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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식당 직원 이미 짐 싸고, 중기 43% "고용 줄일 것"

중앙일보 2017.12.25 01:04 종합 2면 지면보기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객들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객들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에서 주물 공장을 운영하는 A사는 내년부터 오르는 최저임금 때문에 연간 10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회사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전망이다. 이 회사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인건비 오른다고 무턱대고 직원을 내보낼 수도 없다”며 “최저임금이 정부 계획대로 2020년 시간당 1만원까지 오른다면 문 닫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결정 6월부터 고용 한파
중소기업 내년 인건비 15조 늘어
상품 값에 전가하면 ‘물가 유탄’
소비도 큰 타격 … 3년간 18조 줄 듯
“휴일수당 등 최저임금에 포함을”

‘최저임금의 역습’이 현실화하고 있다. 생존에 허덕이는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인건비 상승에 존립 자체를 걱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21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10곳 중 4곳(42.7%)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내년 고용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올해 시간당 6470원에서 내년 7530원으로 오르면서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올해보다 총 15조2000억원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0년 1만원으로 오르면 인건비 추가 부담액은 매년 81조5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세 중소기업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들 중소기업은 제품 가격 인상(21.4%), 무인화·자동화 확대(19.5%) 등도 대안으로 꼽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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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에는 벌써 한파가 불어닥쳤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6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의 취업자는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비원·청소용역·식당 서빙 등 최저임금의 경계선에 있는 부문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세업체와 소상공인들이 많이 있는 업종에서 선제적으로 종업원·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있다”며 “최저임금 이하를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도 최저임금 인상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한국 경제 7대 이슈’에 고용시장 변화와 임금인상 인플레이션(Wage-Push Inflation) 우려를 포함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인상으로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이를 상품·서비스 가격에 전가해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에도 부정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정책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0.2%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2019년 0.55%포인트, 2020년 0.92%포인트까지 하락시킬 것으로 봤다. 박 의원실은 이 같은 증가율 변화로 실제 감소할 민간소비액을 향후 3년간 17조8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주요 산업계는 다양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타격이 큰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해 최저수입 보장, 점포 전기료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놀부·신선설농탕 등 외식업체는 주요 메뉴의 가격을 올렸고,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은 무인 주문 시스템 도입 매장을 늘리고 있다. 전방·경방 등 섬유업체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제조업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0명이 넘는 직원이 있는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최저임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직원 수를 20명대로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정부가 직원 수 30인 미만의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에 2조9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는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빠져 있어 결과적으로 연봉 4000만원의 대기업 근로자가 산입 범위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며 “통상임금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만 협소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손해용·강기헌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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