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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신변이상설 확인

중앙일보 2017.12.25 14:03
 뇌물 수수혐의로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한국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이 24일 각종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숙 100회 생일 기념보고대회, 김정은 참석 기념촬영 불참
김정일 사망 6주기 참배때 이어 연이은 공식 행사서 모습 감춰
북한 외교, 대남 관계 수장인 이수용ㆍ김영철도 안나타나
신년사 발표 앞두고 향후 대외ㆍ대남 전략 수립에 몰두?

 북한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조모인 김정숙 100회 생일 중앙보고대회(기념식)를 열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의 본부인인 김정숙(1949년 사망)을 ‘충신 중의 충신’,‘어머님’으로 우상화하고 있다. 또 김정은은 이날 세포위원장 대회(21~23일)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이 2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조모 김정숙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병서 총정치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조모 김정숙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병서 총정치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관영 언론들은 25일 두 행사 개최 소식을 전하며 “당과 국가, 군의 책임 일군(일꾼, 핵심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정숙 100회 생일 중앙보고대회의 경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박영식 인민무력상,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최부일 인민보안상(경창철장 격), 노두철내각부총리, 김수길 평양시당위원장,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또 김정은의 기념사진 촬영 장소엔 최용해를 비롯 박광호ㆍ김평해ㆍ태종수ㆍ오수용ㆍ안정수ㆍ박태성ㆍ최휘ㆍ박태덕 등 당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두 행사에 당ㆍ정ㆍ군 고위 간부가 총출동했지만, 북한군 권력 서열 1위인 황병서는 참석자 명단에도, 사진 속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군 작전권을 쥐고 있는 이명수 총참모장이 나타나지 않은 건 현행 작전을 챙기는 차원이지만 황병서가 현직에 있다면 당연히 나와야 할 자리”라며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6주기 참배 때에 이어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했다. 정보 당국은 그가 기존 차수(왕별)에서 계급이 여섯 계단 하락한 상좌(중령과 대령 사이)로 강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4일 세포위원장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북한 관영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이 자리엔 김정은을 비롯해 최용해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11명의 노동당 부위원장중 대외, 대남 책임자인 이수용, 김영철 부위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4일 세포위원장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북한 관영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이 자리엔 김정은을 비롯해 최용해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11명의 노동당 부위원장중 대외, 대남 책임자인 이수용, 김영철 부위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진 노동신문]

 이와 함께 당국은 사진 촬영에 북한 외교 수장인 이수용과 대남 담당 책임자인 김영철 등 2명의 당 부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당의 말단 조직인 세포위원장(당원 5~30으로 구성된 노동당 최소단위 책임자)을 모아 놓고 본인이 직접 개막식과 폐막식 연설을 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다”며 “그만큼 중요한 당의 행사여서 당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두 사람이 빠진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동당은 위원장 밑에 11명의 분야별 부위원장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외교와 대남 담당 부위원장만 참석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내년 1월 1일 한 해의 정책을 밝히는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22일) 채택 등 유동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대응방안과 향후 외교ㆍ대남 전략 수립을 위해 이 분야의 책임자들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소위 최고지도자가 주관하는 ‘1호 행사’에 이들이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최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도 못 할 것이 없다”“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던 2015년 신년사를 앞두고 당시 대남 비서(현 부위원장)였던 김양건도 12월 말 각종 기념행사에 불참했다. 이 때문에 내년 김정은 신년사에 외교와 남북관계 분야에 파격적인 내용이 담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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