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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주 전 소방 점검에서 여 사우나 비상구 보지도 않았다

중앙일보 2017.12.23 19:44
지난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시 복합상가 화재로 이 건물 2층의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희생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출입구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슬라이딩 도어 형태인 출입구 문이 열리지 않았거나 연기나 화염 때문에 나올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여자 목욕탕에는 비상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 비상구로 연결되는 목욕탕 내부 통로에 목욕 용품 등을 놓아두는 선반들이 설치돼 있어 손님들이 그 뒤에 있는 비상구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 선반 사이를 지나야 계단으로 연결되는 비상구 문으로 갈 수 있는 구조인데, 그 사이는 사람 몸 하나가 간신히 빠져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화재 뒤 여자 목욕탕이 있는 2층 비상구를 밖에서 연 모습. 대피 통로인 내부가 목욕 바구니가 놓인 선반들로 상당 부분 막혀 있다. [사진 소방방재신문]

화재 뒤 여자 목욕탕이 있는 2층 비상구를 밖에서 연 모습. 대피 통로인 내부가 목욕 바구니가 놓인 선반들로 상당 부분 막혀 있다. [사진 소방방재신문]

여자 목욕탕이 있는 건물 2층의 비상구 구조.

여자 목욕탕이 있는 건물 2층의 비상구 구조.

중앙일보의 확인 결과 지난달 말에 이 건물에 대한 정기 소방 점검이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점검 업무를 맡은 이들이 여자 목욕탕은 아예 살펴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비상구 통로가 막혀 있다시피 돼 있던 부분은 점검 후 지적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2일부터 당시 소방 점검 업무를 맡은 민간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부실 점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건물은 지난달 30일 소방시설관리업체인 J사로부터 소방 점검을 받았다. 하지만 J사가 소방청에 제출한 점검표에는 2층 비상구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23일 “여자 사우나라는 특수성 때문에 업체 직원들이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2층 여탕은 아예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23일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J사의 사무실. 박진호 기자

23일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J사의 사무실. 박진호 기자

J사는 지난달의 소방 점검 뒤 1층 출입구와 지하실의 스프링클러 보수, 일부 층의 피난유도등 작동 불량을 지적했다. 만약 2층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비상구로 향하는 통로가 선반으로 상당 부분 막혀 있다는 것이 문제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 점검은 건물 내 모든 시설 대상으로 한다. 비상구 통로에 적치물들이 있었다면 지적 사항으로 명시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J사 관계자는 “당시 2층도 점검을 하려고 들어갔는데 여자 목욕탕이라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나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목욕탕을 점검하다가 아주머니들에게 쫓겨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잠시 목욕탕을 비우게 하거나 손님이 없을 때 점검을 했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돈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선반으로 막힌 비상구 통로는 지난해 소방 점검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지 않았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지난해 소방 점검을 통해 이 건물에 지적한 사항에도 2층 비상구와 관련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이 목욕탕에 다녔던 사람들은 “수년 전부터 비상구 쪽은 항상 목욕 바구니를 두는 선반으로 막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3년 넘게 이 목욕탕에 다녔다는 김모(48)씨는 “연 회원권으로 매일같이 목욕하러 가는 손님들이 그곳에 항상 목욕 바구니를 놓고 다녔다. 적어도 3년 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랬다”고 말했다.  
22일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을 통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2일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을 통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탕에서 숨진 희생자들이 그곳에 비상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탈출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탕에서 세신사로 일하다 화재 초기에 탈출한 A씨는 “비상구는 최근 건물주가 잠가 놓아 밖에서는 열 수 없지만, 안에서는 손잡이 중앙의 돌출 부위를 90도 돌리면 열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이 비상구 쪽으로 갔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선반에 놓인 목욕 바구니들도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22일 J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이 건물에 대한 소방 점검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제천=신진호·박진호·송우영·여성국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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