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열려라 공부] ‘수업을 왜 할까’ 연구하는 교사들이 교실 바꾼다

중앙일보 2017.12.25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교사연구회 2600여 개
최근 초·중·고교 교사들 사이에서 수업을 바꿔 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목적은 학생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융합·거꾸로·맞춤형 수업 등 확산
수업 개선 연구교사도 모임 활발
학생들 자기주도학습, 행복감 높아
“학생 눈높이의 수업이 좋은 교육”

관심 많은 교사들끼리 연구 모임을 만들어 수업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수업탐구·독서교육·예술·소프트웨어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교육부에 등록된 교사연구회만 2600여 개에 이르고, 등록되지 않은 자율적 모임까지 합하면 수만 개로 추정됩니다. 이번 ‘열려라 공부’엔 수업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서울 응봉초등학교 학생들이 풍선자동차를 제작한 후 규칙을 정하고 풍선자동차 경주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서울 응봉초등학교 학생들이 풍선자동차를 제작한 후 규칙을 정하고 풍선자동차 경주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풍선을 크게 불면 더 빨라질까?”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응봉초등학교 3학년의 한 교실. 학생들이 골판지·빨대·풍선 등으로 ‘풍선자동차’를 만들어 경주하고 있었다. 풍선자동차는 골판지에 바퀴를 고정해 몸체를 만들고 빨대와 풍선을 연결해 완성한다. 임건엽(9)군의 제안에 박도건(9)군이 “한번 비교해 보자”고 호응했다. 두 사람은 각각 풍선 크기를 달리해 속도를 비교했다.
 
이날 수업은 미술과 과학을 융합한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2시간 동안 풍선자동차를 만들었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오면서 반대 방향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작용·반작용원리를 이용한 장난감이다.
 
 
관련기사
 
수업은 이진희 수석교사가 진행했다. 이 교사는 이날 학생들에게 질문을 30번 가까이 했다. 풍선자동차 재료를 알려 주면서도 “빨대가 왜 필요할까” “바퀴를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원리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교사는 1985년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쳤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2012년 1기 수석교사 연수를 받은 이후로 수업 방식을 바꿨다. 수석교사는 교사들이 교감·교장 등으로 승진하는 대신 학생 지도와 교육에 전념하게 돕는 제도다. 담임을 안 맡는 대신 동료 교사가 수업을 잘하게 돕는다. 신임 교사 멘토링, 교내 연수 등을 담당한다. 이 교사는 수석교사 연수를 받으며 자기 수업에서 학생들에 대한 이해·배려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교사처럼 학생 입장에서 수업의 목적과 방법을 고민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학생들이 가진 장점을 계발하고 북돋워 주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이런 역할을 보다 열심히 하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는 교사들 모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교사가 참여 중인 교실수업개선연구회·서울질적교육연구회·스팀교사연구회·창의체험실천교사연구회·창의인성수업연구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교사 모임이 활발해지는 데엔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에 도입된 데 이어 내년에 중·고교 신입생에게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선 토론학습·협력학습 등 학생 참여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한다.
 
 
열려라 공부 12/25

열려라 공부 12/25

학생 관점의 수업을 하는 교사들은 수업에서 학생들의 재량을 넓힌다. 이날 이 교사도 풍선자동차 경주 시합의 규칙을 정해 주지 않았다. 분단별로 어떻게 시합할 것인지 방법을 찾게 했다. 1, 2분단은 일대일로 여러 차례 시합해 가장 멀리 간 횟수가 많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3분단은 앞사람이 멈춘 지점에서 뒷사람이 이어 시작하는 릴레이 시합을 하기로 했다.
 
이 교사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학생이 꼭 있는데 아이들끼리 토론해 방법을 정하면 신기하게도 모두 다 규칙을 철저히 따른다. 아이들의 눈높이가 돼 보면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뭔지 알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 교사도 수석교사 연수를 받기 전엔 다른 교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전까지는 내 입장에서 좋은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반의 모든 학생에게 15분 먼저 등교하게 해 음악줄넘기를 하고, 매일 10분간 책을 읽게 했지만 아이들 생각이나 의견을 물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대전가오중의 장소영 수학교사는 4~5년 전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시작했고,  2~3년 전에는 ‘거꾸로 수업’도 도입했다. 거꾸로 수업은 수업 전에 학생들이 동영상으로 강의 내용을 이해한 뒤 수업에선 학생 토론과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이다. 장 교사는 학생 중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점점 많아지자 하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런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개선 후 학생들의 변화

수업 개선 후 학생들의 변화

장 교사 수업에 앞서 학생들은 5~10분 정도의 동영상 강의를 먼저 듣는다. 이후 수업에선 다른 학생들과 모둠을 이뤄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 장 교사는 “또래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장 교사가 속한 대전가오중은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의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한문 등 다른 과목에도 확대했다. 이외에도 모든 교사가 한 달에 한 번 수업 동영상을 보거나 수업 소개를 통해 수업 개선 아이디어 등을 공유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학생들의 역량도 크게 향상됐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평가해 본 결과 전체 학년 학생들에게서 자기주습능력과 학교행복감이 모두 높아졌다. 1, 2, 3학년 학생 620명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지난 4월 149.52점에서 10월 163.86점으로 크게 올랐고, 같은 기간 학교행복감은 46.06점에서 52.33점으로 높아졌다.
 
울산 신선여고의 허윤정 수학교사는 거꾸로 수업과 함께 ‘맞춤형 수업’도 진행한다. 학생들은 사전에 동영상으로 수학 개념을 이해한 후 수업에선 조를 나눠 네 단계로 수준별 문제를 푼다. 이 과정에서 학습능력이 뛰어난 친구가 같은 조의 다른 학생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협동수업이 이뤄진다.
 
허 교사는 학교 안에 수학나눔카페를 만들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수학을 게임처럼 접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12면체·20면체 등의 전개도를 가지고 입체도형을 만들어 보거나 수학 계산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하는 식이다. 허 교사는 “수포자는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학생 개인 수준에 맞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왔더니 예전과 달리 수업에서 조는 학생이 줄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보통 이상’ 학력이 지난해 77%에서 올해 92%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왜 하지?』의 저자로 ‘아이 눈으로 수업 보기’를 만든 서근원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교사들의 이런 변화를 환영했다. 서 교수는 “수업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반드시 화려한 도구와 교수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수업을 바라보는 관점만 달리해도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수업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학생 입장에서 고민하면 교실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노력하는 교사들의 공통점
① 1시간 수업하기 위해 4~5시간 준비한다
②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을 지양한다
③ 거꾸로 수업 등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도입한다
④ 우수한 학생보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⑤ 결과보다 과정 중심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⑥ 학생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한다
⑦ 새로운 활동을 할 때 학생 의견을 먼저 묻는다
⑧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을 자주 한다
⑨ 학생들끼리 서로 협력해 배울 수 있게 돕는다
⑩ 다른 교사들과 교수법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