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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크리스마스···과테말라도 '예루살렘 선언'

중앙일보 2017.12.25 13:28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일주일 전 가자 지구에서 시위를 벌이다 이스라엘 진압군의 손에 부상을 입고 23일 끝내 숨진 16세 소년의 장례식을 치르며 팔레스타인 군중들이 울부짖고 있다. [EPA=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일주일 전 가자 지구에서 시위를 벌이다 이스라엘 진압군의 손에 부상을 입고 23일 끝내 숨진 16세 소년의 장례식을 치르며 팔레스타인 군중들이 울부짖고 있다. [EPA=연합뉴스]

과테말라가 이스라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인정한 미국 결정의 첫 동조국으로 나섰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다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발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 형제와 아들 부패 혐의 조사중
NYT "내부 문제 감추려 대사관 이전 선언한 듯"
미국 '예루살렘 선언'이후 팔 시위대 12명 사망

앞서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이며, 대사관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다고 선언해 전 세계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유엔총회는 지난 21일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한 '예루살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예루살렘의 지위에 어떠한 변화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과테말라는 당시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9개국 중 하나다. 
 
이스라엘 외에 과테말라·온두라스·마셜제도·미크로네시아·나우루·팔라우·토고 등이 미국 편에 섰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 같은 결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스라엘 벤야민 네타나휴 총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대사관 이전을 결정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는 과테말라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지지한 이래로 이어져 온 훌륭한 관계에 관해 이야기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과테말라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체코가 대사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는 대사관 이전 움직임이 없다. 과테말라의 이 같은 결정은 트럼프의 결정에 양념을 뿌리는 한편 국내 정치적 문제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NYT는 분석했다. 대통령의 형제와 아들은 반부패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스페인어로 '지미 모랄레스를 법정으로'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 [AP=연합뉴스]

스페인어로 '지미 모랄레스를 법정으로'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 [AP=연합뉴스]

 
미국의 일방적인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등에선 반미·반이스라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 12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피의 크리스마스'로 물들고 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등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며 유일신을 따르는 '아브라함계 3대 종교'의 공동 성지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복잡하게 얽힌 역사와 외교·투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령인 서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지인 동예루살렘으로 분할돼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이 도시를 ‘분리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법제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의 결정이 국제법 위반이라 규정하고 1980년 8월 20일 모든 회원국 외교관에게 예루살렘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한 안보리 결의안 제478호를 통과시켰다. 국제사회가 텔아비브를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로 여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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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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