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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이냐, 12월이냐…여야 ‘개헌 시간표’ 싸움에 숨은 지방선거 득실표

중앙일보 2017.12.25 16:11
국회 개헌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오른쪽)이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을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기로 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개헌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오른쪽)이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을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기로 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헌법개정특위(개헌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이 25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급히 열었다. “그 동안 개헌 논의가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가급적 기자 브리핑을 자제했다“는 이 의원이 성탄절인 이날 간담회를 가진 이유는 자유한국당에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개헌행 열차는 종착역 없이 달리는 설국열차가 아니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이인영 “개헌행 열차는 종착역 없는 설국열차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실시해야” 한국당 압박

한국당 “동시실시는 여당 정치적 목적 달성 위한 노림수”
“내년 12월 말 사회적 논의 속에서 개헌 이끌어내야”

“개헌 시한 싸움 배경에는 지방선거 공학 작용” 관측
투표율ㆍ중간심판론 등 선거 득실 놓고 여야 셈법 엇갈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내년 12월 31일 이내에 국민 참여를 통한 사회적 논의 속에서 개헌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내년 12월 31일 이내에 국민 참여를 통한 사회적 논의 속에서 개헌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반면 한국당은 ‘2018년 말 개헌론’으로 맞불을 놨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실시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만 달성하고자 혈안이 돼 있는 ‘문재인 개헌’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반드시 내년 12월 31일 이내에 국민 참여를 통한 사회적 논의 속에서 개헌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개헌 시한을 놓고 양보 없는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연말 시급한 민생입법 처리를 위해 잡아둔 22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이유도 개헌 정쟁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에 지방선거ㆍ개헌 동시 투표를 압박하는 요소는 비용ㆍ공약ㆍ여론 등 3가지 측면에서다. 민주당은 우선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분리해 별도로 치를 경우 1227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든다. 이인영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들께서 두번 유권 행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어 국력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대선 공약 파기’라는 점도 민주당의 공략 포인트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9대 대선 때인 지난 4월 12일 ‘헌법 개정에 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겠다.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동시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은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 실시에 국민 70% 이상 절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면서 “재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실시가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당은 개헌의 정략적 이용 가능성을 들어 6월 동시실시론에 반대한다. 한국당은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6월 지방선거에 개헌을 연계하는 곁다리 국민투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당이 “민주당은 오직 ‘문재인 개헌’으로 가기 위해 ‘국회 개헌’을 내팽개치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당이 이처럼 개헌 시한을 놓고 벌이는 전면전에는 결국 ‘지방선거 공학’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개헌 투표를 지방선거와 함께 치를 경우 투표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여야 간 유불리가 확연하게 엇갈린다는 점에서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 통념이다. 2014년 6ㆍ4 지방선거 때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전국 평균투표율 56.8%보다 낮았던 부산ㆍ대구ㆍ인천ㆍ대전ㆍ울산ㆍ경기ㆍ충남 등 7개 선거구는 대부분 1ㆍ2위 후보가 득표율 5%포인트 안팎의 초접전을 이뤘는데, 당시 여당(새누리당)인 현 한국당이 대전ㆍ충남을 제외한 5곳에서 승리했다.  
 
개헌 이슈에 가려 정권 견제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한국당에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아니라 개헌 선거로 갈 경우 정권 2년차 중간심판의 성격이 퇴색되고 선거 프레임이 ‘개헌 세력 대 반(反)개헌 세력’으로 짜여질 수 있어 한국당이 실(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개헌은 ‘언제’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민주당이야말로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헌을 정권 연장용으로 악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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