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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대통령 측근의 길

중앙일보 2017.12.28 02:03 종합 32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지난해 7월이었다. 임종석(51)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53)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북한산 회합’을 가진다. 가까운 지인 몇몇도 함께였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는 식당에서 그들은 취했다. 한 참석자는 “분위기가 좋아 밤새 술을 마신 것 같다”며 “정말 마음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복귀설·갈등설 불거지자 직접 나선 양정철
측근, 어떤 상황서든 초심 잃지 않는 게 중요

앞서 문재인 캠프가 꾸려지면서 임 실장을 영입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임 실장이 흔쾌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임 실장이 “양비(양 전 비서관의 약칭)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가 그 회합이었다. 영입 얘기가 나온 후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양 전 비서관은 그 후부터 임 실장을 여러 차례 찾았다. 당시 임 실장도 고민이 있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그만둔 후였고, 뭔가를 해야 할 때였지만 선택이 쉽지는 않았다. 박원순 시장과 함께 1년여를 일한 뒤여서 더욱 그랬을 수 있다. 당시 임 실장을 향해선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측에서 ‘러브 콜’이 상당했다고 한다. 그런 임 실장에게 양 전 비서관이 들인 공도 적지 않았다. 임 실장도 사석에서 양 전 비서관에 대해 “정말 깊은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했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어떤 날은 양 전 비서관이 찾아와 사무실에서 아무 말도 않고 잠시 자고 간 적도 있다고 한다. 결국 임 실장은 그해 추석 이후부터 문재인 캠프에 출근한다. 임 실장이 캠프 비서실장을, 양 전 비서관이 부실장을 맡는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인사는 “2015년 2월 문 대통령이 박지원 의원과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전당대회를 했을 때 임 실장에게 ‘같이하자’ 했지만 부시장 재임 때라 얘기가 더 진전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꽤 오래전부터 임 실장을 눈여겨봤다는 얘기다.
 
지나간 얘기를 다시 꺼낸 건 양 전 비서관이 오랜 만에 입을 열어서다. 그는 지난 26일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대선 승리 후 2선 후퇴 7개월 만이다.
 
그가 인터뷰를 한 이유는 이랬다. 대통령 당선 후 뉴질랜드로 건너갔지만 청와대 복귀설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임 실장과 갈등설까지 나돌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 실장과는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고 할 만큼 서로 살갑다”고 했고, 복귀설에 대해선 “지금 몇 달 됐다고 복귀하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정계 입문한 2011년 이후 분신 역할을 한 복심 중의 복심이다. 그는 대선 때 임 실장을 비서실장에 앉히고 부실장으로 뒤에 섰다. 그가 실장을 맡았다면 당 선대위의 공식 라인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을 예상한 결정이었다니 그 위상은 알 만하다.
 
세상 일은 아이러니하다. 임 실장을 영입한 인사는 권력 외곽을 떠돌고, 임 실장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그걸 보곤 세간에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권력은 나누기가 쉽지 않은 속성 때문에 그들의 나눔을 인정할 수 없었던 거다.
 
양 전 비서관이라고 왜 권력에 욕심이 없겠는가.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는 것은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 모질게 권력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진심일 수도 있지만 바람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자세는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그의 뜻대로 될지 모를 일이다. 문 대통령이 어느날 “당신이 필요하다. 들어오라”면 어떡할 건가. 더구나 지금은 정권 초기가 아닌가.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권력은 칼날 위에 묻은 꿀”이라고 했다. 양 전 비서관에게 중요한 건 어디서든 그 권력의 무서움을 알고 그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다.
 
한편으론 그가 권력 안에 있건, 권력 밖에 있건 실세란 말을 듣는다면 자리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사고는 권력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 더, 권력은 오래가지 않고 실세의 수명은 권력보다 짧기 마련이다.
 
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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