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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공포’ 이긴 자, 평창 정상에 선다

중앙일보 2017.12.28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겨울 올림픽은 ‘스피드 전쟁’이자 ‘두려움과의 싸움’ 이다. 마찰계수가 ‘0’에 가까운 눈과 얼음 위에서 선수들은 스피드의 한계에 도전한다. 극한의 스피드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눈·얼음 위 극한의 스피드 전쟁
알파인스키 최고 시속 162㎞ 활강
스켈레톤은 체감 속도 400㎞ 넘어
루지는 ‘안전띠 없는 롤러코스터’
하늘 나는 스키점프도 아찔한 곡예

1000분의 1초 다퉈 불의의 사고
지금까지 4명 연습 중 목숨 잃어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15개 종목에 10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컬링·피겨스케이팅·아이스하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누가 더 빠른지’를 겨룬다. 사이클을 제외하면 시속 100㎞가 넘는 속도감을 맛보기 어려운 여름 올림픽과는 다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겨울 올림픽 정식종목 가운데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건 알파인스키 활강(다운힐)이다. 2013년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남자 활강에서 프랑스의 요안 클라레는 4455m 길이의 코스를 2분29초82 만에 통과했다. 평균속도는 시속 107㎞, 최고속도는 시속 161.9㎞가 나왔다. 
 
경사각 70도가 넘는 코스를 질주하는 스피드스키는 최고속도가 시속 220㎞를 넘지만 그만큼 위험이 커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평창올림픽 활강 코스인 정선알파인스키장의 평균 경사각은 16도, 최고 경사각은 33도다. 이 코스가 처음 공개되자 선수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비아냥되기도 했다. 회전구간이 완만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를 설계한 버나드 루시는 “활강 곡선 코스에서의 속도는 눈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회 땐 이런 걱정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키의 속도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경사도’라면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 3종목에서 속도를 가르는 요인은 다양하다. 평균 속도는 봅슬레이와 루지가 빠르고, 스켈레톤이 그 뒤를 잇는다.
 
루지

루지

스켈레톤

스켈레톤

 
봅슬레이와 루지의 최고 속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최대 630㎏(4인승 기준·선수 몸무게 포함)의 봅슬레이는 탑승자를 포함한 썰매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중력가속도가 붙어 기록을 단축하는 데 유리하다. 한국 봅슬레이 파일럿 원윤종(32), 브레이크맨 서영우(26)가 입문 초기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매 끼니 폭식하며 강도 높은 근력 강화 운동을 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최대 23㎏의 가벼운 썰매를 타는 루지는 마찰력이 작아 오르막 구간이 많은 코스에서도 속도를 유지한다. 실제로 선수들은 루지를 ‘안전벨트 없이 타는 롤러코스터’ 같다고 표현한다.
 
 
썰매 모양이 비슷한 루지와 스켈레톤은 시속 10㎞ 정도 차이가 난다. 스켈레톤의 날은 둥근 모양이지만 루지는 날의 모서리 부분이 얼음과 만난다. 루지의 날이 얼음과 닿는 부분이 스켈레톤의 절반 이하라 얼음의 저항을 덜 받는다.
 
타는 자세도 속도에 영향을 준다. 스켈레톤은 엎드려 타고 루지는 누워서 탄다. 김영관 전남대 체육교육과 교수(운동역학 전공)은 “스켈레톤은 머리와 어깨가 앞을 향해 있어서 공기 저항을 받는 모양이 둥근 블런트 바디(blunt body) 형태를 띈다. 루지의 경우 발 끝으로 저항을 받기 때문에 초음속 비행기의 앞 부분이 뾰족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켈레톤이 루지에 비해 4.5배 정도 공기 저항을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지는 전복 가능성이 가장 크다. 스켈레톤은 머리부터 내려가기 때문에 체감 속도가 시속 400㎞에 달한다. 윤성빈은 “(국내에 썰매 경기장이 없어) 일반 트랙에서만 썰매를 끌다가 얼음 트랙을 처음 내려올 땐 정말 무서웠다. 첫 시즌을 마치고 나선 운동을 포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켈레톤은 엎드린 자세로 조종하기 때문에 루지에 비해 제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봅슬레이는 가장 스피드가 빠르지만 튼튼한 썰매를 타고 내려가다보니 사고가 나도 찰과상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스키 점프의 속도감도 무시할 수 없다. 스피드스케이팅(시속 60㎞), 크로스컨트리스키(시속 40㎞) 등도 여름 종목과 비교하면 스피드가 무척 빠른 편이다. ‘인간 탄환’이라 불리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순간 최고속도는 시속 42㎞에 불과하다.
 
 
1000분의 1초까지 계산하는 ‘스피드 전쟁’은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처음 개최된 겨울올림픽은 지금까지 4명의 선수가 연습 도중 사고를 당했다. 알파인 스키 활강과 루지에서 2명씩 목숨을 잃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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