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나는 행복 찾아 사회에 저항한 인물"

중앙일보 2017.12.25 00:05
한국 공연을 앞둔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오른쪽)과 박칼린 협력연출 겸 음악감독.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연습 도중 잠깐 틈을 내 인터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공연을 앞둔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오른쪽)과 박칼린 협력연출 겸 음악감독.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연습 도중 잠깐 틈을 내 인터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톨스토이의 나라 러시아에서 만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한국에서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을 한다.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가 창립 90주년을 맞아 제작, 현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공연하고 있는 작품이다.  
내달 10일 서울 공연 개막을 앞두고 남산창작센터에서 막바지 연습 중인 알리나 체비크(45) 연출과 박칼린(50) 협력연출 겸 음악감독을 만났다. 전작 ‘몬테 크리스토’로 지난 2014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며 국내 공연계에 이름을 알렸던 연출가 체비크는 “‘러시아’라고 하면 보드카나 민속음악을 먼저 떠올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러시아의 뮤지컬 문화를 알릴 기회”라고 말했다. 또 박칼린은 “네 차례나 오페레타 시어터를 찾아가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현지 공연을 봤다”면서 “음악이 귀에 쏙쏙 꽂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공연은 내년 2월 25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  

한국 초연하는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알리타 체비크 연출, 박칼린 협력연출 인터뷰
"서울은 아시아 뮤지컬 본거지…배우 뛰어나"

 
-‘안나 카레니나’는 이미 수많은 영화와 연극ㆍ발레ㆍ오페라ㆍ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체비크=“매우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안무와 음악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또 주인공인 안나와 브론스키 외에 카레닌과 키티를 특별한 애정을 갖고 그렸다. 카레닌은 안나의 남편이고, 키티는 브론스키의 청혼의 기대했지만 그의 배신으로 크게 충격을 받았던 인물이다. 특히 버려진 남편 카레닌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했다. 우리가 가끔은 바로 옆에 있는 진정한 사랑을 지나치고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뭔가에 뛰어들었다가 후회하지 않나. 그 사랑을 카레닌을 통해 표현한다.”
^박=“이번 공연은 러시아 버전과 똑같이 만드는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한다. ‘안나 카레니나’가 러시아 작품인 만큼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깊이 원작을 파고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춘향전’을 한국인만큼 파고든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공연에서 주인공 안나 역은 옥주현과 정선아가 맡았다. 두 배우가 한 무대에서 같은 배역을 번갈아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브론스키 역엔 이지훈ㆍ민우혁이, 카레닌 역엔 서범석과 황성현이 캐스팅됐다. 지난 7월 공개오디션에 참석해 직접 배우를 선발한 체비크는 “서울이 아시아 뮤지컬의 본거지 아닌가. 그래서 굉장히 재능 많은 배우들이 많았다. 러시아 오디션에서는 브론스키 역을 구하기 어려웠다. 어떤 여자가 봐도 미쳐버릴 만큼 매력이 넘치면서 노래도 잘하는 배우를 뽑아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두 브론스키는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19세기 고전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체비크=“보는 사람마다 작품의 주제를 다르게 찾아갈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주제는 ‘사회의 제약 때문에 행복에 도달하지 못한 여자의 저항’이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던 안나의 소망은 사회적 상황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저항하고 몸부림친 안나의 행동이 여성으로서 많이 공감된다. 사실 이제까지의 세상은 남성들의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 변화 직전인 때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자유를 추구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박=“‘선택’의 의미다. 모든 사람은 무수히 많은 선택 과정을 거쳐 자기 역사를 만들어간다. 안나 역시 선택과 선택의 결과로 죽음까지 가게 됐다. ‘안타 카레니나’는 ‘무엇을 위해 왜 그 선택을 하느냐’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국계 러시아 시인 율리킴(81)이 대본과 가사를 썼는데, 특징이 있다면.  
^체비크=“율리킴은 러시아 4대 음유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인이다. 시인의 감수성을 철학적인 가사에 담아 표현했다. 또 원작자인 톨스토이에 대한 존경심이 문장 하나하나에서 드러난다.”
^박칼린=“시인이 쓴 글의 맛과 깊이를 살리기 위해 두 차례 번역을 거쳤다. 1차 번역은 러시아 문학가 김혜란 선생이, 2차 번역은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를 쓴 전수양 작가가 했다.”
 
배우 오디션 때부터 함께 작업하고 있는 두 연출가는 서로를 “(박칼린은) 오픈 마인드의 매력적인 프로페셔널”“(체비크는) 배우들에게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끝내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치켜세우며 끈끈한 팀워크를 드러냈다. 한편 박칼린은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으로 뮤지컬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에 연출 겸 배우로 출연 중이고, 최근 개막한 국악 넌버벌 퍼포먼스 ‘썬앤문’ 연출도 하고 있다. 또 2014년 초연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킨 19세 이상 여성 전용 뮤지컬 ‘미스터쇼’도 연말까지 재공연한다. 그는 “넉 달 동안 하루 두 시간 정도씩밖에 못 잔다”면서도 “일이 아니라 노는 거다. 매일매일 놀고 있다. 힘들지만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