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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숨진 2층 여자 목욕탕 비상구 선반에 막혀 '무용지물'

중앙일보 2017.12.23 13:00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자 목욕탕의 창고로 사용돼 막혀버린 비상구 입구.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2층에서 발견됐다. [사진 소방방재신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자 목욕탕의 창고로 사용돼 막혀버린 비상구 입구.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2층에서 발견됐다. [사진 소방방재신문]

 
지난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복합상가건물(‘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참사 당시 2층 여자 목욕탕의 비상구가 선반 등으로 가려져 있어 탈출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층에서는 사망자 29명 중 20명(모두 여성)이 발견됐다.

화재 당시 2층 손님 유일한 탈출구… 외부 연결 공간 창고로 활용
비상구 인지 못해 중앙출입문 탈출 시도하다 20명 숨졌을 가능성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 비상구와 연결되는 공간이 목욕용품을 놓는 창고로 쓰였다. 창고에는 2m 높이의 철제 선반이 놓여 있어 통로 폭이 좁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 내에는 비상구 유도등을 설치돼 있었지만 유도등이 켜지는지 여부는 현장 감식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비상구는 화재 당시 2층 목욕탕에 있던 사람들이 외부로 나오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2층 여자목욕탕 설계도를 보면 이곳은 중앙출입문을 시작으로 내부로 들어가는 슬라이딩 도어가 있다. 안쪽으로 휴게실이 있고 여자탈의실, 황토방 등이 있다.
 
중앙출입문이 막히면 휴게실 구석으로 연결된 창고를 지나 비상구와 피난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다.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 [중앙포토]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화재 발생을 인지한 이용객들이 평소 드나들던 중앙 출입문으로 몰렸다가 연기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곳에서 더는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상구는 외진 곳에 있어 확인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중앙 출입구 슬라이딩 도어와 방화문 사이에서 시신이 다수 발견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층 여자 목욕탕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중앙 출입구에 있는 방화문과 슬라이딩 도어 사이에서 11명이 발견됐고, 휴게·탈의실에서 9명을 발견했다.
 
반면 3층 남성 사우나의 경우 이발소에서 근무하던 김모(64)씨가 손님 10여 명을 비상계단으로 유도하는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대피자들에 따르면 2층에서 대피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층에서 뒤편 비상구를 통해 대피했다는 이용객 A씨는 “급하게 이발소 관계자가 불이 났다고 대피하라고 해서 뒤편 계단으로 팬티만 걸치고 달려 나왔다”면서 “2층에서 대피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문이 닫혀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사우나를 이용했다는 주변의 한 상인은 “뒤쪽(비상계단 방향)은 목욕 바구니 같은 것을 쌓아 놓고 있어 비상구로 탈출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 프리랜서 김성태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 프리랜서 김성태

 
화재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비상구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2층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상구는 큰 불길이 치솟은 건물 반대편에서 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본부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을 상대로 도면 등을 확보했는지, 구조가 지연된 이유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진압 대원이 먼저 도착하고 구조대는 뒤늦게 왔다”며 “불길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비상계단 진입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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