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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잡초 … 박성현·이정은 새해도 굿샷 예감

중앙일보 2017.12.25 01:00 종합 17면 지면보기
박성현. [뉴시스]

박성현. [뉴시스]

2017년 최고의 여성 골프 선수라면 단연 박성현(24)과 이정은(21)이다. 미국으로 간 박성현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9년 만에 신인왕,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받은 주인공이 됐다. 상금왕 타이틀은 덤이었다.
 

LPGA 올해의 선수상 등 휩쓴 박성현
스물둘에 첫 KLPGA 우승한 늦깎이
내년 빅무대 2년차 징크스 깨려면
‘롱런’ 소렌스탐 롤모델 삼을 만

KLPGA투어 첫 6관왕 이정은
시상식·이벤트 대회 등 바쁜 연말
운전면허 취득도 미루고 맹훈련

이정은은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다승왕을 차지했다. 또 인기상과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까지 받았다. KLPGA투어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6개 부문을 한꺼번에 차지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두 선수의 특징은 대기만성이라는 점이다. 둘 다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았다. 또 경쟁자들보다 늦게 꽃을 피웠다. 박성현의 첫 KLPGA투어 우승은 22세이던 2015년이다. 이듬해 7승을 거두면서 KLPGA투어 최고 선수가 됐다. 올해는 US오픈에서 우승했고, 잠시 세계 1위에도 올랐다.
 
이정은이 제대로 골프를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다른 선수들보다 5년 정도 늦었다. 2015년 국가대표가 됐고, 그해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3부, 2부를 거쳐 1부 투어 출전권까지 땄다. 지난해엔 신인왕, 올해는 KLPGA 최고 선수가 됐다.
 
박성현은 내년 LPGA 2년차가 된다. OB가 적은 LPGA투어 무대가 박성현에게 잘 맞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PGA투어는 내년부터 전장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알려졌다. 박성현에게는 나쁘지 않은 변화다. 물론 2년차 징크스를 경계해야 한다.
 
이정은. [뉴스1]

이정은. [뉴스1]

박성현이 참고해야 할 롤모델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다. 소렌스탐은 25세인 1995년 LPGA투어에서 첫 우승(시즌 3승)을 했다. 24세에 처음 우승한 박성현처럼 빠른 나이는 아니었다. 소렌스탐은 박세리·카리 웹 같은 강자와 경쟁했지만, 이후 12년간 매 시즌 다승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활약했다. 체력을 잘 관리했고, 출전 대회 수를 20개 정도로 조절한 덕분이다.
 
30세가 되던 2000년 겨울, 소렌스탐은 다른 클럽은 창고에 넣어두고 퍼트만 연습했다. 약점이던 퍼트 문제를 해결한 소렌스탐은 이후 5년간 43승을 추가했다. 33세이던 2003년에는 남자 대회에도 도전했다. 이를 위해 몸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때 키운 힘 덕분에 30대 중반까지도 여자 대회를 압도했다.
 
박성현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미국으로 떠났다. 두 달여 훈련을 한 뒤, 내년 2월 22일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새 시즌을 맞는다. 벙커샷(78위)을 비롯해 그린 주위의 쇼트게임, 악천후 상황의 경기력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정은은 바쁜 연말을 보냈다. ‘스타’가 되면서 각종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고,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등 이벤트 대회에도 나가야 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를 가르쳤던 전 국가대표 감독인 김봉주 경기도 골프협회장은 “(이정은은) 지난 겨울 발바닥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체력 훈련을 했는데, 올해도 같은 프로그램을 짰다. 훈련이 최우선이라 숙원이던 운전면허 취득도 미뤘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올 시즌 중반 이후 치고 올라오며 KLPGA의 대세가 됐다. 그런 리듬으로만 성장한다면,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나 KLPGA 시절의 신지애처럼 우승권에서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에게 압박감을 주는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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