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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공유경제 ‘享’ 인공지능 ‘智’ 중국이 꼽은 올해의 한자

중앙일보 2017.12.25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한 해를 마감하면서 언론매체나 연구기관에서 ‘올해의 키워드’나 ‘올해의 유행어’ 를 선정하며 한 해를 되돌아 보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 기관인 국가언어자원 검측연구센터(이하 언어센터)는 각계 전문가와 일반인 투표를 거쳐 ‘올해의 한자’와 ‘올해의 단어’를 선정해 20일 발표했다. 대형 출판사인 상무인서관 및 포털 사이트 인민망·텅쉰망과의 공동 작업이었다. 국내와 국외로 나눠 선정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4차 산업혁명 의욕 반영
올해의 단어엔 ‘초심(初心)’ 선정
북한 핵 개발 우려 ‘核’도 주목
언론엔 ‘19차 당대회’ 자주 등장

2017년 중국 국내 뉴스를 대표하는 한자로는 ‘누릴 향(享)’자가 선정됐다. 공유자전거 열풍을 비롯해 중국에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공유경제를 의미하는 한자다. 중국에서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공향(共享)경제라 쓴다.
 
2∼3년전 상하이에서 시작된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올 들어 중국 대륙 전역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스마트론 앱으로 자전거 잠금장치를 풀고 이동한 뒤 모바일 결제로 사용료를 내고 적당한 곳에 세워 두는 편리함이 자전거를 개인이 소유하는 관행을 몰아냈다. 이 서비스는 유럽, 동남아와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 중이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비좁은 인도를 점거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무한 경쟁으로 인해 후발 주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17년 중국 올해의 한자

2017년 중국 올해의 한자

국제 뉴스 부문 올해의 한자는 ‘지혜 지(智)’가 뽑혔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술의 발달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지능수기(智能手機)라 부른다. ‘수기’란 말 그대로 손에 들고 다니는 기계란 뜻이다. ‘향’과 ‘지’ 두 글자 모두 정보통신 기반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상징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앞서 가고 있는 중국의 국가적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글자이기도 하다.
 
‘智’와 끝까지 경합한 글자는 ‘씨 핵(核)’이었다. 북한 핵 개발에 따른 전쟁 발발 위기에 그만큼 중국인들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의미하는 ‘구름 운(雲)’,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의 부상을 의미하는 ‘강할 강(强)’ 등이 올해의 한자 후보에 올랐다.
 
경제·사회적 변화를 상징하는 올해의 한자와 달리, 올해의 단어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용어들이 선정됐다. 언어센터가 뽑은 국내 부문 올해의 단어는 ‘초심(初心)’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 단어를 강조한 이후 중국 대륙 어디를 가든 “초심을 잃지 말자(不忘初心)”는 표어가 쓰인 현수막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초심’을 강조하며 공산당 입당 선서를 재연하는 시진핑 주석.

‘초심’을 강조하며 공산당 입당 선서를 재연하는 시진핑 주석.

지난 10월 열린 제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새롭게 진용이 짜여진 상무위원 7명 전원은 당 대회를 마치자마자 상하이의 공산당 창당 대회 유적지로 달려가 공산당 입당 선서를 재연했다. 시 주석은 선서를 마친 뒤 “창당 이래 96년 간 우리 당은 세계가 괄목할 만한 위대한 성취를 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하다. 하지만 우리의 사명은 끝이 없기에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취에 도취돼 공산당 창당 초기의 의지와 결의를 잊지 말자는 의미였다.
 
국제 부문 올해의 단어는 ‘인류운명공동체(人類運命共同體)’가 선정됐다. 이 역시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개념이다. 인류는 하나의 지구를 갖고 있고,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평등·평화·개방의 세계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옛 중화 질서와 비슷한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언어연구센터는 포털 사이트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올 한 해 동안 중국 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도 집계됐다. 그 결과 상위 10개는 각각 ▶19차 당대회 ▶신시대 ▶공향(공유) ▶슝안(雄安)신구 ▶브릭스 ▶인공지능 ▶인류운명공동체 ▶톈저우(天舟) 1호 ▶‘소매를 걷고 열심히 일하자(擄起袖加油干)’ ▶‘초심을 잊지말고 사명을 기억하자(不忘初心 牢記使命)’였다.
 
이 가운데 ‘신시대’는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개혁·개방 40년째를 맞는) 중국은 이미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2050년 종합국력 선두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할 때 사용한 개념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소매를 걷고 열심히 일하자’거나‘초심을 잊지말고 사명을 기억하자’는 구호를 강조했다.
 
베이징 도심 광화루(光路)의 자전거 주차장. 2017년에 급속도로 보급된 공유자전거 열풍이 중국인의 출퇴근 패턴을 확 바꿔 놓았다. [중앙포토]

베이징 도심 광화루(光路)의 자전거 주차장. 2017년에 급속도로 보급된 공유자전거 열풍이 중국인의 출퇴근 패턴을 확 바꿔 놓았다. [중앙포토]

슝안은 지난 4월 광둥성 선전과 상하이 푸둥에 이은 세 번째의 국가급 특구로 개발한다고 발표한 베이징 인근 허베이(河北)성의 지명이다. 선전·푸둥과 다른 점은 단순한 경제특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베이징의 수도 기능 일부까지 이 곳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중국이 이를 ‘천년대계’라 부르는 이유다. 이 역시 시 주석이 주도한 구상으로 시 주석 어머니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텐저우 1호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최초의 화물 우주선으로 지난 4월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을 따라 잡겠다는 중국의 우주개발 꿈을 대변하는 말이다. ‘브릭스’가 올 해 중국 언론에 많이 등장한 이유는 10월 브릭스 5개국 정상회의가 푸젠성 샤먼(廈門)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따져 보면 상위 10개의 유행어 가운데 6개가 19차 당 대회나 시 주석과 관련된 말이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당 대회가 그만큼 중국에서 중요한 이슈였으며 이 대회를 통해 시 주석 1인체제가 확고하게 굳어졌음을 뜻한다. 한편으론 국가지도부가 원하는 뉴스 위주로 보도되는 중국 언론의 현실도 엿볼 수 있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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