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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의 NEAR 와치] 내년은 국가위기 관리의 해, 국정방향 바꿀 때

중앙일보 2017.12.27 01:32 종합 32면 지면보기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올해도 이제는 손톱만큼 남았다. 매우 특별한 한 해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으며 우리는 ‘이것이 우리의 역량이고 수준이구나’ 하는 한계의식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우리끼리 맞부딪치며 상식과 승복이 없는 갈등의 평행선을 달려 왔다.
 

안보위기 등 위험 앞에서 ‘내전’ 접고 위기관리체제로 전환해야
쏠림·이념 벗어나 평형감 갖고 하나의 나침반 보며 중심 잡을 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어도 국정 혼란의 여진은 계속되고 핵심 지지자들은 아직도 많은 요구를 토해내는데, 국내외 생존여건은 점점 조악(粗惡)해지고 있다. 분노한 촛불에 대한 과도한 부채의식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조속히 많은 실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크게 한쪽에 쏠리며 질주해 왔고, 치고 달리기 작전을 오래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생각보다 국정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일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지향점이 너무 한 방향에 쏠리다 보니 점(點)을 얻으려다 면(面)을 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자리 정책 등 많은 정책이 시장과의 불화 속에 추진되면서 시장의 반격, 생태계의 반란에 직면하며 스스로 작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금 국민들의 생각은 둘로 나뉘며 서로 다른 나침반을 보며 걷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 실패자, 노동자들을 국정의 중심으로 삼는 가운데 성공한 자, 경쟁력 있는 기업 등 국가 기본 동력들은 크게 위축되며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맞이할 2018년 새해 앞에는 많은 위험과 위기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북핵 위기는 이미 관리 가능한 범위를 넘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우리의 지렛대는 점점 작아지고 미국 등 국제사회마저 지쳐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떻든 내년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은 커질 전망이고, 미국은 지금 마지막 선택을 놓고 부심하는데 국내에서는 국론이 분열돼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또한 한반도 안보위기 와중에 개최되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오는데 국내외적으로 나쁜 소식만 들려오고, 그렇게 어렵사리 유치해 놓고도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때 보여주었던 국민과 정부의 일체감은 보기 어렵다. 그리고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내년부터 고금리 추세가 오래 지속될 전망이고, 국제적인 저세율 추세도 우리 경제를 압박할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자본이동, 수출시장, 가계부채, 투자환경, 산업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올해와는 아주 다른 고위험의 한 해를 맞이할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 작심하고 국정에 대한 태도와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에 몇 가지 권면하고자 한다.
 
첫째, 내년에는 이념 편향에 따른 쏠림과 질주에서 벗어나 평형감각을 가지고 실사구시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손저울의 추 놀림같이 치열한 것이다. 우선 노동이라는 외발자전거에서 내려 노동과 자본을 함께 연결한 두발자전거로 두 바퀴의 균형을 잘 잡아 쏠림 없이 멀리 가야 한다. 이것은 촛불에 대한 과도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하나의 나침반을 보고 가도록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폐 수사도 조속히 매듭짓고, 반대 세력도 포용하기 바란다. 특히 탈원전 정책 등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둘째,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리뷰 세션(review session)을 갖기 바란다. 미·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는 않았는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잘못된 것이 없었는지,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이상이 없는지, 그리고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기 바란다. 또한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와 협상이 시작될 경우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한국의 미래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통일의 국가 목표는 훼손될 가능성이 없는지 냉철히 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셋째, 청와대와 정부 내 핵심 참모진용을 국가 위기관리 목표에 맞게 재편하기 바란다. 바로 20년 전 이맘때 외환위기의 한복판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고 김대중 대통령의 고뇌에 찬 실사구시적 용인술을 귀감 삼을 때다. 그리고 청와대의 정책 기능을 개편해 너무 많은 정책수석들을 통폐합하고 정책 간여를 줄임으로써 시장에 대한 신호체계를 정비하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근대화를 이루고 상위 중견국가로 우뚝 선 나라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왜 질곡과 정체에 빠져드는가? 모두가 고뇌해야 할 아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집권 1년차의 나이테가 생길 것이다. 그 나이테를 되새기고 평형감각을 회복해 2022년 봄 스스로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기 바란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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