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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상품만, 캐나다 스타일 vs 서비스도, 캐나다 플러스 영국

중앙선데이 2017.12.24 01:00 563호 14면 지면보기
브렉시트 무역 협정 협상 전망
지난 13일 영국 런던 의회의사당 앞에서 국기 유니언잭과 유럽연합(EU)기를 든 시민이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영국 런던 의회의사당 앞에서 국기 유니언잭과 유럽연합(EU)기를 든 시민이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모델’이냐 ‘노르웨이 모델’이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영국 모델’이냐. 지난해 6월 23일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후 EU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를 두고 이른바 ‘모델 전쟁’이 시작됐다. 영국과 EU는 최근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이혼 이후’의 관계 설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

내년 3월 브렉시트 본 협상 예정
캐나다와 상품 중심 협정 맺은 EU
영국에 특혜 줄 수 없다는 입장
금융 등 서비스업 비중 높은 영국
서비스 빠지면 통상협정 무의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캐나다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FT는 22일 EU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영국이 내년 중반까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EU는 영국에 캐나다 스타일의 무역협상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U는 지난해 캐나다와 상품 중심의 무역협정을 맺었다. 양측은 서비스 부문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정도의 교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항공이나 방송 분야는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영국은 상품은 물론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무역협정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실무 책임자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은 “캐나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초반 영국의 요구 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FT가 보도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거의 회원국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EU의 사회적·경제적 규정을 수용하면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보장받고 있다. EU의 규제에서 벗어나 정책결정의 자유를 되찾으려 하는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 서비스 수출의 30%는 금융 분야
어떤 모델이 됐건 관건은 영국의 태도다. 메이 정부는 EU 단일시장뿐만 아니라 관세동맹도 탈퇴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노르웨이 수준의 단일시장 접근권을 보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U 측은 ‘체리피킹(과실 따 먹기)’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국이 노동과 자본, 상품과 사람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전에는 단일시장 접근권은 어림도 없다는 단호한 태도다. 브렉시트로 EU 규제에서는 자유로워지면서 특혜는 특혜대로 챙겨 가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EU의 브렉시트 협상 고위 관계자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영국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EU가 영국에 ‘(제안을) 받든 그냥 떠나든’ 택일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킹스 칼리지 런던대의 아난드 메논 교수는 “캐나다는 있지만 플러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캐나다 모델일 경우 서비스 비중이 큰 영국 경제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영국 경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서비스의 수출 비중도 40%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서비스 분야가 포함되지 않는 영국-EU 통상협정은 사실상 영국에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금융서비스는 전체 서비스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런던 금융특구(시티 오브 런던) 등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금융서비스만을 개방하는 단일 무역협정이 존재할 여지는 없다”며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나면 금융서비스 ‘여권’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메이 정부는 아직 무역협정 모델에 대해 본격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데이비스 장관이 언급한 ‘캐나다 플러스플러스플러스 딜’은 보수당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어떤 종류의 모델이 됐건 브렉시트가 영국이 EU에 잔류할 때에 비해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랜드연구소 부소장인 찰스 리스는 “영국이 얼마나 나빠질 것인가가 문제”라고 예상했다고 NYT는 전했다.
 
따라서 영국이 EU와의 협상에서 주도적인 위치의 ‘갑’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은 영국이 아닌 EU 편이라는 얘기다. 영국이 서둘러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따내지 못하거나, 합의 없이 ‘노 딜(No Deal)’로 떠날 경우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시티 오브 런던에 위치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대거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룩셈부르크 등은 런던에서 이전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벌써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파리는 브렉시트 관련 일자리 1만 개가 영국에서 넘어오고 추가로 1만 개의 간접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최근 FT는 실제로 이탈할 인력은 4600명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 금융특구에서 일하는 사람의 6%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은 아직 EU에 속해 있지만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 이후 벌써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투표 당시 탈퇴에 찬성하는 ‘보트 리브(Vote Leave)’ 측은 “우리는 EU에 매주 3억5000만 파운드(약 5000억원)를 보내고 있다. 차라리 이 돈을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대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실제로 이 구호는 국민투표 통과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국민투표 통과 이후 매주 3억5000만 파운드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 하면 장기적으로 영국 경제 규모가 1~9% 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잔류하는 것과 비교하면 연간 GDP가 200억~1800억 파운드(약 29조~260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경제학자’ 그룹은 GDP가 2.7%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성장률 지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영국 경제는 올해 1.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와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이 정도 성장은 오히려 저조한 편이다. FT는 영국이 잔류를 선택했을 때보다 성장률이 0.9%포인트 정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매주 3억5000만 파운드를 잃는 셈이다. 킹스 칼리지 런던대의 조너선 포트 경제학 교수는 “대략 보아도 브렉시트가 영국의 성장을 1%포인트 줄일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 해외정보 전담기관인 MI6를 이끌었던 존 소여 전 국장은 “우리는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18개월 전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두드러진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 이후 파운드화의 가치는 10% 이상 떨어졌다. 인플레율은 국민투표 당시 0.4%에서 지난달 3.1%로 올랐다. 지난 12개월간 2.7% 물가 인상 중에서 브렉시트 요인이 1.7%포인트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브렉시트 인플레이션’으로 임금 인상은 2%에 그쳐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줄어든 셈이다.
 
EU 국가로부터의 이주민 수는 국민투표 후 1년 만에 40%나 줄었다. 이는 0.1~0.2%포인트 GDP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국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노동자가 많아 이른바 브렉소더스(Brexodus)로 불리는 구인난은 심각하다. 순이주자 수는(6월 기준, 1년간) 10만6000명으로 떨어졌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 줄어든 것이다.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64년 이래 12개월 기준 최저치다.
 
불안정한 영국 기피 현상으로 구인난은 가중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특히 EU 국가인 루마니아불가리아 등의 인력에 의존도가 높은 농업 분야가 심각하다. 블루베리 농장 등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손해가 크다. 계절별로는 13~29%가 부족하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은 영국보다 손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독일이나 네덜란드를 더 선호한다. 구인난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때문에 임금은 치솟고 있다. 시간당 15~20파운드(약 2만1700~2만8900원)에 달한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은 이들이 자신들의 일자리 빼앗아 간다고 주장했지만 반대로 영국의 구인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건축 등 전 산업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브렉시트에 따른 이러한 많은 부작용과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EU와의 협상을 조속히 매듭짓기를 원한다. 영국과 EU는 내년 1월부터 영국이 EU의 단일시장에 남아 있는 약 2년의 전환 기간 중 역내 이동의 자유, 영국 거주 EU 시민권자들의 권리 보호, EU 최고사법기관인 유럽사법재판소(ECJ)와 영국 간의 관계, EU의 새로운 규정 준수 등을 논의하게 된다. 그런 뒤 이르면 내년 3월께 미래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국과 EU의 주고받기(give & take) 협상 결과 어떤 모델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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