠쿠시엔’ 입구.

상호에 담은 뜻은 '꼬치 튀김 만발한 동산'

2015년 7월 ‘3651’을 폐업하고 현재 자리로 옮겨 신규 사업자등록을 해 ‘쿠시카츠쿠시엔’을 개업했다. 처음엔 상호를 쿠시엔(串苑)으로 하려고 했다. ‘꼬치 동산’이라는 뜻이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쿠시카츠를 잘 모르는데 쿠시엔을 어찌 알랴 싶어 ‘쿠시카츠쿠시엔’으로 정했다.
갈은 소고기와 야채를 섞어 완자를 만들고 빵가루 입혀 튀긴 다음 데미그라스 베이스의 소스을 얹은 ‘멘치카츠’. 멘치는 다진 고기를 뜻하는 영어 민스(mince)를 일본어 식으로 읽은 말이다. 우리나라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는 흔히 ‘민찌’라고 한다.

갈은 소고기와 야채를 섞어 완자를 만들고 빵가루 입혀 튀긴 다음 데미그라스 베이스의 소스을 얹은 ‘멘치카츠’. 멘치는 다진 고기를 뜻하는 영어 민스(mince)를 일본어 식으로 읽은 말이다. 우리나라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는 흔히 ‘민찌’라고 한다.

일본 찹쌀떡을 튀긴 모치 쿠시카츠.

일본 찹쌀떡을 튀긴 모치 쿠시카츠.

꼬치가 꽃처럼 만발한 동산을 꿈꾸면서 이름을 ‘쿠시엔’으로 생각했기에 그는 날마다 새로운 꼬치 튀김을 실험한다. 매일 1~2가지씩 올리는 임시메뉴가 그것이다. 그걸 일본말로 ‘우라(うら; 裏)메뉴’라고 한다. ‘우라’는 뒤쪽, 안(감)이라는 뜻인데, 아직 뒤에서 준비하는 메뉴라는 말이다. 여러 차례 시험해서 괜찮겠다는 판단이 서면 우라메뉴로 올린다. 신약 개발할 때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하는 것처럼 손님에게 선보이고 반응을 살피는 과정이다. 메뉴판에는 없고, ‘오늘의 추천 메뉴’라는 안내문을 내놓고 주문을 받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정식 메뉴가 된 튀김이 이베리코 돼지고기 항정살과 소 갈빗살이다. 요즘은 일본떡(모치)·어묵 무·멘치카츠(다진 고기 완자 튀김)가 우라메뉴로 나오고 있다. 메뉴에 들어가도 1~2년 관찰하면서 반응이 안 좋으면 뺀다. 먹고 간 손님의 상을 치울 때 남긴 품목이 뭔지 살피다가 자꾸 남기면 메뉴에서 뺀다.
  
아직 정식 메뉴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개발한 메뉴 가운데서 뜻밖의 성공작은 어묵 무 튀김이다. 무를 두껍게 잘라 어묵 국물을 소스 삼아 3시간 조리고 하루 동안 냉장 숙성해 맛을 배게 한 다음 튀긴다. 국물은 어묵 소스 풀고 다시마·표고·매운 고추 등을 넣어 만든다. 실패작은 오사카 스타일로 만든 소고기 쿠시카츠였다. 값싼 부위의 고기로 꼬치를 만들고 반죽을 입혀 튀겼더니 질겨져서 먹기 어려웠다. 메뉴에 넣었다가 얼마 못 가서 뺐다.
 
쌀가루+맥주 반죽, 직접 찾아낸 노하우
김씨는 “튀겨서 맛있어지는 재료가 있으면 맛이 없어지는 재료도 있다. 등푸른생선은 참치만 빼고, 튀기면 맛이 떨어진다. 그동안 시험 결과는 실패한 재료가 더 많다. 메뉴에 올라온 건 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 오늘(21일)은 반건조 농어를 튀겨 볼 거다”라고 말했다.
  
튀김을 만들 때 재료에 간이나 특별한 양념은 하지 않는다. 새우류만 살짝 간을 하고, 냄새가 있는 재료만 향신료를 약간 쓸 뿐이다. 꼬치에 꿴 재료는 쌀가루에 굴리고, 쌀가루에 맥주 부어서 만든 반죽을 입힌 뒤 빵가루 묻혀 튀긴다. 쌀은 2년 전부터 쓰고 있다(쌀가루를 쓰는 사실은 외부에 처음 공개한다고 했다). 튀김 재료에 따라 겉에 입히는 빵가루도 달라진다. 굵은 빵가루(습식)와 그걸 갈아서 쓰는 가는 빵가루, 말린 잔 새우 가루를 쓴다.    
튀김 겉에 붙이는 거친 빵가루.

튀김 겉에 붙이는 거친 빵가루.

알갱이가 가는 빵가루.

알갱이가 가는 빵가루.

마른 잔새우 가루.

마른 잔새우 가루.

기름은 미강유와 콩기름을 섞어 쓰니 좋았다. 미강유와 쌀가루가 성질이 맞아 튀김이 눅눅하지 않고 맛이 경쾌하게 나왔다. 그런데 미강유는 너무 비싸다. 콩기름의 3~4배쯤 한다. 원가부담 때문에 쓰다가 빼고 지금은 콩기름만 쓴다. 튀기는 온도는 여름·겨울 기온에 따라 170~180도 사이에서 조정한다.  
기름 온도가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튀김기.

기름 온도가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튀김기.

튀김은 기름 관리가 맛을 좌우한다. 새 기름만으로 튀기기 시작하면 몇 번 튀겨 낼 때까지 고소한 맛이 올라오지 않는다. 전날 썼던 기름을 조금 섞으면 고소한 맛이 바로 나온다. 첫 손님부터 고소한 맛을 보게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튀김을 이로 베어 물었을 때 바삭하게 부서지면서 속 재료와 튀김옷, 거기 밴 기름 맛이 뒤섞이는 순간의 느낌이 관건이다. 튀김 먹는 사람이 맛을 느끼고 판단하는 포인트다.  
 
"재료는 한 가지씩 튀긴다" 확고한 철칙
그 순간을 위해 지키는 원칙이 있다. 쿠시카츠는 재료 한 가지 튀기기와 두 가지 섞어 튀기기, 두 갈래가 있다. 그는 한 가지를 고집한다. 두 가지 재료를 한 덩어리로 튀기면 맛있게 익는 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둘 다 최선의 상태로 튀길 수 없다. 돼지고기와 피망을 조합했을 경우 튀기는 데 적정한 온도와 시간이 다르다. 하나에 맞추면 다른 건 덜 익거나 너무 익는다.  
저녁 손님맞이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는 주방. 조리대 앞의 스시 냉장고에는 꼬치튀김 재료가 쌓여있다. 왼쪽부터 돼지 등심·닭 안심·소 갈빗살·새우·항정살·돼지갈비·양배추.

저녁 손님맞이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는 주방. 조리대 앞의 스시 냉장고에는 꼬치튀김 재료가 쌓여있다. 왼쪽부터 돼지 등심·닭 안심·소 갈빗살·새우·항정살·돼지갈비·양배추.

그는 “재료가 최선의 상태로 익지 않은 건 싫다. 그래서 한 가지씩 따로 튀긴다. 고집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쿠시카츠만 할 것이다. 메뉴 자꾸 늘려서 이자카야처럼 되는 것도 싫다. 사이드 메뉴가 있지만 쿠시카츠 안 시킨 손님이 주문하면 정중히 거절한다. 작지만 전문점으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다. 내가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쿠시카츠가 뭔지 사람들에게 참모습을 알리고 싶다. 이 일이 좋기는 한데 워낙 경쟁이 없어 아쉽고, 재미있지만 어렵다. 장사를 언제나 알 수 있을까. 막연하나마 죽기 전에는 알겠지 생각한다”고 도 닦는 사람 같은 말을 했다.
 
연말인데 경기가 시원찮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는 듯하다. 요즘 7시간 영업을 하면 손님이 2회전을 못 채운다.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는 게 보인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사람도 줄고, 차수도 줄고,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도 떨어졌다.
 
올해 들어 손님 많이 줄어..."나쁜 가장 됐다"
그는 “지난해(2016년)까지는 자정이 돼도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다른 업소들을 봐도 비슷하다. 젊은 손님들이 싼 집으로 몰리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홍대 앞에 있던 어느 주점이 안주를 싸게 팔아 손님을 끌었는데, 술은 적게 먹고 안주만 자꾸 시켜서 매출이 안 올라 결국 망했다. 우리 집은 2차 집 개념이 강하니까 맥주 몇 잔씩은 마셔줘야 계산이 맞는데 2~3잔 마시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개 한 잔이거나 콜라만 마시거나 한다. 이곳으로 옮긴 지 2년 반 됐는데 올봄까지만 해도 먹고 살 만큼은 벌었다. 하루 매상이 만석이면 50만원, 2회전이면 100만원이었다. 요즘은 만석이면 30만~40만원, 2회전이면 70만원 안팎이다. 집에 가지고 갈 돈이 별로 없다. 다행히 아내가 직장에 나가는 덕에 살림을 유지한다. 내가 나쁜 가장이 됐다”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성 취향에 맞춘 쿠시카츠 오마카세. 왼쪽부터 가지·돼지갈비·새우·아스파라거스·이베리코 항정살.

여성 취향에 맞춘 쿠시카츠 오마카세. 왼쪽부터 가지·돼지갈비·새우·아스파라거스·이베리코 항정살.

주인이 권하는 오마카세(お任せ)는 ‘맡긴다’는 말로, 주방장이 알아서 맛있게 챙겨 달라는 뜻이다. 손님들은 ‘오늘의 오마카세가 뭐냐’고 많이 묻는다. 내용이 고정된 게 아니다. 들어오는 손님을 보고 좋아할 것 같은 재료를 주방에서 골라 튀겨 준다. 어떻게 입맛을 일깨우느냐가 손님의 다음 선택을 좌우하기 때문에 눈치가 빨라야 한다. 못 먹는 거나 알레르기가 있는지 먼저 묻는다. 여성은 채소류, 남성은 고기나 치즈류를 대체로 좋아한다. 쿠시카츠에 기본으로 많이 쓰는 돼지 등심·항정살·닭 안심·새우 같은 재료를 중심으로 내는 편이다.
  
주인은 “화려함이 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재료의 맛을 충실하게 살리려고 한다.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 손님의 객관적 입맛을 맞춰 드리려고 노력한다. 재주 부리지 않고 식재료 맛이 최대한 살아나도록 하나하나 튀겨 가장 맛있는 시간에 먹을 수 있게 즉석에서 내 드린다. 그렇게 하는데도 손님들이 생각하는 내 경쟁 업소는 길거리 포장마차 튀김 집이다. 터무니없는 가격 비교를 한다. 소원 중 하나가 가격만 따지지 않는다면 정말 좋은 재료 이용해 쿠시카츠를 고급화하는 것이다. 좋은 참치나 투 플러스 한우고기를 튀기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며 자신이 들이는 공을 손님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걸 아쉬워했다.
  
그는 음식업자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유명 인사다. 메뉴가 특이하니까 먹어보려고 많이 찾아온다. 배우고 싶다는 사람도 제법 있다. 그는 사람 뽑을 때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조리 비전공자일 것. 둘째, 나이는 서른 넘어 이 일을 배워 자기 점포를 내려는 사람이다.
 
초등 1학년 때 이미 풍로에 라면 끓여 먹어
어려서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는 홍은동에서 보일러 가게를 하다가 외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해외 근로자로 돈을 벌러 나갔다. 어머니는 가게 일을 돕다가 아버지가 해외로 나가자 동네에서 이모와 와이셔츠 가게를 했다. 학교에 갔다 오면 늘 집에 혼자였다.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석유풍로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 2학년 때는 볶음밥도 해 먹었다. 생존요리 수준이지만 2~3학년 때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볶음밥을 해주기도 했다. 그는 “말이 볶음밥이지 아마 기름 묻힌 떡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음식점을 하지 않을 때도 가족들이 모이면 직접 요리해서 많이 먹었다. 한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스테이크나 파스타 같은 음식을 주로 했다.
  
그의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대학 무역학과 4학년 2학기인 2000년 은행에 들어갔다가 2003년 그만뒀다. 제약도 많고 구성원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조직문화가 성격과 맞지 않았다. 2004년부터 홍대 앞에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을 했고, 2009년에는 집도 근처로 이사해 살고 있다.
 
은행을 그만두고는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스크린을 터치해 순번표를 뽑는 ‘지능형 순번기’를 개발했다. 2006년까지 2년 동안 연구 개발해 특허등록을 하고 기계를 만들어 은행에 팔았다. 우리나라에서 점포가 가장 많은 은행에 먼저 납품했다. 돈을 좀 버는가 싶었는데 좁은 시장에 경쟁업체는 많고, 대기업 계열회사가 신규 진입하면서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나눠 업계 아는 사람들에게 주고 2007년 사업을 정리했다. 투자한 돈을 겨우 회수한 수준이었다.
돼지 등심을 꼬치에 꿰는 김상호씨.

돼지 등심을 꼬치에 꿰는 김상호씨.

"튀김에 인생 걸고 마지막까지 가겠다"

정리를 결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 하반기 무렵 시작해 섬유 프린팅 회사를 만들었다. 섬유 무늬를 디자인하고 환경 문제가 없는 날염을 함께 하는 사업장이었다. 2016년 말까지 계속했다. 3년 반 넘게 두 가지 사업을 병행하다가 이제는 튀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대학 졸업하고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치면서 그가 이번처럼 한 가지 일을 오래, 진중하게 한 경우는 없었다. 어린 시절에 하던 생존요리가 늧(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 일의 근원)이 되었을까. 지금은 ‘생업요리’를 하는 그가 말했다. “이 일에 인생을 걸고 마지막까지 삶을 불살라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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