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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법시험 폐지 '합헌'…역사 속으로 사라져

중앙일보 2017.12.28 17:54
사법시험을 존치해달라는 헌법소원이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가 위헌이라며 사시 준비생 A씨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지난달 7일 3차 시험 합격자를 낸 사법시험은 오는 31일로 완전히 폐지된다.
 

사시 준비생들 헌법소원 5대 4로 기각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 합헌 결정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최소화" 판단
반대 의견 4인 "폐지 대신 문제점 개선"

법조계 환영·아쉬움 교차 속에
"반대의견 의미 무겁게 받아들여야"
사시 폐지 반대 진영 "입법투쟁 계속"

다수 의견에 선 김이수‧강일원‧서기석‧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사시 폐지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사시 폐지 합헌 결정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재판관들의 의견은 5대4로 갈렸고 다수의견의 취지는 이번과 같았다.  
 
재판관 5명은 “사시가 대학에서의 법학교육과 제도적으로 충분히 연계되어 있지 않아 이를 존치할 경우 법학교육 정상화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시 폐지에 앞서 8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장학제도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법으로 규정돼 있어서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법시험 폐지 위헌확인 소송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법시험 폐지 위헌확인 소송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반면 지난해 9월에도 반대 의견을 냈던 이진성 헌재소장과 조용호‧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이번에도 사시 폐지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이유를 별도로 쓴 반대의견에서 “로스쿨의 장학제도만으로는 고액의 등록금을 해결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사시 응시자격이나 횟수를 제한하는 등 사시제도를 폐지하지 않고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해 사시를 폐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3명의 재판관도 “사시와 로스쿨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경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게 하는 것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법조 직역에 진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며 “사시 폐지는 경제적 약자에게 존재하던 법조 직역 진출의 기회조차 차단함으로써 형식적 평등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헌재 결정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법조인들은 그러나 반대의견을 법조계와 로스쿨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시 폐지를 찬성해온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이상 투 트랙으로 가는 건 너무나 혼란이 많다”며 “(찬반 의견이) 비등한 것은 로스쿨의 개선점이 많다는 의미다. 로스쿨들이 이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여서 입학 절차와 교육과정 등을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헌재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했다”면서도 “로스쿨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회원들이 사시 폐지를 합헌 결정한 헌재를 규탄하고 있다. 유길용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회원들이 사시 폐지를 합헌 결정한 헌재를 규탄하고 있다. 유길용

 
반면 지난 9월 사시 폐지 위헌소송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나승철 전 서울변회 회장은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 정책을 하다 보니 계속적으로 헌법소원이 진행되는 것이다. 아마 또 제기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도 “꼭 사법시험이란 명칭이 아니어도 일본식의 예비시험이라든지,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성명을 내고 “선례를 재확인한 헌재의 결정은 사시 존치를 찬성하는 절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학교수회는 “(반대의견이 많은) 이번 결정은 사시 존치의 문제가 더욱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심층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헌재 결정에 따라 사시 준비생들의 법정 투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준비생과 사시 폐지 반대 진영은 앞으로 입법투쟁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법학교수회는 내년도 국회에서 사시를 대체할 수 있는 ‘로스쿨의 우회로에 관한 새로운 법안’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도 이날 선고 직후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은 사시 부활이 위헌이란 뜻은 아니다”며 “사시 존치를 국회 입법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길용·문현경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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