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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황교안이 ‘변호사 돈벌이 된다’며 사퇴 압박”

중앙일보 2017.12.23 17:18
채동욱(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2013년 혼외자 의혹으로 물러날 당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무부 장관이었다. [중앙포토]

채동욱(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2013년 혼외자 의혹으로 물러날 당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무부 장관이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때 혼외자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채동욱(58, 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이 자신이 물러날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채 전 총장은 2012년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다가,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현재 여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채동욱 찍어내기’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채 전 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 내용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혼외자 의혹 보도가 나온지 이틀 뒤인 2013년 9월 8일 황 전 장관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황 전 장관은 포도주 한 병을 시켜놓고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황 전 장관이 “제가요 로펌에 있어봤는데 변호사가 먹고 살 만큼 돈벌이는 됩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채 전 총장의 전언이다. 채 전 총장은 “속이 뻔히 보이는 말(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뜻)”이었다며 “그때 내가 ‘장관님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황 전 장관은 “그만하시지요.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은 이틀 뒤인 9월 10일 황 전 장관에게서 다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여기서 황 전 장관은 ”이렇게 하시죠. 대검 감찰본부에 (혼외자 의혹에 대한) 셀프 감찰을 의뢰해보시죠“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2013년 퇴임 당시 모습. 최승식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2013년 퇴임 당시 모습. 최승식 기자.

채 전 총장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났다”며 “’어떻게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의 혼외자 여부를 부하인 감찰본부장한테 지시하라고 하십니까‘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채 전 총장은 당시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추가 통화를 통해 사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13일 “감찰 조사를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가 내려졌다”는 황 전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은 참모들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황 전 장관에게 전화해 ”장관님 사표 보내겠습니다. 바로 청와대로 보내시죠“라고 말했다. 이에 황 전 장관은 “알았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은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겨레에 “현상계의 무상함과 공(空)함을 깨닫고 다지면서 화로 얼룩진 마음을 다스렸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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