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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소금 나눠 먹으며···" 민주당·민주노총 '불편한 동거'

중앙일보 2017.12.24 15:16
불편한 동거 7일째…민주당사에서 성탄절 맞은 ‘불청객’ 민주노총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의 ‘불편한 동거’가 7일째를 맞았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일부 간부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대표실을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은 여전히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당 대표실 점거로 24일 현재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의 모습. 김록환 기자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당 대표실 점거로 24일 현재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의 모습. 김록환 기자

 
24일 오전 민주당사 입구에는 당 사무국의 요청을 받은 5~10여명의 경찰병력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불이 꺼진 당사 9층 대표실 창문 밖으로 ‘구속노동자 석방,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수배 해제’ 등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이 담긴 작은 현수막의 모습도 보였다. 대표실 안에선 이영주 사무총장과 이승철 조직쟁의 실장,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이 아침 일찍 일어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사무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저녁과 주말엔 난방이 되지 않아 찬바람이 창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대표실에서 수돗물과 소금 약간을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나눠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 중인 노동자의 석방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정치 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한상균 위원장과 함께 2015년 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2년 넘게 수배 중이다. 
 
지난 18일 이영주 사무총장(가운데)이 민주당사 대표실을 점거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이영주 사무총장 페이스북

지난 18일 이영주 사무총장(가운데)이 민주당사 대표실을 점거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이영주 사무총장 페이스북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요원한데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계와 등을 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다.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퇴거에 나설 경우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9일 농성장을 찾아 퇴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말만 나왔다.
 
당 관계자는 “농성 첫날 침낭과 모포를 제공하려 했지만 ‘민주당 것은 쓰지 않겠다’며 거절해 나흘째(21일)부터 민노총이 준비한 물품 반입과 일부 인원의 출입만 허가했다”며 “이후 당사 앞에서 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을 때 일부 조합원들의 당사 진입시도가 있었던 만큼 다른 출입은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기 민노총 위원장 선거가 끝나는 날(28일) 이후 자진퇴거할 가능성도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식농성 6일째인 지난 23일 이 사무총장이 민주당사 대표실에서 혈당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영주 사무총장 페이스북

단식농성 6일째인 지난 23일 이 사무총장이 민주당사 대표실에서 혈당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영주 사무총장 페이스북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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