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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사소한 착각인걸까

중앙일보 2017.12.25 01:00 종합 17면 지면보기
<16강전> ●박정환 9단 ○자오천위 4단
 
10보(134~144)=바둑은 이제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흑백 모두 지엽적인 끝내기만 남겨놓고 있다. 끝내기는 길고 치열했던 초·중반 접전에서 각자 벌어둔 집을 굳히는 과정이다. 반상의 윤곽이 대부분 결정됐기 때문에 돌들의 보폭이 가장 좁아지는 단계이기도 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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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할 때는 밑그림이 모두 그려져 있다고 해서, 설렁설렁 덧칠해서는 절대 안 된다. 반집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바둑의 경우, 끝내기에서 삐끗하다 역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게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끝난 게 아니다.
 
참고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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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은 135로 우상 집의 뒷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135는 내 집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내 돌을 단단하게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 '참고도1' 백1로 한 칸 뛰어들어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큰 차이를 알 수 있다
 
참고도 2

참고도 2

이어 박정환 9단은 139로 끊은 다음 143으로 이었는데, 143에 대해선 관전자들이 의문을 표시했다. '참고도2'처럼 흑1로 들여다보고 흑3으로 밀었다면, 선수를 잡아 다른 큰 곳을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143은 백이 당장 받아야 하는 시급한 곳이 아니다. 천하의 박 9단이 이렇게 사소한 수읽기 착각을 한 걸까. 아니면 최정상만이 내다볼 수 있는 깊은 수읽기의 결과물인 걸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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