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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 과열지역은 "이미 중반전"

중앙일보 1988.03.04 00:00 종합 3면 지면보기
해동과 더불어 불기 시작한 선거바람이 전국 표밭을 서서히 달궈 가고 있다.

그동안 선거구가 확정 안돼 눈치보기에 바빴던 후보들은 선거구가 거의 소선거구제로 굳어지는 듯 하자 일제히 내달릴 채비에 여념이 없다.

신설 서울 서초엔 민정당만 22명 경합|"내락 받아놨다"과시 공천경쟁도 치열|선거구제 오락가락 엉뚱한데 유인물

4월 중순에 선거가 실시되면 앞으로 겨우 한달 남짓.

20여년 만에 다시 실시하는 소선거구제 아래 여느 때 보다 치열할 총선 전장으로 뛰는 후보들의 각오들은 뜨겁다. 열풍이 휘몰아치는 전국의 격전현장을 돌아본다.

<"선생님 공천" 따내면…>

그동안 선거구확정이 안 되는 바람에 총선의 현장은 대부분 아직 정중동상태.

그러나 이미 「선거중반전」에 돌입한 지역도 있다.

서울의 강남, 충남의 청양-홍성, 전남의 영암·고흥 등 일부지역에선 『이미 중반전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돌 만큼 열전상태. 특히 영암의 경우 민정당에선 이환의 전MBC사장이 「영암의 긍지, 월출산의 기상」이란 구호를 걸고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사무실을 내고5백여 자연부락을 거의 한바퀴 돌다시피 했고 평민당의 유인학 한양대교수는 당 공천을 이미 따낸 듯 지역 주민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김대중 평민당총재를 방문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선생님공천」만 따내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광주에선 무려 40여명의 정치지망생들이 평민당 공천을 얻기 위해 팸플릿을 돌리며 「인사」에 나서 기존인사에게 도전.

그동안 선거구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후보들도 갈팡질팡, 엉뚱한 지역에 유인물을 뿌리는가 하면 중선거구에서 합구되는 쪽으로 친척·친지의 주민등록지를 옮겼다가 소선거구가된다고 하자 다시 옮기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지역의 모 민정당 의원은 분구를 예상하고 신정엔 분구돼 나가는 폭에 인사장도 안 돌렸는데 1∼3인제로 합구된다고 하자 부랴부랴 제쳐놓았던 곳에도 인사치레. 그러다가 다시 분구가 된다고 하자 진땀만 뺐다고 불평.

이영창 전 치안본부장은 고향인 청도와 경산이 합구될 것으로 보고 경산까지 대량의 인사장을 돌렸고, 청송의 조영길 전 전매청장도 영양이 합쳐질 것으로 보고 한때 조직을 심느라 부심했는데 모두 헛수고가 될 판.

서울종로 등 전통적인 관심지구 외에 새 격전장이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정치1번지」인 강남과 신설된 서초는 서울대회전의 모델 케이스. 강남엔 민정당의 이태섭 전 의원이 아르바이트대학생 2백명을 동원해 절치부심 설욕을 노리는데 김형래 의원(민주)·이중재 의원(평민) 등 두 현역은 일찌감치 서초로 옮겨갔고 대신 민주당의 황병태 부총재·민창기 전 아나운서, 평민당의 한화갑씨(김대중씨 비서실장)·김경재씨(김형욱회고록저자) 등이 눈독. 홍사덕 의원이 이미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단일화에 실패한 두 김씨를 족칠 작정이나 야당통합이 되면 형세가 역전될 판.

목포의 최영철 의원(민정)과 김대중 총재비서실장 권노갑씨(평민)의 대결도 주목의 대상. 최 의원은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다는 설을 흑색선전이라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목포를 서해안시대의 산업전진기지로 키우겠다』며 조직점검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권씨 또한 최근 주말마다 내려와 『목포에서 민정당 당선은 있을 수 없다』고 호소.

강릉 최씨 문중내 대결이 될 전망인 강릉→명주에선 공화당의 최각규씨(전 상공장관)와 최욱철씨(선거대책 위원장)가「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구정인사 현수막을 시내5∼6곳에 내걸었고 민정당에서는 최종완씨(전 건설장관)가 유력하게 떠올라 난전.

이와함께 노태우 대통령의 처남 김복동 광진공사장(육사11기·예비역중장)과 동서 금진호 전 상공장관이 각기 대구·영주에서 출마하느냐의 여부도 관심거리.

김씨는 대구동구에 한때 5∼6곳의 사무실을 차렸다가 노 대통령과 주변의 강한 제지를 받고 사무실을 철수했으나 아직 완전 포기상태는 아닌 듯.

금씨도 영주출마를 위해 공을 많이 들였으나 출마포기 권유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움직인다는 소문.

<이철승씨 7선 저지 총력>

총선의 첫 관문인 공천경쟁 또한 볼만하다.

민정당의 3대 공천경합지구는 정석모 전 사무총장과 이상재 전 사무차장이 맞붙은 공주,허화평·이진우 두 전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이 맞붙은 포항, 이원홍 전 문공·이규효 전 건설·허문도 전 통일원 등 전직장관 3명이 맞붙은 경남 고성.

공주에서 정석모 의원에게 일찌감치 도전장을 낸 이상재 의원은 주말이면 「예배」를 본다며 꼭 내려와 교회를 도는데 구정을 전후해 공주시·군 지역 3만6천 가구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쟁반을 돌렸고 지난달 24일에는 의당·정안면 일대 노인회관 35개 소를 방문하고 귤1상자·소주 1상자씩을 전달했다. 정 의원은 인기작가 김홍신씨를 동원해 주간지 등에 「그래도 충남이물은 JP와 정 의원」이라고 선전.

포항의 두 전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은 모두 점잖다는 평이 난 인물들이나 허씨가 사무실을 내고 얼마전 포항을 한번 다녀가면서 긴장된 기류가 흐르기 시작.

치열한 접전을 벌일 뻔했던 박경석 의원은 출생지인 이웃 영월군으로 옮겨갔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민정당이 야당강세 전통을 깨뜨리고 41%의 득표율을 올린 경기의 신설지역에선 공천신청자 간의 예비선거전이 열기를 한층 고조.

인천 북구13명, 화성 17명, 안양19명, 광주 16명, 이천11명 등 여야 출마 예상자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신설구인 서울 서초에 민정당 공천 신청자가 22명이나 몰려 전국 최고를 기록했는데 금산등 무주지역엔 20여명이 몰려 경합.

민정당 공천 신청자들 간에는「공천 장담」유인물 유포, 조직심기 등 경쟁이 치열해 현역의원과의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부지기수다.

마산에서는 4명의 신청자들이 길거리에서 명함을 뿌리며 『공천을 내락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남의 어느 지역 신청자는 경찰고위간부에게 중앙당직자의 명함을 보여주면서『공천을 받았으니 정보보고를 해달라』고까지 행세한다는 후문.

원주의 경우 국민당 출신의 함종한 의원과 김영진 강원 지사측 사람들은 서로 민정당 고위당직자들을 들먹이며 『아무 생각 말고 뛰라는 언질을 받았다』『지시가 있었다』는 등 은연중 과시.

일부지역에서는 또 힘겨운 상대를 분구지역으로 밀어내기 위해 『K씨는 다른 지역을 원한다더라』는 등의 소문을 유포하고 상대방의 「이혼설」「여자관계」「공직에 있을때 부정」등 흑색소문을 조직적으로 흘려 이전투구.

전주 등에는 7선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이철승 의원을 밀어내려는 야당후보들이 「타도 이철승」을 내걸고 「용팔이 사건」등을 인용한 비난 유인물을 대량 살포.

이 의원도 청년조직을 통해 가두시위를 벌이고 벽보를 붙이는 등 양 김 비난을 서슴지 않아 「역시 소석」이란 여론 형성에 주력.·강원 횡성에서는 동창회·종친회·친목회 모임이 빈번한데『이권에 개입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서야 되겠는가』라는 등의 비방유인물이 나돌았다.

청도에 공천 신청한 이영창씨는 선거운동에 비협조적인 일부 경찰을 전직 치안총수의 영향력을 발휘, 전보시켰다고 해 구설수.

민정당의 최창규 의원과 윤석순 전 총리비서실장이 공천을 겨루는 청양-홍성에는 상대방의 족보까지 캐내는 유인물이 돌고 물량공세까지 겹쳐 혼탁한 모습. 이미 독립운동유가족이름으로 몇 차례 연속유인물이 곳곳에 뿌려져 족보전쟁. 지난 구정을 전후해 윤씨는 청소부·집배원·운전기사 등 근로자들에게 방한복을 나눠주었고 영세가구·경로당에 라면. 양말 등을 돌렸다는데 두 사람의 지나친 경합이 쌍방에게 서로 치명상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평민당 공천 따내기 경쟁이 치열한 전주·이리지역에선 경합자들이 지난달29일 김대중 총재가 내려오자 서로 다투어 유인물을 돌리며 「김 총재와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

김제에선 조직적 투서가 들어가고 어떤 지역에선 경쟁자를 몰아내려고 연판장을 돌리는가하면 경남에선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이 오가는 지역도 있다.

<물량공세·투서로 얼룩도>

지난 구정 땐 라면·연탄·비누·양말 등이 후보 명함과 함께 양로원·경로당 등에 돌려졌는데 지망생들은 한결같이『대통령 선거때 입맛이 높아져 큰일』이라고 울상들.

구정 때는 윷놀이대회 지원 봉투가 돌기도 했는데 『옛날이면돼지갈비에 소주면 되던 것이 이젠 모두 불갈비만 찾는다』고 한숨.

현대의 정몽준씨가 무소속으로 나서고 이후락씨 출전설이 도는 울산에서는 「돈 잔치」가 벌어질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는데 「2백억원 살포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합천의 모 후보는 시계를 돌렸고 부산의 민정당 공천 신청자는 상당한 규모의 집을 짓고 집들이 식으로 유권자들을 초청, 지지를 호소하는 등 재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아직 금품살포는 초반전에 불과하나 이리 등지에서는 M,K씨 등이 구정을 기해 소주·메리야스까지 돌렸다는 소문이 파다.

대전고 동창으로 막역한 사이면서 대덕군에서 맞붙은 천영성 민정당 의원과 공천신청자 이인구씨(계룡건설 회장)의 싸움이 치열한데 이씨는 2월 중순 대덕군내 마을단위로 윷놀이대회를 열고 「금일봉」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천 의원도 1백세이상 고령자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인삼과 내의를 전달.

<학생농악대도 동원계획>

의원 지망생들의 이름 알리기 작전도 가지가지. 이름이 박힌 전화메모·달력·카드·명함 돌리기는 보통 수법.

지난 구정 충남·전북 일대에서는「하정×××세배 올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신정부터 서울 송파·영등포 일대에도 「○○○ 인사드린다」는 선거 포스터식 유인물이 나붙고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대통령선거때 선보인 로고송 같은게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는데 서울 여러 구역에서는 야당후보들이 바람 일으키기 작전으로「학생농악대」를 동원할 계획.

횡성의 원영두씨(민정당 공천신청)는 지난달25일 노 대통령 취임식날 자기명의로 축하현수막을 중심가 한복판에 내건 것을 비롯, 대로변 요소에 선전현수막을 부착했고, 원주의 원광호씨(공화당위원장)는 다방·음식점 등의 출입구마다 「바른 말 하기 운동」이란 문구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스티커를 부착.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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