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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최지성·장충기는 풀어주고 그 벌은 내게 달라”

중앙일보 2017.12.28 01:51 종합 3면 지면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최승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최승식 기자]

“재판부께서 저희가 어리석어 죄가 된다고 판단하신다면 저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항소심 결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법적 책임도 제가 지고 도덕적 비난도 제가 받겠다”며 “같이 재판받고 있는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8월 1심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 대해서는 “만약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두 분은 제발 풀어 주고 그 벌을 저에게 다 달라”고 했다.
 

12년 구형 2심서 변론·최후진술
“삼성 이어받아 참된 기업인이 꿈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못 돕는 일”

추가된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놓곤
“사실 아니다 … 기억 못하면 치매”
“앞으론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 없어”

이 부회장은 “제 꿈은 삼성을 이어받아 열심히 경영해서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참된 기업인이 되는 것”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저한테 달린 문제이지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제가 어리석지 않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인정받고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겠느냐”며 “재판장님 이것만은 정말 억울합니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 “회장 타이틀을 다는 것이나 계열사 지분을 늘리는 건 의미도 없었다”고 말했다. “저는 아버님(이건희 회장)같이 셋째도 아니고 외아들이라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다”며 “이런 제가 왜 뇌물까지 줘 가며 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겠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2월 17일에 구속된 이 부회장은 10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지내며 느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제일 빚이 많은 사람이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일하는 행운까지 누렸다. 구치소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고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도 제가 훨씬 많은 혜택을 누린 사람이구나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제가 처한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봤다”며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엉망으로 엉켜버렸다. 실망하신 국민들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죄송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약 10분간 종이에 적어 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떨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이른바 ‘0차 독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알려진 박 전 대통령과의 1, 2, 3차 독대에 앞서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안봉근(51)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진술 등을 근거로 1심에서 첫 독대일로 지목한 2014년 9월 15일보다 3일 전에 두 사람이 청와대 안가에서 만났다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이제 와서 이걸로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그걸 기억 못하면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치매다”고 말했다. 또 “(이건희) 회장님이 5월에 쓰러지셔서 5~6월엔 매일 병원에 갔다. 일국의 대통령과 삼성의 만남인데 기록이 어디에서 나올 줄 알고 허위로 말하겠느냐”고 항변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유고 시 삼성 회장으로 취임할 계획이거나 그럴 가능성이 크냐”는 특검팀 파견 검사의 질문에 “저는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이건희 회장님이 마지막 분이 될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고 답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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