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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부터 60대까지…'니퍼트 고마웠어요' 광고 동참

중앙일보 2017.12.28 17:0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들이 팀을 떠난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6·미국)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신문 광고를 실었다. 
 
 
28일자 중앙일보 B12면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 사진과 함께 '우리 마음속 영구 결번 베어스 40번, DUSTIN NIPPERT(더스틴 니퍼트)'라는 제목이 달린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이 광고에는 '선발투수로서 그라운드에 서서 유니폼을 고쳐 입으며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지던 모습. 위기의 순간 삼진처리를 해내고 수비해 준 동료들을 기다리며 그들의 도움도 잊지 않던 모습. 경기 후 피곤함에도 팬들과의 만남은 소중히 하던 그 모습.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도 야구를 통해 즐거움과 희망을 주던 당신은 푸른 눈의 한국인. 당신과 함께 한 그 모든 순간은 감동이었습니다. 베어스의 에이스, No.40 니퍼트! 우리 마음 속 영구결번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꼭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라는 글이 적혀있다. 
 
신문에 프로 스포츠 관련해선 주로 우승 광고가 실린다. 특정 스포츠 인물에 대한 광고는 지난 2011년 6월 김경문 감독이 갑자기 두산을 떠날 때 한 일간지에 실린 '굿바이, 김경문 감독님'이 있었다. 역시 두산 팬들이 십시일반 모아 게재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 선수, 그것도 외국인 선수 광고는 니퍼트가 처음이다.  
 
두산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실은 니퍼트 광고. [중앙포토]

두산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실은 니퍼트 광고. [중앙포토]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7시즌을 두산에서 뛰었던 니퍼트는 최근 두산과 결별했다. 두산은 니퍼트가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기량이 떨어진데다 높은 몸값으로 인해 고심 끝에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은 210만 달러였다. 대신 두산은 지난 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투수 조쉬 린드블럼(30)과 계약했다. 
 
2m3㎝·103㎏의 당당한 체격이었던 니퍼트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볼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7년간 185경기에 나와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2016 시즌에는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활약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런 막강한 실력에 야구 팬들은 니퍼트에게 니퍼트 이름과 하느님을 합친 '니느님'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2015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니퍼트는 반한국인이었다. 그는 종종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두산 니퍼트

두산 니퍼트

 
그래서 니퍼트를 사랑했던 두산 팬들은 팀을 떠나는 니퍼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광고를 통해 알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기획을 주도한 두산팬 박성기(48)씨는 "니퍼트는 더 좋은 조건으로 팀을 옮길 수 있었을 때도, 두산에 남아준 고마운 선수다. 그래서 고마움을 꼭 표시하고 싶었다"며 "12월 중순부터 친한 두산 팬들과 모금 운동을 벌여 니퍼트 광고를 게재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산 공식홈페이지 팬게시판을 비롯해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공지를 띄웠다"고 전했다. 
 
잠실야구장 두산베어스선수단 출입문 쪽에 붙여놓은 니퍼트에게 보내는 메시지. [사진 두산팬]

잠실야구장 두산베어스선수단 출입문 쪽에 붙여놓은 니퍼트에게 보내는 메시지. [사진 두산팬]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금액을 5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10세 초등학생이 낸 500원부터 61세 남성팬이 낸 5만원까지, 총 200여명이 참가했다. 박씨는 "두산팬 디자이너가 무료로 광고를 만들어줬다. 니퍼트가 외국인이라서 영어로 제작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니퍼트는 우리에겐 한국 선수나 마찬가지라 한글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광고를 액자에 넣어 니퍼트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그는 "니퍼트가 다른 팀에 가도 상관없다. KBO리그에서 '10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워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며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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