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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농구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중앙일보 2017.12.25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코트를 가르는 바퀴 앞으로 농구공이 경쾌하게 튕겨 나간다. 현란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휠체어의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격한 파울에 휠체어가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난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골밑, 슛은 정확하게 림을 통과한다.
 

장애를 넘어선 서울시청팀
선수 10명 중 6명이 태극마크
방향 전환 땐 마치 춤추는 듯
챔프결정전 제주도팀에 졌지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휠체어 농구는 볼을 가진 채 3회 이상 휠체어를 밀고 가면 트래블링 반칙, 24초의 공격제한 시간 등 비장애인 농구와 경기규칙이 같다. 코트 규격(가로 28m, 세로 15m)과 골대 높이(3.05m)도 동일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합팀 구성도 가능하다. 선수는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이는 경·중증 선수들이 주전으로 동등하게 뛸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등급은 1.0에서 4.5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장애가 심하다. 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등급의 합이 14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휠체어 농구를 시작한 양동길 선수가 골밑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휠체어 농구를 시작한 양동길 선수가 골밑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일 대구실내체육관서 서울시청과 고양홀트의 ‘2017 휠체어 농구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2·3위 간 대결이다. 치열한 접전이 계속됐다. 쿼터당 한두 점 차 스코어로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졌다. 승부는 3쿼터에 갈렸다. 리그 3점슛왕 오동석 선수가 18점을 올리며 서울시청이 경기 흐름을 가져갔고 57-52로 승리했다. 올해 출범 3년째를 맞는 휠체어 농구리그는 5개 팀이 4개월간 팀당 12경기를 치렀다.
 
이번 리그에서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서울시청팀은 지난 2010년 창단했다. 서울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으로 리그 5개 팀 중 유일한 실업팀이다. 선수 10명과 코치진 2명으로 구성됐다. 10명의 선수 중 6명이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시청팀에서 독일과 스페인 장애인 농구리그에 진출한 사례도 있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양동길 선수는 “사고 후 1년 정도를 좌절에 빠져 허송세월했다”며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기에 그것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빠른 속도감과 치열한 몸싸움이 매력적”이라며 “팀의 젊은피로 활력을 불어넣어 올해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15일부터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챔피언 결정전이 열렸다. 결승은 리그 전승을 기록한 제주특별자치도와 붙었다. 서울시청은 16일 결승 2차전에서 제주특별자치도팀에 48-63으로 패했다. 제주특별자치도팀은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선수들에겐 패배의 아쉬움보다 운동을 지속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서울시청은 전용구장이 없어 수원 무궁화전자와 같은 홈구장을 쓴다. 서울시 장애인 체육회 버스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승합차 여러 대에 나눠타고 원정경기를 가기도 한다. 장비 정리는 물론 운전도 선수들이 한다. 서울시 장애인체육회 권익태 부단장은 “해외처럼 프로구단에서 체육 복지 차원으로 장애인 스포츠팀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서울시청팀을 제외하고는 전업 선수가 아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운동하는 구조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글·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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